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 외교, '실리'아닌 '실용외교'"
박현모 교수, '외교귀재' 서희 재조명 학술회의에서 주장
'외교의 귀재'로 추앙받고 있는 고려초 문신 서희(942~998)를 재조명하는 기념 학술회의가 9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3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다.
외교통상부는 이날 '21세기 창조적 실용외교와 서희'를 주제로 하는 학술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첫 사업이 시행된 '우리 외교를 빛낸 인물'로 서희를 선정하고 이 달 초부터 각종 기념사업을 전개해 왔다. 금년 KBS-1TV 사극 '천추태후'에서도 고려의 외교사에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조명되기도 한 서희는 탁월한 협상능력을 갖춘 외교전략가로 알려졌다.
그는 고려 성종 12년인 993년 거란의 소손녕과 외교담판을 벌여 거란과의 군사적 충돌을 막고 강동 6주를 고려 영토로 편입해 압록강까지 국경을 확장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날 회의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 박현모 교수는 미리 배포한 발표자료에서 "서희의 외교는 '실리외교'라기보다는 '실용외교'로 부르는 게 더 적합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 자료에서 "'실용주의 외교'는 여러 범주의 국가이익을 두루 포괄하는 용어"라며 "국경의 확장이라는 실리와 고려 위상의 국제적 고양, 고구려 고토 회복의 명분을 함께 확보한 서희의 외교야말로 실용외교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동안 서희의 업적에 대해 '실리외교'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이는 자칫 국가이익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국가이미지나 신뢰도 등을 지칭하는 국가위상을 아우르지 못하는 위험이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지적이다.
그러면서 그는 서희의 탁월한 외교 리더십에 대한 강조도 잊지 않았다.
박 교수는 "서희의 협상리더십은 그가 안융진에서 소손녕과 첫 대면하는 순간부터 발휘됐다"며 ▲예비협상단계의 기선잡기 ▲본협상단계의 논리적 설득과 새로운 대안제시 ▲후속협상단계에서의 신뢰형성을 통해 커다란 외교적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희의 개인적 외교 능력뿐만 아니라 당시 고려 성종의 강력한 후견을 받는 등 국내정치적 입지가 확고했던 것도 서희가 소손녕과 협상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이라는 데에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부산대 김기홍 교수는 발표자료에서 "서희의 협상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서희 개인의 역량과 함께 그 역량을 뒷받침해주는, 혹은 그 역량을 배가시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서는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서희는 강력한 이천 호족 출신으로 병관어사직을 지낸 사실상의 정치인으로, 오늘날 청와대나 장관의 훈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메신저 역할에 머무르는 우리 외교관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장관, 총리에 이어 서열 2위인 일본 외상, 김정일에 직보하는 강석주, 김양건을 상대로 북핵협상을 벌여야 하는 우리 외교관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야 창조적 실용외교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 역시 "서희의 협상리더십은 국왕의 앞이라도 바른말을 할 수 있는 고려정치의 전통과 좋은 의견을 잘 받아들이는 국왕 성종의 회의운영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발휘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서희와 같은 탁월한 협상능력을 갖춘 외교관을 기르기 위해 서희처럼 잘 듣고 간명 적절하게 말하는 토론문화와 가정, 회사, 국가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살려내는 회의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특히 국방, 외교 분야에 종사하는 공직자들은 서희가 실천했던 화법과 협상기술을 숙지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리더십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날 회의에서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기념사업의 취지와 우리 외교의 장래에 대한 기조연설을 하고 주미대사를 지낸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축사를 할 예정이다.
제1세션에서는 '고려초 대내외 상황과 서희의 생애와 업적' '서희의 외교적 업적과 협상전략'에 대한 한신대 김순자, 대전대 김갑동, 한국학중앙연구원 박현모, 부산대 김기홍 교수의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이어 제2세션에서는 신각수 외교부 제2차관의 모두발언에 이어 각계각층으로 구성된 토론자간에 '서희 외교의 현재적 함의와 활용 방안'에 대한 토론이 진행된다.
토론에는 조상훈 전 호주대사, 경북대 장동익 교수, 통일연구원 김수암 연구위원,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성배 연구위원, 외교부 이윤 정책기획국장, 고려대 국제대학원 왕영민씨가 참석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는 서희의 외교적 업적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창조적 실용외교'에 대한 시사점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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