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생각]로버트 朴을 생각한다
"얼어붙은 동토(凍土)의 땅에 희망과 평화의 기운이 하루 속히 다가오기를 염원한다"
12일 오후 2시가 가까워 진 시각,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 망배단(望拜檀) 앞. 가방을 둘러맨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북한인권단체 회원들과 기자들이었다. 이곳에서 국내외 언론을 대상으로 한 '모든 북녘 동포를 위한 자유와 생명:2009' 등 북한인권단체가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날 파주지역 기온은 영하 14도까지 내려간다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추위에 비교적 약한 기자지만 한겨울 기온 영하 14도가 별거이겠는가 했지만 이 날 임진각에 불어오는 한기(寒氣)는 예사로운 게 아니었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귓가를 스치는 냉기나 바람결은 서울에서 맞이한 그 기세와는 사뭇 달랐다.
이 날 이곳에서는 지난해 12월25일 성탄절에 중국에서 두만강을 건너 북한으로 넘어간 미국 시민권자인 인권운동가이자 선교사 로버트 朴(29세, 한국명 박동훈)을 위한 기자회견과 풍선 날리기 행사가 있었다. 이 날 행사명은「대한민국 통일과 북한동포의 학살을 끝내기 위한 '로버트 박의 풍선'」이었다.
북한으로 보내는 고무풍선은 탈북자 단체를 중심으로 백령도나 강화도를 포함, 이곳에서도 몇 번 날려보냈고, 반응 또한 뜨거웠다. 마찬가지로 이 날도 국내외 언론들의 취재열기는 차가운 겨울 날씨가 무색할 정도로 뜨겁게 달궈졌다.
이 날 기자회견과 '로버트 박 풍선' 날리기 행사를 주관한 팍스코리아나의 조성래 대표는 오후 2시30분 한국에서의 풍선 날리기 시간에 맞춰 미국의 워싱턴, 뉴욕, 버지니아, 필라델피아, 영국 등 세계 각지에서 로버트 박을 위한 기도회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로버트 박이 북으로 들어간 후 유엔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가 2009년 한해를 마무리하고 예수의 사랑을 나누기 위한 성탄절에 북한 주민의 인권을 촉구하고자 김정일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휴대하고 자진해서 북으로 간 로버트 박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경주하고 있다.
이 날 주최측도 설명을 했고, 당사자인 로버트 박의 한글 자필에서도 나타나듯이 그는 북한인권과 통일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표명해 온 것으로 보인다. 주최측은 '로버트 박 풍선'을 보내면서 "로버트 박의 무사귀환을 바라지만 그보다 북한 동포가 압제에서 벗어나고 남북이 통일되는 게 우선"이라거나 "로버트 박이 들어가면서 이 행사를 하라고 부탁했다"는 말에서도 비록 젊은 나이지만 그가 얼마나 북한 인권을 위해 이번 북한 행을 결심하기까지 많은 것을 생각했는가를 짐작케 했다.
자진해서 북으로 들어간 로버트 박에 대해 북한 당국은 닷새가 지난 다음에 억류사실을 발표했지만 이후 어떤 설명이나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또 지난해 억류됐다 풀려난 미 여기자들이 가족들에게 보낸 적극적인 석방노력 요청과는 달리 이번 로버트 박은 입북하기 전 언론과의 통화에서 구출을 원하지 않았다. 그보다 "북한 동포가 압제에서 벗어나고 남북이 통일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어쩌면 스스로를 살신(殺身)해서 25만 여명으로 추정되는 정치범 수용소 해체와 수용된 정치범 석방, 기아(飢餓)선상에서 죽어 가는 북한 동포를 구원하고 이 땅에 평화의 불씨를 놓겠다는 종교적 순수함이 더 크게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이 문제를 두고 미국이 어떻게 북한과 대화를 나누게 될지, 한국은 또 어떤 자세를 취하며 세계 각국 지도자와 기독교 단체 등은 또 어떻게 하게 될지, 새해 벽두에 귀추가 주목된다 하겠다.
그 날 휴전선으로부터 약 7km 떨어진 지점에 있는 남북분단이라는 한국의 비극적인 현실을 그대로 간직한 채 유유히 흘러가는 임진강과 임진각에는 세찬 바람이 불면서 두 개의 고무풍선에 4,000장의 전단지를 담고 북으로 날아 오른 풍선은 겨울바람을 뚫고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로버트 박의 염원처럼 희대의 독재자 김정일 일당의 독재정권에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공포와 헐벗고 굶주리며 죽음의 사지(死地)에 내몰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고통 해소와 통일의 열망을 담고서.
기자는 임진각에 서있는 신의주-부산을 달리고픈 통일열차를 지켜보며 이 기차가 유쾌한 기적(汽笛)을 울리며 저 임진강을 넘게 되기를 기원했다. 다시는 로버트 박처럼 제3국을 경유해 북한을 넘지 않고 산천경개를 구경하며 관광열차로 달릴 날을 고대하며, 얼어붙은 동토(凍土)의 땅에 희망과 평화의 기운이 하루 속히 다가오기를 간절한 염원으로 지켜봤다.(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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