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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은 의무임과 동시에 권리이다

Written by. 김국헌   입력 : 2009-12-09 오후 1: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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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유학 중 아들이 태어났다. 자신이 6남 1녀 중 장남으로 본래 아들 형제가 많은 집안에서 자라났지만 첫 아이를 본 아버지로서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주위의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는 가운데 특히 우리 애가 미국 시민권자가 될 수 있으니 더욱 ‘축하’하고, 이는 부모들에게도 복이 될 것이라면서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출생지주의를 택하고 있는 미국 국적법에 따라 우리 아이는 우선 출생 증명서(birth certificate)를 받게 되고 18세가 되면 설혹 한국에 있다 하더라도 본인 의사에 따라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며, 부모는 미국 시민권자 아들의 초청에 따라 영주권 획득이나 미국 입국이 훨씬 쉬워진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미국 영주권을 얻기 위해 무진 애를 쓰는 당시 주변의 교민들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나의 입장과 태도는 조용하면서도 단호했다. 다른 사람이면 모르겠으나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장교가 아들을 미국시민으로 만든다? 안 되지. 이유를 묻기 전에 이것은 칸트가 말하는 직각적 도덕률에 어긋나는 일이다. birth certificate(출생증명서)? 아빠가 미국 유학 중에 낳았다는 하나의 기념품(souvenir)으로 간직하겠다는 조용한 미소로 그분들께 답하던 생각이 난다. 아들 정근은 이름대로 과연 정직하고 건강한 청년으로 자라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치고 지금은 국내 기업에서 매우 도전적인 일을 배우면서 세계를 상대로 호흡하고 있다. 군 복무 시절에는 소대장·대대 작전장교·연대 인사장교라는 학군장교로서는 드문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100킬로미터 행군을 비롯해 훈련이 힘들기로 정평이 있는 8사단에서 단련된 정근의 기상과 포부는 장군인 아버지가 보기에도 늠름하고 든든하다.

 아들의 병역을 면제해 주기 위해 미국에 원정출산을 간다는 갸륵한 ‘아낙’과 이를 함께 궁리하고 있는 ‘애비’들의 이야기가 도하 신문에 떠 있는 것을 보니 이런 일들이 전혀 낯설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로마가 천년을 지탱한 근간인 로마군단(legion)은 로마 시민만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로마인에게 병역은 의무이기 이전에 시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였다. 포클랜드 전쟁에서 앤드류 왕자를 전장에 내보내기를 서슴지 않은 영국 왕실이기에, 그러한 것을 당연시하는 영국 국민이기에 대영제국은 오늘날에도 의연한 국격(國格)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상식이요 도리가 돼야 한다. 군 복무를 하지 않아 평생을 두고 젊었을 때의 군 생활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피해 다니는 사회의 소외자를 만드는 것은 부모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 진정으로 아들의 긴 일생을 두고 볼 때, 과연 어느 길이 현명하고 바른 판단이요 행동인가를 부모로서 다시 한번 깊이 성찰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선진사회란 다른 무엇보다 이와 같은 사회의 기본규준이 바로, 그리고 굳게 서있는 ‘삶의 질’이 높은 사회를 이른다. http://kookbang.dema.mil.kr/

김국헌(예비역 육군소장)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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