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대결정책으로 전환해야
우리 정부가 왜 이렇게 무기력한가?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9월11일 외교안보자문단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최근 북한이 한편으로 유화적 조치를 취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우라늄 농축 核프로그램 진전을 주장하는 등 양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북한을 둘러싼 정세가 매우 유동적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런 상황이 북핵문제에 새로운 전기(轉機)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새로운 전기 마련’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가까운 시일 내에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열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창의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강조한 의미가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대통령은 자신의 8·15 경축사를 거론하며 “북한이 核포기 결심만 한다면 북한경제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국제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우리 정부 입장을 북한조문단(김기남 비서, 2009.8.23)에도 설명하면서 ‘진정성 있는 대화가 전제되면 남북관계가 새로운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일관성 있고 당당한 대북기조를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9월6일 수공(水攻)으로 사망한 우리 국민(6명)에 대한 영결식도 치르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발언이라 그 의미가 다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도 1년 반이 지났다. 북한의 성의 없는 대화와 기만전술에 낭비할 시간이 없다. 지금은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을 냉정하게 재검토해야 할 시기다. 먼저 지난 1년 반 동안 북한이 우리에게 자행한 도발과 협박에 대해 면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대북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북한은 어떤 도발과 협박을 가해왔는가?
이명박 정부 기간에 주요한 것만 열거하면 이렇다. ①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2008년 2월에 출범하자부터 지금까지 우리 대통령을 갖은 욕설로 비하하고 있다. ② ‘제2 한국전·3차 연평해전’ 발발 운운하며 협박하고 심지어 ‘잿더미’란 표현으로 핵무기사용까지 언급하고 있다. ③ 2008년 7월11일 금강산 한국관광객(여자)을 등 뒤에서 총으로 살해했다. ④ 2008년 12월1일 개성공단의 출입을 차단/제한하고 개성관광을 중단시켰다. ⑤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2009년 1월17일 군복을 입고 나와서 우리 대통령을 욕설(매국역적 000 역도)로 비하하면서 對南전면대결을 선언하고,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부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⑥ 2009년 1월30일 조평통 성명을 통해 남북 정치·군사 합의사항(불가침 선언 포함)을 모두 무효화한다고 선언했다. ⑦ 4월5일 장거리 탄도미사일(인공위성으로 위장)을 발사했다. ⑧ 對북한 유엔안보리 의장성명(4.13)에 반발하여 4월14일 ‘6자회담 불참, 핵 억제력 강화, 핵 시설 원상복구, 폐연료봉 재처리, 우주이용권 행사, 경수로발전소 건설 등’을 강행할 것이라며 핵과 미사일 개발활동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 ⑨ 5월25일 2차 핵실험했다. ⑩ 北외무성은 유엔안보리 대북 추가제재 결의 1874호(6.12)가 채택된 것과 관련, 6월13일 성명을 내고 새로 추출되는 플루토늄 전량을 무기화하고, 우라늄 농축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⑪ 5월~7월 탄도미사일 대량발사(17발) 무력시위를 했다. ⑫ 6월11일 개성공단 근로자임금(4배)과 토지사용료(31배) 인상을 강요했다. ⑬ 7월7일 한미 주요기관 인터넷에 대한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 거부) 사이버테러를 했다. ⑭ 김정일은 우리 정부를 배제하고 민간인(현정은 현대아산회장)을 북한으로 불러서 금강산관광 재개, 군사분계선 육로통행과 북측지역 체류 원상회복, 개성공단사업 활성화, 추석이산가족상봉 등에 합의하고 ‘현대그룹-北 아·태평화위원회 공동보도문(8.16)’을 발표했다. ⑮ 9월3일 유엔안보리 의장에게 전달한 서한에서 “우라늄 농축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결속(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으며, 추출한 플루토늄이 무기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9년 9월6일 황강댐 무단 방류로 우리 軍 전차대대와 야영객을 수공(水攻)했다.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과거와 비교하면 북한의 도발이 잦고 위협적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2008년 7월에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하고, 2009년 5월26일에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뒤늦게 전면 참여한 것이 유일한 실적이다. 유엔안보리 1874호 결의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북한에 매월 약 400만 불의 현금(北근로자 임금 등)을 지불하고 있다. 이 돈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전용(轉用)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 정부가 왜 이렇게 무기력한가?
첫째, 과거정부 잘못으로 이 정부가 제대로 된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南北합의사항을 위반해도 우리 정부는 이를 폐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이 도발 할 때마다 달래기 위해 묻지마 ‘퍼주기식’ 대북지원을 계속했다. 핵 실험을 하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해도 그렇게 했다. 심지어 북한의 탄도미사일발사 무력시위는 ‘인공위성 발사’로, 핵무기 보유는 ‘방어를 위한 자위수단’으로, NLL무력화에는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 라고까지 하면서 우리 정부 책임자가 북한을 두둔하고 나섰다.
둘째, 이명박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 추진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南北 상생기조의 ‘비핵·개방·3천’을 채택했다. 국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거부했다. 더구나 핵실험에 이어 우라늄 농축 성공까지 언급했다. 은밀한 지하시설에서의 우라늄탄 개발로 인해 북한 핵무기 제거는 완전히 물 건너갔다. 북한은 2009년 1월에 對南전면대결까지 선언했다. 그렇다면 核무장 자금(돈)에 전용될 수 있는 대북사업과 남북교역은 시급히 정리해야 한다.
셋째, 전·현직의 고위직위자가 북한 잘못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인을 포함하여 기관의 대표들이 대부분 입을 다물고 있다. 특히 과거 정부에서 南北합의서에 서명한 사람, 그리고 김정일을 만나고 와서 그를 ‘통 큰 지도자, 말이 통하는 지도자’라고 높이 평가했던 사람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심지어 北의 수공은 南北간 대화통로가 없어서 그렇다고 책임은 우리정부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것들이 결국 한국이 북한도발을 묵시적으로 인정한다는 명분을 주고 있다.
넷째, 무효화된 南北합의서를 우리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南北합의서 38개(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6.15공동선언, 10.4선언, 남북불가침 선언 등)를 이미 무효화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를 폐기하지 않고 혼자서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생각하고 어리석게 준수하고 있다. 개인 간의 계약도 일방이 이행하지 않으면 위약자가 불이익을 받고 계약이 취소된다. 그리고 북한이 정치·군사 합의사항을 무효화한 상태에서 경제협력은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섯째,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에 순응(順應)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군 대변인의 우리 대통령(국군통수권자) 비하발언에 대해 우리軍은 변변한 반박성명 하나 내지 못했다. 북한의 개성공단조치 원상복구, 차단통신망 회복에 대해 오히려 이를 반기면서 수용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상응하는 응징이 거의 없다. 김정일의 ‘병(病) 주고 약(藥) 주는 조치’에 우리가 순응하고 있는 셈이다. 현정은-김정일 간의 약속인 이산가족상봉을 우리 정부가 나서서 후속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여섯째, 북한의 강온양면전술에 속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대외적으로 당당한 대북기조를 계속 유지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북한의 협박전술에 서서히 굴복하면서 과거 정부의 전철을 밟고 있다. 북한 김기남 비서가 청와대에서 우리 대통령에게 “남과 북이 협력해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김정일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9월 초에 北은 우라늄농축과 水攻을 펼쳤다. 이런데도 우리는 南北화해의 모멘텀에 계속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우리 정부는 과거 南北관계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북한은 1960년대 중반에 對南군사우위를 달성하자 1967년부터 1976년까지 무력도발(청와대 기습, 대규모 무장공비 침투,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 등)과 위협을 가해왔다. 우리는 초기에 북한을 달래는 유화정책을 추진했다. 1972년에 7.4南北공동성명(자주·평화·민족대단결 통일 3대원칙)이 발표되자 우리 국민은 곧 통일이 될 것으로 믿고 기뻐했다. 여기에는 ‘南北 쌍방은 상호 비방/중상 중지 및 불의의 군사적 충돌사고 방지를 위한 적극적 조치, 南北 간 다방면적 교류 실시, 南北적십자회담 성사 적극협조, 서울-평양 간 상설 직통전화 설치, 南北조절위원회 구성 및 운영, 제반 합의사항의 성실한 이행 약속’ 등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곧 휴지조각으로 변했다.
우리 정부는 이 교훈을 바탕으로 1977년부터 對北대결정책으로 전환했다. 전쟁억제력 구축을 위해 한미연합군사령부를 1978년 11월에 창설했다. 국방비도 대폭 증액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對北군사력 우위를 달성하면서 한동안 평화를 구가했다.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고 민주주의도 착실히 발전했다.
그러다가 1990년 독일통일과 이후 동구권의 변화, 蘇연방의 해체로 냉전(冷戰)이 종식되자 우리는 자만에 빠지기 시작했다. 북방외교(러·中·동구권)를 추진하면서 對北대결정책이 점차 유화정책으로 변질되었다. 이 기간에 북한은 대량살상무기(핵무기,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북한은 1993년부터 핵물질을 보유함에 따라 南北군사력균형이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는 南北정상회담(1994년 김일성 돌연사로 취소) 등을 추진하면서 對北대결정책으로 복귀하지 않았다. 오히려 1998년부터 화해협력정책(햇볕정책 등)과 대북지원(현금, 물자 등)을 적극 추진했다. 이 결과 북한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능력을 획기적으로 증강했다. 군사적 핵보유국으로서 절대적인 對南군사우위에 서게 되었다. 南北군사력 균형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자신에 찬 북한은 잠수함정 침투(1996, 1998), 연평해전 도발(1999, 2002)을 했다. 우리는 응징하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 국방부는 2004년에 북한에 대한 주적(主敵)개념을 삭제했다. 이후부터 한국은 김정일 늑대집단에게 수시로 뜯어 먹히는 양(羊)의 신세로 전락했다.
둘째, 南北의 특수한 대결구도를 이해해야 한다.
북한이 도발한 동족상잔(同族相殘)의 한국전쟁(1950~1953)으로 300만 명이 죽었다. 아직도 휴전상태에 있다. 북한은 ‘한반도 적화통일’을 헌법과 노동당규약에 명기해놓고 있다. 1962년에 채택한 4대 군사노선(全 인민의 무장화, 全 국토의 요새화, 軍장비의 현대화, 全 군의 간부화)을 김정일이 1998년에 헌법에 포함시켰다. 북한은 지금 무력적화통일까지 호언장담하고 있다.
따라서 南北은 제로-섬(Zero-Sum) 게임의 대결구도에 있다. 어느 한쪽이 항복해야 대결구도가 끝난다. 그래서 분단국가의 통일사례가 좋은 교훈이 되고 있다. 北월-자유월남(무력통일), 북예멘-남예멘(연방제 합의 후 무력통일), 서독-동독(흡수통일)이 바로 그것이다. 南北의 ‘평화 공존과 연방제 통일’ 운운은 일종의 사기술(詐欺術)에 불과하다.
북한은 이미 군사우위를 바탕으로 2012년을 ‘강성대국 진입의 해, 연방제 통일의 해’로 정했다. 북한주도의 연방제 통일이 안 되면 무력으로 적화통일을 하겠다는 태세다. 이를 위해 김정일은 건강악화에도 불구하고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금년에 예년보다 4배 이상의 현지지도에 나서고 있다. 지난 8월 서울을 방문한 김기남 비서 일행이 우리 측 인사에게 명백히 밝힌 내용이다. 최근에 김정일은 “점령할 목표는 높은데 시간이 없다”고 하면서 주민을 독려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南北대결구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의 핵무기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는 1992년부터 지금까지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결이 되지 않았다. 더구나 두 차례의 南北정상회담(2000년, 2007년)에서도 해결하지 못했다. 그동안 南北간 당국자 회담도 수백 차례나 열렸으나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지금은 6자회담(남한·북한·美·日·中·러)도 열리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탄도미사일 능력과 접목되어 위험수위가 높아만 가고 있다. 더 이상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 자진포기에 대한 망상을 접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시급히 對北대결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먼저 북한이 무효화한 합의서를 일체 폐기해야 한다. 南北합의서 서명관련자들을 대북특사로 보내서 합의서 위반에 대해 손해배상을 北에 요구해야 한다. 대북사업을 모두 정리해야 한다. 대북 장기차관(쌀 등)으로 지원한 것을 모두 회수해야 한다. 北핵무기의 현실적 위협에 대한 대응책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김정일 정권 제거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준비를 공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국방력을 대폭 증강하여 南北군사력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한국의 전쟁억제력인 한미연합군사령부의 해체(2012.4.17 예정)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만약 이런 값진 교훈을 잊어버리면 머지않아 한국은 국가생존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나 對北 대결정책을 채택할 경우 가까운 장래에 한국주도의 한반도 통일기회가 찾아 올 것이다. 우리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본다.(konas)
김성만 (예, 해군중장. 성우회/재향군인회 자문위원, 前해군작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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