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비리, 처벌만으로 근절 안 된다
병역의무 부과의 공정성과 형평성 확보를 위한 파격적인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환자를 바꿔치기 하는 수법으로 진단서를 발급받고, 말짱한 어깨 관절을 탈구시켜 병역을 면탈한 사람이 수백 명에 이른다고 한다. 몇 해 전에도 똑같은 수법으로 브로커와 짜고 병역을 면제받았던 무리들이 적발돼 병무 관계자와 담당 군의관은 물론 부유층과 고위공직자들인 그 부모는 형사처벌되고, 유명 연예인·스포츠 선수들인 당사자는 모두 현역병으로 입영했던 사건이 있었음에도 부당한 방법으로 병역을 면제받으려는 사람들의 기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병역의무는 헌법이 규정한 국민이 부담해야 할 최고의 가치로서, 단 하나뿐인 생명을 담보로 요구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고의 가치를 갖는 신성한 국민의 의무로 존중받아야 한다.
병역의무 부과는 공정성과 형평성이 훼손돼서는 안 됨에도 그동안 병역특혜로 인식되는 특례제도가 무분별하게 확대·시행돼 세계 야구인의 축제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선전한 선수들에게 현역을 면제하는 병역특혜를 부여하고, 국회연구단체가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권’의 입법화를 추진하기도 했다.
병역을 마치기 전에는 국적을 포기할 수 없도록 규정한 국적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법이 시행되기 전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려는 사회 지도층 인사 자제들로 법무부 창구는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병역비리는 처벌만으로 절대 근절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6·25전쟁과 2차 연평해전의 아픈 상처와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으며, 지금도 남북한을 합쳐 100만 명이 훨씬 넘는 군인들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는 안보상황을 잘 알고 있다.
2002년의 2차 연평해전은 6·25전쟁 다음으로 남북관계의 심각성을 보여 주는 사건임에도 우리는 이를 너무 쉽게 잊고 있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나라에서 외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것을 어느 부모가 자랑스럽게 여길 것인가.
어렵게 들어간 대학을 휴학하고, 억대의 연봉을 받는 직장을 휴직하고, 과학연구소와 대학원의 박사과정을 중단하고, 다시 처자식을 부모님께 맡기고 국토방위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20대의 2년여를 전방과 후방에서 몸과 마음을 바치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국방의 의무란 외부 적대세력의 직·간접적인 침략행위로부터 국가의 독립을 유지하고 영토를 보전하기 위한 국민의 기본적 의무로서 그 부과는 공정성과 형평성을 유지해야 함에도 경우에 따라 군에 안 가는 사람에게 밀리도록 돼 있는 병역제도는 개선돼야 한다.
헌법재판소에서도 97헌바3(1999. 2. 25)을 통해 ‘병역의무를 이행한 것이 결과적·간접적으로 그렇지 아니한 경우보다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 일차적이고 기본적인 의미이다’ 라고 판시한 바 있다.
병역법 제74조 제2항에는 군 입대자의 경제적·사회적 국가보상을 목적으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고용주는 군 입대로 휴직한 사람에 대해 입대 전 보수와의 차액에 상당하는 보수를 지급할 수 있다’ 라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단 한 차례도 시행되지 않았다.
이제 병역의무 부과의 공정성과 형평성 확보를 위한 파격적인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병역의무를 마친 사람에게 국가유공자로 우대하고 대학 입학과 장학금을 보장하며, 전공에 맞는 직장의 취업을 보장하고, 군 복무로 입게 되는 손실에 대해 경제적·사회적으로 보상하는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모병제 국가인 미국에서는 불법 이민자가 지원해 병역 복무를 마치면 대학 입학의 특전은 물론 시민권을 부여하는 사례도 있다.국가의 명령에 따라 징집돼 국방의무를 수행한 사람이 그러지 아니한 사람에 비해 특전을 받을 수 있도록 획기적으로 병역제도를 개정하는 것이 현 사태를 극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http://kookbang.dema.mil.kr/)
여춘욱(병역정의실현국민연합 대표/전 서울지방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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