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FTA 추진현황과 추진전략의 남은 과제
[요 약] 과거 한국의 통상정책은 다자무역체제(multilateral trading system)에 초점을 두고 수립되어왔다. 1967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서명하면서 한국은 다자무역체제에 편입되었고, 지금까지 총 8차례의 다자무역협상을 통해 달성된 관세 및 무역장벽의 인하는 수출주도형 한국경제가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들어 지역주의(regionalism)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아시아 지역까지 이러한 글로벌 추세에 동참하게 되자, 한국정부는 FTA정책으로 통상정책의 초점을 전환하게 된다. 1999년 12월 한국은 칠레와의 첫 FTA 협상을 시작하게 되고, 2004년 4월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는 발효되면서 한국의 'FTA시대’는 시작된다.
그 이후 한국정부는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FTA추진정책을 마련할 필요성을 느껴 'FTA 추진 로드맵’을 완성하고 이 과정에서 수립된 대상국 선정기준을 바탕으로 '동시다발적인 FTA 추진’이라는 통상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나갔다. 이러한 정책추진을 바탕으로 이제 한국은 총 15개국과 총 4건의 FTA를 발효시켰으며, 미국, EU, 인도 등과 FTA 협상을 타결하여 동아시아 지역의 새로운 FTA 허브로 등장하게 된다. 만약 현재 협상 중이거나 계획 중인 FTA가 모두 성공적으로 발효된다면, 한국은 총 69개국과 총 21건의 FTA를 체결하게 되며 FTA 대상국이 전체 한국의 수출입에서 차지하는 비중(2008년 통계 기준)이 각각 78.9%, 92.0%에 달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짧은 기간 동안 급격한 성장을 달성한 '압축성장’으로 표현되는 것과 유사하게, FTA협상 역시 단기간에 다수의 FTA 협상을 타결하고 발효하는 'FTA의 압축성장’으로 표현될 수 있다. '압축성장’으로 말미암아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측면에서 다양한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듯이 FTA 분야 역시 정치, 사회, 문화 측면에서 다양한 부정적인 측면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먼저, 다수의 FTA가 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수출하는 기업이 이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다수의 FTA는 무의미하다. 한국무역협회(2008)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 기업의 80% 이상이 수출입 과정에서 한국이 체결한 기존 FTA의 특혜관세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고 응답하여, 수출과정에서 FTA 활용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 조사의 결과, FTA 체결이나 활용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홍보가 미흡하거나 절차 및 비용 측면에서 추가적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기존 FTA 및 향후 발효될 FTA의 활용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원산지 결정기준, 원산지 증명서 작성 요령, 검증절차 등 원산지 규정과 관련된 이슈를 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불필요한 규제 및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철폐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의 첫 FTA이었던 한-칠레 FTA, 단군 이래 최대의 협상으로 인식되었던 한-미 FTA 등의 협상과정에서 농업 및 일부 사양산업의 경우 극심한 반대가 표출되었고,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이들 민감부분에 대한 지원대책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지원대책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정부는 현재 FTA로 인한 농업ㆍ제조업 분야의 피해지원을 위해 '무역조정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또한 각종 지원정책으로부터 야기될 수 있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일정 기간의 한시적인 지원, 자구노력이 병행되는 대책이 대전제가 되어야 하며, 정부의 다른 교육훈련프로그램과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하여야 한다.
FTA를 통한 교역이 보다 활성화될 경우 과거 한국 통상정책의 근간이었던 다자무역체제를 이제 어떻게 활용하여야 하는지 정책적 의문이 발생하게 된다. 한국의 경제시스템을 보다 선진화하고 개방화하는데 그동안 다자무역체제가 큰 기여를 한 것처럼, 한국의 경제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혁하는 데 다자무역체제를 활용하여야 한다. 또한 다자무역체제를 대외 지향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는데, 그동안의 수동적인 인식을 전환하여 전세계 시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다자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그리고 FTA 추진정책을 자원 및 에너지 외교와도 적극적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 에너지자원의 수급구조 불안이 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고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의 경쟁이 보다 치열한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자원 및 에너지를 원활히 공급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중장기적인 에너지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이를 FTA 추진전략과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최근 협상이 종료된 인도와의 FTA 그리고 현재 협상 중인 일부 국가의 경우 전통적으로 개방에 적극적이지 않은 국가들이 있어 과연 '높은 수준의 FTA’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인지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들 국가를 설득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높은 수준의 FTA’를 체결할 필요가 있다. 수준 높은 FTA를 통해 한국경제 시스템의 선진화 및 지속적인 개혁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존의 FTA와 지나치게 수준격차가 난다면 FTA 규범의 일관성을 저해하고 이에 따른 통상행정적인 측면에서의 추가 부담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에 FTA 수준에 있어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http://www.cfe.org/)
강문성(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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