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이 아픔을!
"아바이, 인제 가시면 언제 다시 또 만나실 수 있을까요?" "얘야, 우리는 만난다. 반드시 다시 만난다. 그 때까지 꼭 건강해야 한다". "어머니, 제 절 받으시라요!"
눈물과 콧물이 뒤범벅 된 채로 얼굴은 붉게 상기되었다. 60년을 그리다가 만난 2박3일의 첫 만남이었건만 다시 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석별의 순간이 되자 연세 많은 아버지는 그만 혼절하고 말았다.
떠나는 차량의 유리창에 손뼉을 마주 대거나 손을 내흔들며 '아들아!' '어무이!' '아바지!'를 애처롭게 부르고 또 불렀다. 누구인들 가슴 복받치는 설움에 목놓아 울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는 정경이었다. 애별리고(愛別離苦 : 불교에서의 팔고(八苦)의 하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괴로움을 이름)는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리라.
대 명절 추석을 맞아 남한사회는 2,600만 민족의 대 이동이 이루어졌다. 때를 맞춰 금강산에서도 지난 2007년 이후 2년 만에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렸다. 이번 추석절 만남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18차례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진 것이다.
지난 1985년에 한 차례, 그리고 2000년부터 2007년까지는 매년 두 차례씩 열렸었다. 북한에 가족을 남겨두고 월남했다가 비극의 민족분단으로 인해 서로의 생사(生死)를 애태우다 가족 상봉을 신청한 사람들은 지금까지 12만 명이 넘었으며, 이 중 지난 정부가 8년 동안 1조7,489억원을 들여 1,681명의 이산가족을 상봉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률은 무려 860대 1, 이산가족 1명을 만나게 하는데 든 비용은 1회당 10억4,000만원이었다.
그러나 분단 60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이산가족은 80 고령을 넘어서 12만 명의 신청자 중 이미 4만 여명은 타계하고 8만여명이 생존해 있는 상태다. 그나마 이분들 중에도 1년이면 4천 여명 꼴로 세상을 떠나고 있어 남북으로 헤어진 이산가족들의 만남의 시간은 그만큼 다급할 수밖에 없고 이들의 가슴 졸이는 절절한 심정은 본인과 그 가족 외에는 어느 누구도 섣불리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금까지의 진척상황으로 봐 가능성이 어느 정도가 될지는 낙관할 수 없겠지만 설령 1년에 1천 여명이 만난다고 하더라도 8만여 이산가족들이 다 만날 수 있는 기간은 80년이 된다는 계산이고 보면, 7,80대 이산가족과 그 자손들이 느끼고 있는 절박함과 뼈를 깎는 듯한 심정은 심히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보면 남북한 당국이 어떻게 이산가족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이미 나온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할 것이다.
며칠 전 KBS가 보도한 이산가족 특집프로에 의하면 수십번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마다하지 않았던 올해 치매를 앓고 계시던 한 할아버지가 이번에도 상봉단에 끼지 못해 식음을 전폐하다 안타깝게도 며칠 전 그만 운명(殞命) 하고 말았다는 애처러운 소식도 들려 왔다. 체제와 이념의 장벽으로 틀어 막힌 분단국 국민만이 느껴야 하는 기가 막힌 현실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와 같이 이 상태로 가다가는 10년이 지난 이후 이산(離散)의 고통과 한(恨)을 품은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그 가족들이 어떤 아픔을 품게 될지 그 상황은 아무도 장담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산가족 상봉은 모든 조건을 떠나서 더 빨리 더 많이 만날 수 있도록 서둘러야만 한다. 그게 현재 이 문제와 관련한 우리의 과제인 것이다.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도 지난 9월26일 남북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해, "적십자의 사업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해 중단 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이제는 남북이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만들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유 총재는 또 "이산가족 여러분들의 고통은 우리 민족 모두의 아픔으로, 이는 남과 북의 적십자인들이 합심하여 치유하여야 할 가장 우선적인 인도적 과제"라고 거듭 강조한 것도 결코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할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북한 당국은 헤어진 남북한의 혈육의 한을 풀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에 응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 정권이 노리는 특정한 목적(남한 사람은 물론 삼척동자라도 다 알 것임)위해서 마지못해 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북한조선적십자 장재언 회장이 "이번 상봉은 북에서 특별히 호의를 베푼 것이니 남에서도 상응하는 호의를 표시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사실이다. 당연히 비료나 쌀 지원과 같은 것을 뜻하는 것일 게다.
이번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보면서, 우리는 철저하게 김정일과 그의 정권을 위해서 움직이는 북한의 차가운 실체를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가야 한다. 원칙을 중시하는 대북정책의 틀 속에서 남북한이 하나되는 그 날을 위해 매진해 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2,600만 남한만의 추석명절 민족 대이동이 아니라 4,000만이 함께 움직이는 남북대이동의 날이 오도록 해야한다. 더 이상 제2,3의 신금단 부녀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더 이상 시름에 겨워하는 8만 이산가족의 한이 이 땅에서 아로새겨지지 않도록 해야한다.
대가가 아닌 저들이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를 논리 삼아서라도 북한을 설득하고 끌어들여 민족의 대 명절이 한민족이 더 크고 높게 웅비(雄飛)하는 계기가 되게 해야 할 것이다.(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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