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 세종시 수정안 발표
부처 이전 백지화, 기업과 대학 등 유치해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로…
정부는 11일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계획을 전면 백지화, 세종시 개념을 행정중심 복합도시에서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전환하고 삼성, 한화, 롯데, 웅진 등 대기업을 유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수정안을 발표했다.
기존 계획보다 10년 앞당겨 오는 2020년까지 집중개발되는 세종시에는 고려대와 KAIST가 들어서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지정을 통해 가칭 세종국제과학원이 설립돼 중이온가속기 등 첨단과학 연구시설이 갖춰진다.
이로써 지난 2002년 9월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행정수도 건설' 대선공약에서 비롯된 세종시는 여야의 치열한 논란 끝에 2005년 3월 행정중심 복합도시로 개념이 다소 바뀌었다가 이번 수정안 발표를 계기로 전면적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됐다.
그러나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세종시 수정에 반대하고 있는데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 등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이 '원안 고수'를 주장하고 있어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처리 과정에서 여야는 물론, 여여(與與)간에도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르면 금주중 특별기자회견을 갖는 것을 비롯해 충청권 방문과 박 전 대표면담 등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정 총리와 한나라당 지도부와 친이계(친 이명박계)도 적극적인 여론전과 친박계 설득에 나설 예정이어서 당분간 찬.반 양측이 맞부딪히면서 정국의 긴장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종시 수정 문제는 그 향배에 따라 이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 동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다 가깝게는 2.3월 조기 전당대회, 6월 지방선거, 멀리는 2012년 대선 구도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상당기간 메가톤급 이슈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 총리는 이날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세종시 발전방안'을 발표, 당초 2030년이었던 완공시기를 2020년까지로 10년 앞당기고 일자리 25만개와 인구 50만명, 자족용지 비율 20.7%, 신재생 에너지 사용량 15% 등의 자족 녹색도시로 만들어 중부권 첨단 내륙벨트 거점은 물론, 미래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집중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과거의 약속에 조금이라도 정치적 복선이 내재돼 있다면 뒤늦게나마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 나라를 생각하는 지도자의 용기 있는 결단 아니겠느냐. 세종시 건설은 정치적 신의 문제 이전에 막중한 국가 대사"라며 수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세종시를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전환하면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기업 유치 부문에서는 국내외 5개 기업이 신재생에너지, LED(발광다이오드), 탄소저감기술 등 녹색산업 분야에 4조5천150억원을 투자, 2만2천994명을 고용하는 것으로 일단 확정됐다.
먼저 삼성은 165만㎡ 부지에 2조500억원을 투자, 1만5천800명을 고용할 계획이며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LED 등 5개 계열사에 걸쳐 태양광발전, 연료용전지, LED(발광다이오드), 데이터프로세싱, 콜센터, 바이오헬스케어 등의 분야에 진출할 예정이다.
한화(60만㎡, 3천44명, 1조3천270억원, 에너지분야), 웅진(66만㎡, 2천650명, 9천명, 웅진케미컬.에너지 통합연구센터), 롯데(6만6천㎡, 1천명, 1천억원, 롯데식품연구소), SSF(오스트리아 태양광제품 업체, 16만5천㎡, 500명, 1천380억원)도 입주계획을 밝혔다.
다음은 정운찬 총리의 세종시 수정 입장 발표 전문임.(konas)
코나스 강치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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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총리 세종시 수정안 입장 발표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무총리직을 수락한 바로 그날, 해묵은 문제를 현안으로 제기한 뒤부터 ‘세종시’는 한 번도 제 머릿속을 떠난 적이 없는 핵심 의제였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세종시는 어제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자, 새로운 내일의 토대를 다지는 시대적 과업입니다.
충청권은 물론, 대한민국이 50년, 100년 먹고 살 ‘제3의 쌀’을 창조해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어깨에 지워진 무거운 짐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세종시는 경기도 분당 면적의 네 배에 달하는 거대한 프로젝트입니다. 여기에는 정치적 고려나 지역적 이해관계가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자칫 방향이 잘못 결정된다면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세종시 같은 국가적 대사(大事)를 결정하는 기준은 오히려 단순하고 명료합니다.
그것은 어느 방안이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 하느냐는 것 ―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개인이든 국가든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신의와 신뢰는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 요소입니다.
정책의 일관성 역시 정부에게 주어진 기본 의무입니다.
역사를 마주하는 경건한 자세로 세종시 발전방안을 마련하면서
저 역시 밤을 새워 고뇌와 번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명분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거의 약속에 조금이라도 정치적 복선이 내재돼 있다면 뒤늦게나마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 나라를 생각하는 지도자의 용기 있는 결단 아니겠습니까.
세종시 건설은 정치적 신의 문제 이전에 막중한 국가 대사입니다.
지금은 세계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역사적 전환기입니다.
우리에게는 어제에 발목이 사로잡혀 오늘을 허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그동안의 갈등과 우려를 씻어내고, 우리나라와 우리 후손들의 내일을 위해 지혜를 함께 모으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세종시 발전방안은 단지 세종시만의 것이 아닙니다.
충청지역과 우리나라의 공동발전을 도모하고, 과거의 분열과 대립을 뛰어넘어 모두가 한 마음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대장정의 시발점입니다.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둔 것 또한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상이었습니다.
기존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계획은 말 그대로 이미 있는 행정부를 반으로 쪼갠 뒤, 그 반쪽을 지방으로 옮기는 이전사업입니다.
수도 이전이 벽에 부닥치자 행정부처 일부 이전으로 대신하려는것은 시대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자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지난날 특별한 사유가 있어 행정부를 통째로 옮긴 나라는 더러 있지만, 일부 부처를 의도적으로 분산시킨 사례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통일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본과 베를린으로 중앙부처를 나눈 독일도 당면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행정부를 분산할 경우 매년 3~5조원의 비용이 낭비된다는 것이 전문기관의 연구 결과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선뜻 나서지 않는 위험한 실험을 굳이 우리나라에서 먼저 실시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고 봅니다.
세종시는 세계의 흐름을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지역을 살찌게 하고 국가경제를 견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심 끝에 우리가 찾아낸 해법은 작은 파이를 나누어 일시적으로 욕구를 만족시키는 미봉책이 아니라, 커다란 파이를 새로 만들어 모든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창의적 발전방안입니다.
우리는 어제의 시각에서 벗어나 오늘의 눈으로 내일의 충청과 국가 발전을 선도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세종시는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행정도시가 관(官) 주도의 과거식 개발계획이라면, 세종시는 과학기술이 교육과 문화와 어우러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인구 50만 명의 ‘미래형 첨단 경제도시’입니다.
대한민국을 선진 일류국가로 이끌어갈 21세기 전초기지를 창조하는 백년대계입니다.
대기업과 견실한 중소기업 그리고 대학과 연구기관이 들어설 수 있는 충분한 입지를 새롭게 확보한 것도 원대한 목표를 구현하려는 의도입니다.
당초의 계획에 반영돼 있던 자족용지의 세 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이곳이 산학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심장부가 될 것입니다.
건국 이래 최대의 수주액을 자랑하는 UAE 원전 수출은 우리나라 ―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위대한 승리였습니다.
첨단과학이 우리의 꿈이라면 첨단기술은 우리의 날개입니다.
정부가 구상 중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시설을 세종시에 건설하려는 연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330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거점지역에 세계 첨단의 중이온 가속기, 3천 명이 넘는 국내외 과학자를 수용하게 될 기초과학연구원, 그리고 융복합 연구대학원 중심의 국제과학 기술원 등이 그곳에 들어설 것입니다.
첨단 녹색산업 지구도 있습니다. 산업지구에는 고용과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선도 대기업을 유치하여 연구와 생산이 결합된 새로운 사업모델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이미 삼성·한화·웅진·롯데·SSF 같은 국내외 굴지의 기업이 입주 의사를 표명해 왔습니다.
중소 규모의 협력업체도 함께 입주시켜 고용을 원안보다 세 배 이상 높이고 생산을 대폭 확대하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벤처형 중소기업 유치부지도 별도로 확보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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