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핵보유국이 아니다
만약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면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5대 핵 강국과 같은 지위를 얻게 되는 것
북한은 핵보유국인가? 아닌가? 이 문제에 정확하게 답하기 위해선 핵확산금지조약(NPT)부터 공부해야 한다. 1970년에 체결된 이 조약은 상당히 불평등하다.
전 세계에서 핵을 보유할 수 있는 국가를 5개국으로 규정했다.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다. 그리고 핵무기의 확산을 금지시켰으니 다른 나라들이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왜 당신들만 핵무기를 가져?” “핵이 위험하다면 당신들은 핵무기를 감축해야 하는 것 아니야?” “원자력 발전을 하려면 핵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런 평화적 핵 이용도 제한받아야 해?” “핵 활동에 대한 사찰을 하자고 하는데 그건 국가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거 아니야?”이래서 타협이 이뤄졌다.
핵보유국은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하기로 하고 평화적 핵 이용에 대해서는 핵을 안 가진 나라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조건을 달아 국제조약을 발효시켰다. 유엔총회의 의결을 거쳤다. 우리나라는 이 조약에 1975년 가입했다. 따라서 지구상에 핵보유국은 5개국밖에 없으며 이들은 다른 나라들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핵보유국의 합법적 지위를 용인하지 않는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시도를 한 것은 분명하고 핵실험까지 한 마당에 핵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성능과 규모는 미지수이나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지 모른다.다시 한번 정리하자. 북한은 군사적·기술적으로는 핵 보유국가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법적·정치적으로는 핵 보유국가가 아니다.
흔히 외신을 보면 헷갈리는 게 이런 것이다. 미국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최근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장관은 군사적인 관점에서 그렇게 말한 것이다. 당연하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것 또한 정치·외교적으로 정확한 발언이다. 두 발언은 상호 모순되지 않는다.
만약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그것은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5대 핵 강국과 같은 지위를 얻게 되는 것이고, 같은 테이블에서 협상을 하게 된다는 의미다. 핵 폐기니 비핵화 합의니 이런 차원의 논의가 아니라 같은 수준에서 핵무기 감축 협상을 벌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미국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6월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부분에 대해 명쾌한 입장 정리가 있었다.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 기자로부터 첫 질문을 받았다. “미국이 북한을 장기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도 있는가? 그렇게 되면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게 되는가?”
대답은 명쾌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 바로 이것이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 원칙 제1조다. 보통 사람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확고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전임 조지 부시 대통령보다 더 강경한 것은 바로 비핵화의 원칙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내에 러시아와 핵감축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안 했던 일이다.(http://kookbang.dema.mil.kr/)
손현덕(매일경제신문 정치부장 ubsoh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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