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받은 노벨 평화상의 의미
그 “평화”의 전략적 의미에 관한 小考
오바마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 졌다. 놀라운 일이다. 노벨상이 업적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잘 하라고 주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사실 오바마는 부시의 전쟁 수행 방식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 되었지만 취임 9개월째인 현재 , 오바마가 이룩한 국제정치적 업적은 별로 없다. 이라크 상황은 부시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아프가니스탄 상황은 부시 때보다 못해졌고, 이란 핵, 북한 핵 문제 등도 모두 부시 때보다 오히려 더욱 악화 되었다. 부시가 대통령일 때보다 세계평화가 더 진전된 것이 없다 는 게 오히려 더 솔직한 분석이다.
오바마가 이 국제적인 난제(難題)들을 해결하기 위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주둔군 총 사령관 스탠리 맥크리스털 미국 육군 대장은 “더 이상의 병력이 증파 되지 않는 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혔으며, 4만 명의 병력 증파를 미 정부에 요구했다. 이미 오바마도 지난 2월, 아프가니스탄에 17,000명의 미군 병력 증파를 결정한 바 있었지만, 아프간 사태의 악화는 그 보다 더 많은 병력 증파를 요구해야 할 정도로 악화 일로에 있다.
미국의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과 현 미국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은 병력 증파에 찬성하고 있는 반면, 오바마의 핵심 참모들 다수는 맥크리스털 장군의 병력 증파 요청에 반대하고 있다. 그 사이에 끼인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10월 초 덴마크에서 열린 세계 국제올림픽 위원회의 2016 올림픽 개최 도시 선정 회의에 자기의 정치적 고향 시카고를 지원하기 위해 참석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맥크리스털 장군을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로 불러 “질책성” 면담을 가지기도 했다.
그리고나서 약 1주일 정도 지난 후, 노벨상 위원회는 오바마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고, 오바마는 ‘세계평화에 기여하라는 의미’에서 노벨상을 준 것으로 알고 수상하겠다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이제 세계 평화를 위해서 오바마는 어떤 종류의 아프간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인가?
전쟁터의 현장에 있는 지휘관의 의견을 중시하는 전쟁 정책을 전개해야 할 것인가 혹은 왕이나 대통령의 정치적 고려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냐의 논란은 전략이론의 장구한 논쟁거리였다.
월남 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미국의 존슨 대통령은 세세한 폭격 지점까지 스스로 선정했을 정도로 전장(戰場)에 깊이 개입했다. 월남 현장에서 전쟁을 지휘하는 사령관은 할 일이 없을 정도였다. 결국 월남 전쟁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패배한, 그것도 상대가 되지 못하는 허약한 적에게 패배한 국가적 수치로 기록 되었다. 정치가 전쟁에 너무 깊숙이 개입한 것이 월남전 패전의 큰 이유 중 하나로 제시 되었다.
월남전쟁의 패배원인을 잘 인식했던 41대 부시 대통령은, 쿠웨이트를 침략, 점령했던 이라크군을 몰아내기 위해 걸프 전쟁(1991-1992)을 벌였었는데 당시 사령관이던 슈워츠코프 장군에게 전쟁 지휘의 책임을 거의 전적으로 일임했고, 그 결과 신속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9.11 테러 공격 이후 “이라크 전쟁”(2003-현재)을 수행한 43대 부시 대통령 역시 전쟁의 수행을 현지 사령관에게 일임하는 전략으로 전쟁의 1차적 목적, 즉 “사담 후세인 정권의 제거” 라는 목적을 신속히 달성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 당시 장군들과 정치가들 사이에 전쟁 수행 방법을 놓고 갈등이 있었다. 당시 미 육군 참모총장이었던 에릭 신세키 대장은 민간인 정치가들이 제공한 15만 정도의 병력을 가지고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판단, 더욱 많은 병력을 요구했다.
결국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마찰을 빚은 신세키 대장은 자리를 떠났다. 럼스펠트 장관은 미군이 단 3주 만에 바그다드를 점령하고 후세인을 축출 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15만 병력은 충분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신세키 대장은 후세인 축출만으로 이라크 전쟁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며, 평정 작전이 필요 하리라고 생각했다. 당시 신세키 대장은 40만의 병력을 요구 했었다고 한다. 만약 미국이 40 만 명의 병력을 가지고 이라크 전쟁을 시작 했더라면 이라크의 평정 작전은 훨씬 빨리 성공 했을지도 모른다.
오바마가 아프간에서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목적이 탈레반 축출인지,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려는 것인지, 혹은 민주화 되고 안정된 아프간을 건설하려는 것인지 불명확 하다. 정치적 목표가 불명확 하니 당연히 전쟁 수행 방법에서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6월 29일, 서해에서 북한 해군과 우리 해군 사이에 교전이 있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우리 해군에게 결코 먼저 사격을 가하지 마라는 내용의 지시를 내렸었다고 한다. 바다는 육지와 달리 숨을 데가 전혀 없는 곳인데 결코 먼저 쏘지 말라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바다와 같이 노출된 전쟁터에서 먼저 쏘지 못하는 군대는 먼저 맞을 수밖에 없다. 전장의 논리가 무시되고 현지 지휘관의 논리가 무시된 결과, 우리는 고귀한 해군 장병 6명의 생명을 희생당했다.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 보다는 낫다” 라는 전략론 상 황당무계한 주장이 일반 시민들은 물론 국제정치에 대해 식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통용 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이 말이 진정 맞는 말 이라면 우리는 당장 군대를 해산하면 된다. 우리의 적국들이 우리를 노예처럼 다루게 되는 상황을 “평화적”으로 맞이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무조건 안 싸우는 것을 평화라고 한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노예가 주인에게 덤벼들지 않음으로서 유지되는 평화도 평화로 친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오바마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한 노벨상 위원회가 말하는 “평화” 가 어떤 평화일지 궁금하며, 오바마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도 궁금하다. 전략론의 성인(聖人)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손자(孫子)의 병법은 역시 이 주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참고 해야만 할 좋은 언급을 하고 있다. 故戰道必勝, 主曰無戰, 必戰可也. 戰道不勝, 主曰 必戰, 無戰可也. 故進不求名, 退不避罪, 惟民是保, 而利於主 國之寶也 (兵法, 第 十 地形編) 즉 전쟁에 이길 수 있다고 생각 되면 왕이 싸우지 말라고 해도 반드시 싸워야 하며, 전쟁에 이길 수 없다고 생각되면 왕이 반드시 싸우라 해도 싸우지 말아야 한다. 자기 이름을 구하려 나가지 않고, 죄를 피하기 위해 물러서지 않고, 오직 백성을 보존하고 국가를 이롭게 하는 (장수) 는 나라의 보배 이니라.(konas)
이춘근(이화여자 대학교 겸임교수/미래연구원 연구처장)
* 이글은 미래한국 2009년 10월 제2호에 게재 된 내용입니다.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