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0년 세계정치 전망
<書評>앞으로 100년: 21세기 세계정치를 전망한다
저자: George Friedman
책명: The Next 100 Years: A Forecast for the 21st Century
New York 소재, Doubleday 출판사. 2009년 간행
1900년을 맞이했던 우리의 선조들은, 20세기는 인간의 생활은 더욱 편 해 질 것이고, 또한 문명발달과 더불어 진보를 거듭한 무기의 놀라운 살상력은 인간들이 전쟁을 더 이상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할 수 없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20세기는 평화의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발명된 기관총의 위력 앞에 전쟁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 되었다. 그러나 1900년이 시작된 지 겨우 4년째 되는 해에 발발한 러일전쟁은 이 같은 낙관론을 산산조각 내었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기관총 세례를 받으면서도 일본군은 주저하지 않고 돌격했었다. 14년 후 발발한 1차 대전 당시 기관총에도 끄떡없는 무기 (탱크)가 발명되어 전쟁을 다시 기동전으로 만들었고, 1차 대전이 끝난 지 20년만인 1949년 인간들은 두 번째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2차 대전 중에는 인류문명을 몰살 시킬 수 있는 핵무기가 발명 되었고, 발명된 지 불과 3주 만에 실전에서 사용되기도 했다. 1900년을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20세기 100년에 대한 예측은 완전히 빗나간 것이 되고 말았다. 당시 누구도 20세기가 인간 역사 최악의 전쟁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2000년이 시작 되는 순간 지구의 대부분 인류는 마치 1900년이 시작되는 순간 인간들이 그랬던 것처럼 미래에 대해 대단한 낙관론에 빠져 있었다. 지구 문명을 전멸 시킬지도 모를 미소간의 핵전쟁 위협은 사라졌고, 자유민주주의가 공산주의 사회주의에 대해 최종 승리를 거둔 결과를 보고 역사는 끝났다고 선언한 성급한 학자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21세기 100년이 평화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환상은 2001년 9월 11일 발생한 테러 공격 사건으로 말미암아 일찌감치 끝나게 되었다. 이제 21세기가 평화의 시대가 될 것이냐 전쟁의 시대가 될 것이냐를 논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비참한 일이기는 하지만 21세기도 역시 전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데 대부분 인류들은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 예측을 그만들 수 없는 호기심 많은 인간들은 21세기 국제정치를 주도하는 나라가 어느 나라일 것이냐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논의를 산출 해 내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의 글을 대략적으로 종합해 본다면, 21세기는 지난 500년 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유럽과 미국의 시대가 아니라 아시아의 시대 혹은 중국의 시대가 될 것이다. 특히 21세기 세계의 패권을 장악할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일 것 이라는 주장이 이제는 일반 상식처럼 되었다.
국력이 강대국 수준에 이르지 못하지만 초강대국들의 전략적 각축장이 될 수밖에 없는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을 그 어떤 나라보다 예의 주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요즘 회자되는 다수설처럼 미국의 패권이 몰락하고 중국이 패권국가가 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한미동맹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의 국가안보에 위태롭기 짝이 없는 일이 될 것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패권이 막강하게 유지 된다면 “균형자”가 되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 역시 우리의 안보를 파탄상태에 놓이게 할 것이다.
이 같은 상황 판단을 위해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는, 21세기 국제정치를 장기적, 거시적인 시각에서 분석한 양호한 책이 출간 되었다. 조지 프리드만이 저술한 「앞으로 100년: 21세기 전망」 이라는 책인데 저자인 프리드 맨 박사는 미국의 전략 분석가, 정보 전문가로서 미래의 세계 전략을 연구하며 이 주제에 관한 자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국제정치 및 전쟁 관련 정보통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전쟁의 미래」,(이 책은 한국어 번역판이 출간 되었다), 「미국의 비밀전쟁」등 6권의 저서가 있다.
프리드맨 은 국제정치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상수(常數)로서 생각해야 할 요인이 지정학이라고 주장한다. 지정학이 국제정치 분석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보이지 않는 손’ 이라는 개념이 경제학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같은 명제를 기반으로 프리드맨은 21세기 100년을 예측 진단하고 있는데 그의 주장의 독특성은 우리들이 일반 상식을 여지없이 부수어 놓는다. 프리드맨의 주장은 강력한 근거와 논리에 의해 뒷바침되고 있으며 그의 논법은 우리의 일반상식들이 얼마나 허접한 가설에 근거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우선 프리드맨은 21세기는 미국의 시대이며, 21세기를 위해서는 미국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힘만 막강할 뿐 아니라 문화적인 면에서도 세계 속에 깊이 침투, 세계 그 자체를 미국이 규정하고 있다고 봐야 할 정도다. 프리드맨은 체계적인 근거들을 제시하며, 미국은 2100년에도 역시 현재와 같은 세계 제1의 강대국으로 남는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자원, 인구 등에서 탁월하다. 미국은 비록 다량의 석유를 수입하고 있지만 석유 생산량은 일일 830만 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 생산량의 85% 에 이른다. 세계 전체의 인구밀도가 49인데 비해 미국은 31에 불과하다. 미국 사람들은 아시아 사람들에 비해 약 5배 넓은 땅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미국의 군사력은 미국으로 하여금 남의 나라를 침략할 수 있지만, 남으로부터 침략 당하지 않도록 한다. 미국은 태평양과 대서양 모두를 국경으로 삼는, 지정학적으로 대단히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해양 강대국이며, 미국의 막강함은 이제 비로소 시작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힘에 대해 프리드맨은 다음과 같은 결정적 언급을 하고 있다: “미국은 인공위성을 통해 지구위의 바다에 떠 있는 모든 배들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미국 해군을 통해, 이 배들의 움직임을 보장하거나 -혹은 거부- 할 수 있다” (every ship in the world moves under the eyes of American satellites in space and its movement is guaranteed -or denied - at will by the U.S. Navy)
이미 패권국의 지위를 차지한 미국은 이제 더 이상 “무엇을 성취 하겠다.” 라는 의미의 대전략을 가지지 않는다. 미국의 대전략은 “남이 무엇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미국의 또 다른 탁월한 전략 이론가 버코비츠 박사도 미국의 대전략은 미국이 “현재 차지하고 있는 전략적 이점(strategic advantage) 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데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대전략이 "현상유지적인 성격"을 가지는 이유는 미국이 이미 패권국이 되었다는 사실 이외의 다른 요인, 즉 지정학적 요인으로부터도 나온다.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이라는 큰 바다를 사이에 두고 유럽 및 아시아라는 권력의 중심으로부터 격리 되어 있기 때문에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서 세력균형이 유지되는 한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다. 미국은 유럽이나 아시아를 점령할 필요가 없다. 유럽 과 아시아를 전체를 장악할 패권국의 출현을 막으면 된다. 미국의 대전략은 아시아 혹은 유럽에서 적어도 2개 이상의 국가 혹은 국가군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데 있다.
21세기 미국이 유념하는 또 하나의 도전은 이슬람이다.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를 별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프리드맨은 이란, 이라크, 알카에다, 탈레반 등은 모두 이슬람 대제국을 건설 하겠다는 한 가지 공통적인 목표를 갖고 있는 동일한 대상으로 간주한다. 이미 처형당한 이라크의 후세인 전 대통령은 물론 , 아흐마네자드 현 이란 대통령, 알카에다 두목 오바마 빈 라덴 등은 모두 분열된 이슬람을 통일하고, 궁극적으로 이슬람 대제국을 건설하는 주역이 되겠다고 꿈꾸는 자 들이다.
미국이 9.11 직후 중동에 개입한 이유는 이라크를 정복한다거나, 석유를 장악하겠다는 그런 지엽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은 미국의 국가이익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이슬람 대 제국을 건설하려는 자들의 노력을 “방해” 하기 위해 중동에 개입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 이라크, 아프간 전쟁에서 이기고 있느냐 지고 있느냐는 타당한 질문이 되지 못한다. 사담 후세인, 오사마 빈 라덴 등의 원대한 대전략을 성공적으로 방해 하고 있는 한, 미국이 벌이고 있는 이라크, 아프간 전쟁의 유용성은 지속되는 것이다. 미국은 심지어 대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쟁에 질 수도 있는 나라다.
프리드맨은 21세기 미국에 대한 가장 막강한 도전 세력을 중국이 아니라 러시아로 상정한다. 러시아는 지금 다시 일어나고 있으며 과거와 같이 힘을 과시하려 할 것이다. 물론 미국은 러시아가 힘을 과시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등장을 저지하기 위해 오히려 중국이라는 카드를 사용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프리드맨은 러시아 외에 21세기에 막강한 국력을 발휘 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는 일본, 터키, 폴란드라고 주장한다. 폴란드는 쇠퇴하고 있는 독일을 대신하여, 미국의 러시아 봉쇄 노력에 동참 해 줄 나라며, 결국 미국의 막강한 지원을 받아 21세기 중 , 독일보다 강한 국가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터키는 힘이 증강 할 이슬람 세계의 주역으로 강대국의 반열에 올라갈 조건이 양호한 나라이며, 일본 역시 21세기 세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2차 대전 이후 60여 년간 지속된 국가전략 보다는 그 이전 일본이 택한, 부국강병의 길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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