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관장교의 격렬한 항의(抗議)
다음번에 정권이 바뀌면, 이번에는 6.15가 옳다는 설명을 해야 합니까?
모 부대에서 오전 강연을 마친 뒤 어슬렁거리는데, 소령 계급장을 단 건장한 장교 한 명이 기자를 불렀다. 『질문을 좀 해야겠습니다. 왜 강연 끝내고 질문도 안 받습니까?』 사뭇 시비조다.
『6.15선언이 헌법에 어긋난다는데 나도 헌법에 대해서 물어보겠습니다. 6.15선언이 왜 위헌(違憲)인지 자세히 설명해보십시오. 자세히 말입니다』
『강연시간에 반쯤 자다, 반쯤 들었다』고 언성을 높이는 소령에게 나의 설명은 부족했던 것 같다. 또 다시 차근차근 설명하는데, 듣기는 들어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눈치다. 그런데 이 소령 항변(抗辯)이 그럴싸하다.
「지난 정부 때는 6.15선언이 정당(正當)한 것임을 사병들에게 설명해왔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당신 같은 사람이 돌아다니면서 6.15선언이 위헌(違憲)이라고 설명하고 다니느냐? 옳다고 말하던 것을 하루아침에 뒤집어 틀리다 말하라는 것이냐? 이건 자기부정 아니냐? 다른 장교들 모두 정체성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이런 요지였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10년이었다. 기자 또래 영관급 간부들은 모두 이 기간 청년기를 보냈다. 북한에 대한 대적관(對敵觀)이 생명인 군대(軍隊)에도 2000년 이후 6.15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처음엔 혼란스러웠을 테지만, 시간이 지나며 6.15라는 것은 「남북 간 화해(和解)와 협력(協力)이요, 대등하고 평화적인 통일방안」이라는 좌파정부의 조작된 해석을 받아들이게 됐을 것이다. 『북한정권과 친북세력은 6.15를 적화(赤化)통일의 다른 말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근거를 제시하고, 사진을 보여주고, 영상을 틀어줬지만, 10년의 두터운 굳은살이 쉽게 벗겨지진 않았던 것이다.
소령의 지적은 일리 있었다. 조국에 우직하게 충성하고 싶었던 그들도 피해자다. 아니 김대중·노무현이 만들어 낸 미혹(迷惑)과 기만(欺瞞)의 가장 피해자가 바로 장교들이다. 오늘은 격렬하게 들었을 뿐이다. 예전에 만났던 몇몇 장교도 내심 혼돈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쟁점은 6.15였다. 그때마다 6.15는 대한민국의 악성종양처럼 느껴졌다.
『다음번에 정권이 또 바뀌면 이번에는 6.15가 옳다는 설명을 해야 합니까?』 소령은 끈덕지게 물고 늘어졌다. 이번 질문은 답변이 쉬웠다.
『아닙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6.15에 부정적(否定的)인 정부가 유지되면 제 주장이 주류(主流)가 되겠지요. 그러나 6.15를 실천하자는 정부가 들어서면 한국은 적화(赤化)단계에 들어설 겁니다. 그렇게 되면 소령님은 대한민국 장교가 아니라 조선로동당이 헤게모니를 잡은 새로운 연방제 국가의 장교가 돼 있겠지요.』
2012년 대선이 치러질 무렵엔 아스팔트에서 싸우던 애국자들 상당수가 노쇠해져 있을 것이다. 4년 후 대한민국의 대세(大勢)는 누가 만들어 줄 것인가? 그때도 저 백발(白髮)의 전사들이 희생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제는 청년이 나서야 하는데 한나라당은 취생몽사(醉生夢死), 대통령은 중도 타령이다.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많다.(http://libertyherald.co.kr/)
김성욱(프리랜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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