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대화를 추진해야 하지만....
북한과의 대화추진이 우리 정부의 당위적 업무라 하드라도 상호존중, 진실한 의견·정보의 교환, 약속이행 등 3 가지 원칙이 반드시 실행되어야 한다
북한이 8월 초순 억류 중이던 미국여기자들을 석방해주고, 8월 중순 개성공단에 억류중이던 대한민국 국민 유성진씨를 석방해주자, 국내의 ‘전문가’들과 종북·친북인사들 및 그 주변의 뇌동분자들은 그러한 북한의 조치를 북한이 미국 및 한국과 대화를 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우리 정부에 대해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 추진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아울러 그들은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진전되면 남한만 고립될 수 있다’, ‘이대로 가면 북한이 더욱 도발적으로 나올지 모른다’고 북한의 ‘대변하여’ 정부를 협박하기도 하고, ‘북한이 막무가내로 나간다고 우리까지 그럴 순 없지 않느냐? 우리는 현실적이고 창조적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정부를 회유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의 말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혹은 자체적 판단에 의해서인지는 몰라도 우리 정부도 보이지 않게 북한과의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상당히 애쓰고 있는 것 같은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남북한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는 우리 대한민국 정부는 항상 북한과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현재의 국내외적 여건으로 볼 때 남북대화를 통하지 않고서는 한반도의 평화도 통일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과의 대화추진이 우리 정부의 당위적 업무라 하드라도, 남북대화는 절대적(絶對的) 선(善)이 결코 아니다. 남북한 간의 대화에는 그 형식과 내용에 따라 좋은(진정한) 대화도 있지만 나쁜(사이비) 대화도 있을 수 있다. 북한과 좋은 대화는 추진해야 하지만 나쁜 대화는 절대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
좋은 대화란 남북한 간의 평화→협력→통일에 도움을 주는 대화이다. 남북한 간의 대화가 좋은 대화로 이루어지려면 남북한 정부 간에 상호존중, 진실한 의견·정보의 교환, 약속이행 등 3 가지 원칙이 반드시 실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3 가지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대화는 두 말할 것도 없이 나쁜 대화이고, 그 3 가지 원칙 가운데 어느 하나만 지켜지지 않아도 나쁜 대화가 될 수밖에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기간에 행해진 남북한 간의 대화는 그런 3 가지 원칙 가운데 어느 하나도 지켜지지 않은 대화였다. 그래서 그 기간의 남북대화는 겉으로는 남북한의 평화에 기여한 것처럼 위장되었지만, 실속에 있어서는 남북한 간의 평화→협력→통일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피해를 주었다. 오늘날에 와서 분명하게 드러난 바와 같이, 그 기간 중의 남북대화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개발하도록 돈과 물자와 시간을 지원하고(곧, 남북한 간의 군사적 긴장의 원인을 증대시키고),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전술 공작을 지원하는(곧, 평화통일을 저해하는) 것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처음부터 그러한 나쁜 대화를 추진하려 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결과는 그렇게 되었다. 그 원인은 그들이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함에 있어서 앞서 말한 3 가지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김정일에게 비밀리에 5천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현금을 뇌물로 바쳤다. 자기와 회담을 가지기 위해 뇌물을 바치는 상대방을 어느 누가 존중하겠으며, 그런 사람이 지도하는 정부를 상대함에 있어서 북한 정권이 왜 진실을 말하고 약속을 지키겠는가? 대화에 응하는 척 하면서 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남한이 갖다주는 현금과 물자를 챙기고, 대화를 역이용하여 남한에 친북세력을 확대하는 공작을 진행하면 되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었던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김대중 정권이 깔아놓은 잘못된 남북대화의 레일을 벗어나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원했건 모측의 압력에 굴해서건 임기만료를 몇 개월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서둘러 평양으로 달려가서 김정일에게 ‘노다지 보따리’같은 10·4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 성명의 내용을 엄밀히 따져보면 국가반역적 요소들마저 내포되어 있다.
현 정부는 물밑에서건 물위에서건 남북대화를 추진하되, 김·노정권 시절에 했던 것과 같은 나쁜 대화는 절대 진행하지 말아야 한다. 설사 북한이 미국과만 대화하고 남한을 외면하여 남한이 고립된다 해도(미국이 결코 그런 북한의 술책에 넘어갈 리 없지만), 북한이 더욱 강한 도발을 한다 해도(이제 북한이 취할 수 있는 도발적 조치도 별로 없다) 그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한·미동맹관계를 신뢰하고 우리의 국방력에 자신감을 가지면서 좋은 대화 3원칙이 준수되는 남북대화가 이루어지도록 북한정권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대화는 현 정권이 끝날 때까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 정부는 북한과 좋은 대화를 하는 것이 남북한의 평화→협력→통일에 기여하는 최선책이지만, 나쁜 대화를 하지 않는 것도 남북한의 평화→협력→통일에 기여하는 차선책 정도는 된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할 최선의 기회였던 1994년의 국제적 협조를 김영삼 정부의 잘못된 행동으로 무산시켰던 점을 상기하면서, 북한의 핵무기를 해체시킬 마지막 기회인 지금의 국제적 협조를 이명박 정부가 나쁜 남북대화를 추진함으로써 무산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자계해야 할 것이다.(http://blog.daum.net/pre-agora)
양동안(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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