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체성 인정하라 VS 한국 민주주의 후퇴했다" 격론
(사)시대정신,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제하 보수와 진보 토론회 가져
“현재의 야당과 진보적 시민단체들이 한국민주주의의 발전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그들이 대한민국의 정체성부터 먼저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이 진정한 대한민국의 구성원이 될 수가 있고, 진보진영과 보수진영 간에는 우정적 관계가 성립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야만 그들이 자기가 그 속에서 사는 대한민국을 보다 자유롭고 풍요하게 가꾸기 위해 집권경쟁을 하는 사이에 다시 말하면, 우정을 기초로 하는 관용과 설득의 과정을 통해 집권경쟁을 하는 사이에 한국의 민주주의는 꽃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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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의 학계, 시민사회계의 인사들이 모여 ‘민주주의’에 대해 심도 높은 토론이 8일 오후 은행연합회관(서울 중구 명동)에서 있었다. 사단법인 시대정신(이사장 안병직)의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안병직 이사장의 이같은 취지문에서 보듯이, ‘민주주의’의 역사적 정의와 흐름, 현재 우리사회의 민주주의에 대한 담론의 문제점이 무엇이며, 어떠한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인가를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각각의 진영에서 입장을 밝혔다.
첫 발제자로 나선 임혁백(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고 본다”며 ‘경선제가 4.19 총선에서 자취를 감춘 것’과 ‘시장에 의한 정부’를 예로 들었다.
임 교수는 “누구도 시장의 효율성, 시장을 통한 성장을 부정하진 않는다. 그러나 자기파괴적인 시장의 운동은 그로부터 위협받는 사회와 자연으로부터 반운동을 불러온다고 폴라니가 지적했듯이, 한미 FTA를 반대하는 중소기업가들은 보호무역주의, 광우병소 수입반대운동은 시장에 의해 위협받는 건강권을 지키려는 시민의 자기보호운동, 교육개방․교육자율화에 대해 중고생들이 반대하는 것은 중고생의 자기 보호운동이다”라며 ‘시장에 의한 정부’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2008년 봄의 촛불시위는 자기파괴적인 시장의 운동에 저항해 자신을 보호하려는 사회의 반운동이었다. 촛불의 숫자에 놀란 이명박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국민에 사과하고 시장근본주의적인 정책을 시정하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촛불이 잠잠해지자 다시 신자유주의적 정권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신자유주의 정권으로 회귀했을 뿐 아니라 정부와의 소통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으려 했고 언론, 결사,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려 시도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가 보장하는 기본적 자유를 제한하려하는 반민주적인 행태를 보였다”며 MB정부를 비난하고, “한국 민주화가 후퇴했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전근대의 청산”과 “정치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 시장주의 정치를 탈피하고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은 공적인 존재가 될 것”, 또 “한국 민주주의를 이끄는 지도자는 ‘위대한 대소통자(great communicator)’가 될 것”을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실질적 민주주의에 앞서 후퇴하려는 절차적 민주주의, 정치적 자유를 공고화하는 것”이라며, “한국 민주주의가 선진국의 민주주의처럼 되기 위해서는 절차적 민주주의에서 실질적 민주주의로, 자유 민주주의를 넘어서 사회적 민주주의로 가야한다는 당위론에 동의하지만,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는 다시 절차적 민주주의를 염려해야할 정도로 후퇴, 퇴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론민주주의의 가능성’제하 발제를 한 김주성(한국교원대) 교수는 “한국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기보다는 만성적인 위기에 빠져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면, 이전에는 민주주의가 발전되어 있었어야 한다. 그런데 1987년부터 지금까지 어느 시대가 지금 시대보다 발전된 민주주의를 가지고 있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한국민주주의는 만성적 위기에서 탈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타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정치권과 지성계가 너무나 파당적으로 갈라져있고 시민사회가 너무나 쉽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렇게 파당적 갈등이 심한 곳에서는 민주주의란 바로 대결의 정치를 의미하게 된다”며 ‘파당성’을 우리 민주주의에서의 문제점으로 보았다.
그는 “한국정당의 파당성은 이제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주고 있다. 한국의 정당민주주의는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정당정치의 파당성을 극복하고 명실공히 공론정치를 펴나가려면 무엇보다도 두 가지 일을 해야 할 듯 싶다”며 ‘정당의 공천제도와 비례대표제를 파기할 것’과 ‘대결세력들의 화해’를 주장했다.
특히, 김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가 대결주의를 지양하려면, 몸의 정치보다는 말의 정치, 행동의 정치보다는 공론의 정치를 앞세워야 할 것이다. 나아가 시민사회의 공론장을 활성화하려면 먼저 언론매체의 대결주의부터 불식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대결주의로 점철된 방송계의 ‘시사토론’프로그램을 개혁해 적어도 ‘아침마당’수준의 따뜻하고 재치 넘치는 공론장으로 만들어가야 할 듯 싶다”며 ‘파당성’의 극복을 위한 ‘공론민주주의’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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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자 중에서, 진보진영의 대표적 인사인 주대환(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다들 추모사 쓸 때 안 섰다”며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의 대립․갈등이 끝나는 것을 보고싶다”고 말했으나, 결국 “우리가 부러워하는 현대 선진국의 좋은 정치는 결코 민주주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유주의와 혼합해 자유민주주의가 되고 사회주의와 어울려 사회민주주의가 되어, 현대의 두 대표적 정치사상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홍성기(아주대) 대우교수는 “보수․진보가 서로를 인정하고 대화를 하되, 더 중요한 것은 당연히 필요한 규칙을 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홍 교수는 “임혁백 교수의 논조에 상당히 혼란스럽다”며 “이명박 정부에 의해서인지 이명박 정부 기간 중 일어난 모든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하고, (이런 식의 논조라면) 과거 노무현 정부하에서도 (민주주의) 후퇴는 일어난 것 아니냐”라고 논박했다.(konas)
코나스 강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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