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행정부의 올바른 사업추진 방법
다수 국민의 의사를 존중해야..‘책임정치’는 ‘국민에 의한 통치’보다 우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세종시의 건설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4대강 개발사업도 지지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가 세종시 건설계획과 4대강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모양새를 보고 있으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세종시 건설계획의 수정과 4대강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현 행정부의 방법이 민주주의 원칙과 마찰되는 부분이 있고, 그 수순이 비정석적(非定石的)이기 때문이다.
민주국가의 행정부는 일정한 임기가 보장되어 있다 하더라도 매우 급한 일(예를 들면 전쟁, 내란, 재난 등에 대한 대책 실천)이 아니면 다수 국민(정확하게는, 전체 국민의 반수를 초과하는 국민)의 뜻을 존중하면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존중’의 뜻은 다수 국민의 의견을 전면적으로 수용하거나,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국가의 행정부가 자기에게 보장된 임기 중에도 다수 국민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민주국가의 주인이 국민(현실적으로는 다수 국민)이고, 특정 행정부는 제한된 임기 동안 주인인 국민의 뜻에 따라 국민을 위해 일하도록 고용된 ‘머슴’집단이기 때문이다.
머슴은 주인의 지시를 받아서 일해야 하며, 적어도 주인이 반대하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설사 어떤 사업이 주인에게 큰 이익을 안겨 줄 일이라 하더라도 주인이 반대하면 그 일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머슴이다. 그 일을 반대하는 주인의 생각이 잘못된 것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 좋은 일을 하지 않음으로 해서 주인이 손해를 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주인이 반대하는 일을 머슴이 해서는 안 된다. 주인의 반대를 무시하고 머슴 마음대로 그 일을 하게 되면 그것은 주인과 머슴 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문제에 대한 다수 국민의 의사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던 시대에는 보장된 임기 동안 행정부가 책임정치의 구현이라는 명분하에 다수 국민의 의사를 생각하지 않고 국정을 운영해도 민주 행정부의 성격이 파괴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신뢰도 높은 여론조사로 다수 국민의 의사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시대에는 민주 행정부는 항상 현안 문제에 대한 다수 국민의 의사를 파악하려 노력하고 파악된 다수 국민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책임정치’는 ‘국민에 의한 통치’보다 우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국가에서 다수 국민이 항상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국가에서는 다수 국민이 설사 올바르지 않은 판단을 하더라도 다수 국민의 뜻을 존중하여 행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수 국민의 뜻을 거역하는 것은 국민의 주권자 지위를 부정하는 것이며 따라서 민주주의 원리를 부정하는 것이다. 민주국가의 존립여부가 걸린 문제가 아닌 한, 민주주의 원리를 부정하면서 국가에 이익이 되는 일을 시행해서 얻어지는 이익이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은 민주주의 원리를 부정하는 데서 초래되는 피해보다는 클 수 없다. 장차 국민의 손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민주적 가치와 원칙을 지키면서 행정을 하는 것이 민주 행정부이다.
세종시 건설계획의 수정은 현재의 계획대로 세종시가 건설되었을 때 초래될 국가적 피해를 없애거나 축소할 것이기 때문에 국가에 이익이 되는 일이며, 4대강 개발사업도 추진 시기와 규모에 논란의 여지가 있더라도 본질적으로 국가에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 두 사업은 긴급행동을 요하는 사업이 아니며, 현시점에서는 여론조사 결과에서 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사업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현 행정부가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면서 그 사업들을 추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에 이익이 되는 일이므로 다수 국민이 반대하더라도 밀어붙이자는 생각을 버리고, 우선 그 두 사업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야 한다. 그 사업에 관련된 장관들이나 국무총리는 물론이고 대통령도 나서서, 국회의원들에게 설명하고 국민에게도 직접 설명해야 한다. 그 사업에 반대하는 사람들과의 토론을 방식과 회수에 제한을 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진행하여 그 사업의 필요성을 다수 국민이 이해하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그리하여 여론조사 결과에서 51%이상의 국민이 그 두 사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 그 때부터 그 사업들을 시행해야 한다(세종시 건설계획 수정안이나 4대강 개발사업의 구체적 내용은 다수 국민의 지지가 확보된 후에 반대자들의 의견까지 수렴해서 작성·제시되었어야 할 사항이다). 반대로, 아무리 토론을 많이 하고 설명해도 여론조사에서 51%이상 국민의 지지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 두 사업의 추진을 포기하거나 사업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행정부가 최선을 다해서 설득했음에도 불구하고 51%이상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사업은 사실상 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사업으로 해석되어야 하며, 민주국가에서는 국가에 이익이 되는 사업이라도 다수 국민이 반대하면 시행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에 이익이 되는 사업을 국민이 반대하여 시행하지 못한 탓으로 초래되는 국가적 손실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하는가? 그 책임은 행정부가 질 사항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공동으로 책임질 사항이다. 그 손실은 국민이 옳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경우 손실을 보게 된다는 점을 깨닫게 만드는데 사용된 국민적 학습비용이다. 모든 깨우침은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konas)
양동안(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정치학박사)
출처:http://blog.daum.net/pre-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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