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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방송법, 무효인가??

국회가 스스로 표결을 잘 했는지 못했는지 하는 따위의 문제를 헌재에게 묻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부끄러운 일

Written by. 이재교   입력 : 2009-09-06 오전 11: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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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건 개요

국회가 지난 7월 22일 통과시킨 개정방송법안에 대하여 야당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여 헌재가 심리 중이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이나 자치단체가 기관 간에 권리를 침해당했음을 이유로 그 구제를 청구하는 형태의 헌법재판인데, 민주당의 주장은 무효인 방송법이 행정부에 의하여 시행되면 국회의 입법권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심판을 청구하면서 방송법이 무효라고 주장한 근거는 첫째, 부결된 안건을 다시 투표했으니 무효이고(一事不再議 원칙 위배), 둘째,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리투표를 했고, 심지어 여당의원이 야당의원을 대신하여 표결함으로써 국회의원의 의결권을 침해하였으니 무효라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의 자리에 앉아 스크린상의 버튼을 누르는 등의 사례가 있었는데, 이러한 사실은 민주당도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어느 민주당 의원은 한나라당의 날치기를 막기 위한 정당방위라고 주장

우선 사실관계를 살펴보자. 잘 알려진 대로 방송법은 한나라당에 의하여 단독으로 처리되었다. 7월 22일 당일 이윤성 부의장의 사회로 국회 본회의는 신문법을 의결정족수 148표보다 4표 더 많은 찬성표로 통과시켰다. 그 직후 이 부의장은 방송법에 대하여 투표를 실시하였는데, 투표를 종료하고 보니 표결에 참가한 의원이 145명에 불과하여 의결정족수 148명에 미달하였다.

그러자 이 부의장은“재석의원이 부족하여 표결이 불성립되었으니 다시 투표해 주시기 바란다”고 선언하면서 재투표를 진행하여 찬성 150표, 기권 3표로 통과시켰다.

이러한 와중에 민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원의 자리에 앉아 스크린상의 버튼을 누르는 등의 사례가 있었는데, 이러한 사실은 민주당도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어느 민주당 의원은 한나라당의 날치기를 막기 위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또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리에 없는 또는 출석하지 않은 다른 한나라당 의원을 대리하여 투표한 사례가 많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대리투표사실을 부인했다. 다만, 이윤성 부의장이 동료의원에게 “나도 찬성 눌러줘”라고 부탁하여 다른 의원으로 하여금 찬성버튼을 누르게 하였다고 알려져 있는데, 종전에도 사회를 보는 의원은 종종 이런 방법으로 표결하였다고 한다.

2. 민주당의 방송법 무효 주장에 대한 검토

이러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우선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살펴보자. 일사부재의 원칙에 대하여 국회법 제92조는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 또는 제출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제도의 주된 취지는 소수 정파가 부결된 의안을 반복 제출하는 의사진행방해를 차단하자는 것이다.

한 번 “부결된 안건을 다시 제출”하여 표결하면 안 되므로 145명이 표결에 참가한 1차투표에서 방송법 개정안이“부결”된 것인지 여부가 일사부재의 원칙 위배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관건임을 알 수 있다. 이 문제에 관하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변호사들을 제외한 법률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부결이 아니라는 것이다.

방송법 1차 투표는 의결정족수에 미달하였으므로 아무런 결정이 없었던 것이고, 그러므로 다시 투표하였다 하더라도 재의(再議)가 아니다

사실 이 문제는 법률가로서 별다른 이견이 있을 여지가 없을 것 같다. 부결(否決)은 말 그대로 “拒否하기로 決定”되었다는 의미다. 부결이든 가결이든 “결정”이 성립되려면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어야 한다. 의결정족수는 결정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니 너무도 당연한 이치다. 그러므로 투표 결과 의결정족수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의결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방송법 1차 투표는 의결정족수에 미달하였으므로 아무런 결정이 없었던 것이고, 그러므로 다시 투표하였다 하더라도 재의(再議)가 아니다. 굳이 말을 만들자면 초의(初議)가 되겠다.

그러니 두 번째 투표는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배한 것이 아니고, 따라서 통과된 방송법이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다음, 대리투표 나아가 투표권 침해 논란을 살펴보자.

이 문제는 사실관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만약 민주당 주장대로 한나라당 의원이 민주당 의원의 자리에서 찬성버튼을 눌렀다면 이는 무효투표(투표행위 자체가 없었다고 보는 원천적 무효인데, 투표는 인정되지만 가부간의 의사표시가 무효인 무효표와는 다르다)이고, 그런 무효투표가 7표를 초과한다면 개정방송법은 무효다.

그러면, 이윤성 부의장과 같이 “내거도 찬성 눌러줘”해서 다른 의원이 이윤성 의원의 자리에 가서 찬성버튼을 눌렀다면 이 표는 유효한가? 이는 유효하다고 본다. 국회법에 이러한 형태의 표결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윤성 의원이 찬반을 결정하고 버튼을 누르는 행위만 다른 의원에게 시킨 것이므로 직접 누른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태의 투표는 버튼을 누르는 기계적인 동작을 대신한 것에 불과하므로 代理가 아니라 代行이고, 이는 유효한 투표라고 본다.

그런데 어떤 한나라당 의원이 다른 한나라당 의원의 의사를 짐작하여 찬성버튼을 누른 경우에는 유효할까? 예를 들어 한나라당 김OO 의원이 의장석을 보호하기 위하여 앞에 나가 있어서 찬반버튼을 누르기 곤란한 상황임을 알고는 이OO 의원이 김OO 의원의 의사를 짐작하여 대신 찬성버튼을 눌렀다면? 이는 의문의 여지 없이 무효다. 김OO 의원이 대리투표권한을 이OO 의원에게 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리투표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표가 몇 표인지 증거에 의하여 인정된 사실로 판가름 날 것이다

그러면 한나라당 김OO 의원이 본회장에 들어가기 전에 같은 당 이OO 의원에게 “나는 의장석을 보호하느라 투표하기 어려울 터이니 투표시간에 당신이 내 대신 찬성버튼을 눌러 주시오”라고 부탁하여 이OO 의원이 찬성버튼을 눌렀다면 어떨까?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무효투표라고 본다. 헌법이나 국회법에 국회의원의 투표권한을 위임하는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각자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고유권한인 표결행위를 다른 국회의원에게 위임(대리투표)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상의 어느 사유로 무효투표의 합계가 7표를 초과할 경우에는 방송법은 무효라 하겠다. 재적의원 과반수인 의결정족수 148명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증거에 의하여 결정될 문제다. 대리투표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표가 몇 표인지 증거에 의하여 인정된 사실로 판가름 날 것이다. 헌재의 심판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3. 맺는 말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할 점은 민주당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한나라당의 의원들의 자리를 돌아다니면서 찬성·반대버튼을 마구 눌러댔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행위가 정당방위라는 주장은 반박할 가치도 없는 억지임은 물론이다. 단순히 그에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행위는 동료 국회의원의 표결권을 침해하는 것이요, 나아가 스스로 국회와 헌법을 부정하는 일이다. 민주당은 이러한 행위를 순순히 실토하면서 “그러니까 방송법은 무효다”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어이가 없다. 개정방송법이 민주당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법인지는 모르겠지만 국회나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면서까지 제지해야 할 법률일 것 같지는 않으니 말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한나라당의 의원들의 자리를 돌아다니면서 찬성·반대버튼을 마구 눌러댔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행위가 정당방위라는 주장은 반박할 가치도 없는 억지

정치권에서 걸핏하면 자신들의 문제를 헌법재판소로 가져가는 행태도 속히 버려야 한다. 수도이전법, 신문법, 종합부동산세법 등 정치권이 해결하여야 할 숙제를 헌재에 미뤄 결국 헌재가 해결해야 했다. 이번 방송법 문제도 국회의 내부문제로서 국회가 스스로 해결할 일임에도 또다시 헌재로 들고 갔다. 헌법재판이 법과 정치가 교차하는 영역이라고 하지만 그 본질은 재판이므로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을 통합하고 최선 아니면 차선을 추구하는 정치와는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정치권을 제쳐놓고 헌재가 정치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은 이유다.

국회라 하더라도 헌법이나 법률이 무엇인지 물어야 할 때는 헌재의 판단을 구해야 하겠지만 스스로 표결을 잘 했는지 못했는지 하는 따위의 문제를 헌재에게 묻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부끄러운 일

무엇보다도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헌법기관인 국회가 매사를 헌재에 매달리는 듯한 모습은 국민을 민망하게 만든다. 헌법은 국회의원의 징계 등 국회의 자유권을 특별히 부여하고 있다(제64조). 국회라 하더라도 헌법이나 법률이 무엇인지 물어야 할 때는 헌재의 판단을 구해야 하겠지만 스스로 표결을 잘 했는지 못했는지 하는 따위의 문제를 헌재에게 묻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부끄러운 일이다. 그만한 것도 판단할 능력이 없는 국회라면 어떻게 입법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설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은 권한쟁의심판을 취하하고, 투쟁을 하더라도 방송법 재개정투쟁을 할 일이다.(konas)

출처: http://www.cfe.org

이재교 / 변호사, 법무법인 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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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9-10 오전 8: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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