6월의 하늘아래
지난날의 아픈 과거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너'를 탓하기에 앞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6월 한 밤 남산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야경(夜景)은 그야말로 불야성이다. 좌로, 우로, 앞뒤를 둘러봐도 명멸(明滅)하는 도시의 불빛은 이곳이 정녕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땅 대한민국 세상천지(世上天地)가 맞는가 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때 이른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던 어느 휴일 오후 광진구 아차산 정상에서 바라본 한강의 푸른 물결은 주변 풍광(風光)과 어울려 한 폭의 풍경화인데, 태고이래 말없이 유유자적 흐르며 이 땅 한반도의 영욕(榮辱)을 살펴온 한강의 굽이치는 물결은 태평성대(太平聖代)를 구가하는 듯한 평화스러움으로 다가오면서 밤이면 형형색색으로 수를 놓는 한강 다리의 불빛과 자연스레 하나의 앙상블을 이루며 멋스러움을 더 해준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비록 현재에 이르러 많은 난제(難題)가 앞을 가로막고 있지만 그래도 살기 좋은 땅으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해방된 수많은 나라 중 가장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괄목(刮目)할 만한 성장과 번영을 이룬 국가로 '국호'(國號)를 드높이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오늘의 사회를 이끌어 가는 국민 모두가 흘린 땀과 노력의 소산이겠지만 그 이면에는 해방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소련제 탱크를 앞세운 북한 공산집단의 광풍노도(狂風怒濤) 같은 불법 침략에 맨주먹 붉은 피로 맞서 싸운 애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피와 눈물, 그리고 우리 부모님세대의 '잘살아 보자'는 투혼(鬪魂)의 외침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생각하면 1950년 그 해 6월은 참으로 뜨거웠을 것이다. 하늘은 이글거리는 태양으로 뜨겁게 달아올랐을 것이고, 전국 이름 모를 산야의 참호(塹壕)와 능선(稜線)에서 비 오듯 쏟아지는 총탄(銃彈)과 포연(砲煙)에도 굴하지 않은 채 '공격 앞으로'를 외치며 적진을 향해 돌진하는 용사들의 얼굴에는 '나보다', '내 목숨보다'는 붉은 침략자를 응징하고 자유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과 적의 흉탄(兇彈)에 쓰러진 전우(戰友)의 원수를 갚겠다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뜨거웠을 것이다.
어디 그것 뿐 이겠는가? 폐허화된 국토의 곳곳에서 사랑하는 남편과 아내, 부모형제, 자식을 잃고 망연자실(茫然自失)에 빠진 내 가족과 우리들 이웃의 심장 또한 처연(凄然)하면서도 뜨겁게 타오르고 또 타올랐을 것이다.
전쟁 3년 기간 동안 국토는 유린되고 피폐되었으며, 가족을 잃은 설움으로 통곡은 그침이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어서야만 했다. 그리고 다시 일어섰다. 국민소득 100달러 미만에 불과한 대한민국이 이제는 2만 달러를 오르내리며 경제와 민주주의를 성공시킨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사로잡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국으로 발 돋음하고 있다.
지난 5월29일 국가보훈처와 재향군인회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유엔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놀람과 탄성으로 '원더풀'을 연발했다. 이들 중 1950년 9월 15일 국군과 유엔군이 인천에서 개시한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했다는 미국인 칼튼 스미스(Mr. Carlton Smith)씨는 이런 말을 했다. "인천에 상륙했던 날 불길처럼 붉게 타오르던 북쪽 하늘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느 누구도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너무도 다른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해버린 한국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이제 노인이 되었고, 60년 전에 비해 머리카락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라고.
그는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6·25전쟁 때 우리들은 겨우 18, 19세 청년이었습니다. 우리들은 정부차원의 정치적인 문제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다만 누군가가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빼앗으려 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무기를 들라는 국가의 부름에 응했고, 대한민국이 오늘날 모든 자유세계가 자랑으로 여길 수 있는 국가가 되도록 도왔습니다"라고 독백처럼 되뇌었다.
바로 이 분처럼 벽안(碧眼)의 이방인들이 성도, 이름도, 지구상 어느 곳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생면부지(生面不知)의 대한민국과 한국인을 위해 물 섧고 땅 설은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했던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우뚝 섰다. 세계 13위의 무역고(貿易高)를 자랑하는 국가로 자리 매김 했다. 빈약한 천연자원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창의력과 우수한 인적자원으로 성장 잠재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류선진국을 지향하며 일로 매진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위치인 것이다. 어찌 내 조국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세상사 어디에든 문제는 있기 마련이다. 한 가정에도 부부간, 자식간, 형제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듯이, 하물며 거대 국가조직이 어찌 문제가 없을 것인가? 나라와 나라 간 외교적으로도, 남북 간에도, 남남간에도 갈등과 반목, 질시와 분열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문제들을 순리와 섭리대로 해결하려 한다면 얼마든지 문제점을 찾아 해소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지난날의 아픈 과거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내가 먼저 앞장서서 논(論)해보자. '너'를 탓하기에 앞서 '내 탓'임을 탄(歎)하자. 너의 실수가 나의 잘못임을 먼저 노래해보자. 나를 앞세우고 내세우기 보다 상대방을 더 존중하고 배려하는 진정한 마음을 가져보자. 그것이 곧 우리사회를 더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결실을 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다시 이 땅에 60년 전 소련제 탱크와 같은 지축(地軸)을 뒤흔드는 캐터필더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해야한다. 북한의 핵무기를 머리 위에 이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이러한 위급 상황은 국제사회와 궤를 같이 하는 가운데 우리 국민들의 하나된 마음과 단결된 힘이 가미된다면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는 위대한 국가의 위대한 민족임을 자신하기 때문이다.
남산타워에서 내려다 본 서울 하늘과 한강이 한 폭의 영상과 그림으로 비춰지듯이 이 6월이 더 이상 또 다른 내일의 아픔으로 연계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손에 손을 잡고 함께 달려나갈 것을 제안하고 싶다.
이 모든 게 어찌 누군가 한 개인만의 생각이라 할 수 있겠는가. 너와 나, 우리 모두의 간절한 소망인 것을!(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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