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유지의 관점에서 본 북한 내부정세
北, 3대세습과 계획경제 절대 포기할 수 없어
2009년 북한은 어느 해보다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던 격동의 한해를 보냈다. 국제사회에 보란듯이 장거리 로켓발사, 2차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감행하였으며, 대내적으로는 후계체제 구축, 150일과 100일전투, 헌법개정, 화폐개혁 등을 단행하였다.
밖으로는 위기조성과 협상전략을, 안으로는 주민통제와 체제강화를 추진해 왔다. 특히 북한은 내부 상황에 따라 외부 변수들을 적극 활용하는 접근을 일관되게 해 왔다. 때문에 우리는 북한 내부적으로 취해진 주요 정책들의 면면을 통해 북한이 처한 상황이 어떠하며,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짚어 봄으로서 2010년 북한이 나가려는 방향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 내부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조건에서 2009년의 정책 기조가 2010년에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때, 현재의 정세인식이 2010년을 내다보는데도 참고가 될 것이라 여겨진다.
2009년, 후계체제 구축을 위한 체제 재정비가 북한정권의 최대 관심
정치적으로 북한은 작년 8월 김정일의 건강 악화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치적 불안요소가 강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후계논의가 본격화 되었다.
김정은에 대한 찬양가요 ‘발걸음’에 대한 대대적인 보급을 시작으로 5.1절(국제노동절) 기념행사, 대규모 불꽃놀이인 ‘축포야회’ 행사 등을 김정은이 주도하면서 후계자로서의 ‘업적 쌓기’에 주력해왔다. 뿐만 아니라, 각종 강연회나 내부교양, 선전물 등을 통해 후계자 김정은을 대대적으로 홍보함으로서 3대세습을 위한 수순밟기에 적극 나섰다.
때문에 북한에서 2009년 한 해는 후계자 김정은을 위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2009년 한 해의 모든 정치 일정과 국가의 주요 정책들이 안정적인 후계체제 구축을 위해 짜여져 왔다고 볼 수 있다. 실제 150일전투, 100일전투나 화폐개혁이 김정은 후계구축과 전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 4월에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 헌법을 개정하여 국방위원장의 지위와 국방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것 또한 향후 김부자 중심의 후계논의를 본격화하기위한 일련의 조치로 분석된다. 이처럼 북한은 정치적으로 후계체제 구축을 위한 체제 재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계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가 후계체제 구축 과정에서 유심히 살펴볼 것은 후계구도를 중심으로 진행된 아버지 김정일-후계자 김정은-반김정은 세력들 사이에 조성된 팽팽한 긴장과 갈등 요소들이다. 이러한 갈등 요소들이 이후 북한 내부의 불안정서를 증폭시켜 북한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김정일의 건강이 회복되면서 김정은 중심의 후계체제가 ‘조용한 안착’을 해가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지만, 권력의 속성상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특히 김정일의 건강이 다시 악화되면 권력투쟁은 겉잡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많다.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도 지금 당장은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자임하고 있지만, 상황이 바뀌면 꼭 김정은을 후계자로 고집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김정은의 리더쉽과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불신과 반발이 확산되면 후계구도는 또다른 양상으로 펼쳐질 수도 있다. 후계문제와 관련한 너무도 많은 변수들이 김정일과 김정은 앞에 숙제로 놓여있다. 이처럼 북한에 있어 후계문제는 건강악화로 불안한 김정일의 유일한 대안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을 야기시키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사안이다.
북한은 시장통제를 통해 계획경제로의 재복귀를 원할 것
2009년 한 해, 북한은 시장통제를 통한 흐트러진 계획경제를 복원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써 왔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장마당을 중심으로 한 시장화의 확산을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북한은 장마당에서 장사할 수 있는 나이와 성별, 장사할 수 있는 시간과 판매품목 제한 등을 정해 시장통제를 일관되게 진행해 왔다.
급기야 북한의 최대 도매시장인 평성시장을 폐쇄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통제도 한계가 있어 북한 주민들의 국가에 대한 충성도와 결속력은 갈수록 떨어져왔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힘이 북한 주민들과 북한 정권 사이를 갈라놓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가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리 만무하다.
공장가동률은 20-30%도 되지 않고, 원자재 자체가 고갈된 조건에서 북한 주민들의 직장 출근율 또한 의미를 상실한지 오래다. 그나마 출근이 보장되는 기업소나 공장이라 해도 노동자들은 8ㆍ3활동에 온 정신이 집중되어 있다. 국가의 생산목표 하달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150일전투와 100일전투를 전격 발기하였다. 발전소 건설, 도로정비, 대규모 주택건설 등 북한 전역에서 행해지는 대대적인 동원사업이다. 이 기간에는 시장통제 뿐만 아니라, 직장 출근 단속, 이동통제, 노력동원 등이 행해졌다. 북한은 이러한 전국민적 동원사업을 통해 바닥난 내부자원들을 최대한 긁어모아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
시장으로 쏠린 주민들의 몸과 마음을 통제하여 계획경제로의 재복귀를 바라고 있다. 북한은 “150일전투와 100일전투가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속도를 내기 위함”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는 이러한 노력동원운동이 통제가 약화되고 있는 노동력을 국가 경제 영역에 다시 포함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점이다. 그리고 북한이 벌이는 150일전투와 100일전투는 경제난 극복과 주민통제라는 목적 외에도 후계자 김정은의 ‘업적쌓기’라는 정치적 목적까지 보는 다목적 카드인 셈이다.
그리고 최근 북한은 신·구화폐의 비율을 1:100로 하는 화폐교환 조치를 전격 단행하였다. 이번 화폐교환 조치가 당장의 시급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소하고, 새로 형성된 시장화 세력들을 단속하기 위한 것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과거의 사회주의 계획경제로의 회귀를 여전히 갈망하고 있는 북한 정권의 속내를 보이는 조치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까지 북한이 시장경제를 허용했다고 한 적이 없고 시장에 대한 단속과 통제는 계속 해 왔지만, 다른 한편으론 배급이나 월급도 제대로 못주는 상황에서 시장을 막을 수도, 막아서도 안되니 적당히 인정하고 가겠다는 입장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 당국은 이번 화폐개혁을 통해 “시장은 먹고 살만큼만 이용하라”, “시장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따라서 이번 화폐교환 조치는 여러모로 통제권 밖에 존재하는 시장주의적 요소와 북한 정권과의 전쟁인 셈이다. 그리고 북한은 최근 “사회주의 경제 원칙은 사회주의 건설의 근본담보”라는 내부 강연을 통해 ‘150일 전투’ 기간 일부 공장 기업소들에서 자본주의적 경영방식들을 도입한 실례들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이는 ‘150일 전투’ 기간 생산을 활성화한다고 하면서 무리하게 강행한 자의적인 원자재 조달이나 가격 경쟁 등과 같은 자본주의적 경영방식들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인 것이다.
이처럼 150일전투와 100일전투, 화폐교환 조치는 당면하여 시장통제를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좀 더 본질적으로는 세습체제와 계획경제를 어떻게든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 정권은 이러한 목표를 위해서 어떤 도전도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체제유지와 경제회생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으려 해
이처럼 작년 8월 김정일의 건강악화로 촉발된 북한 내부의 불안요소는 북한 정권을 체제유지와 내부단속에 더욱 몰두하게 해 왔다. 북한 정권은 후계문제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성의 강화와 계획경제의 붕괴에 따른 경제난의 심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2012년까지는 뭔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조급함을 떨쳐낼 수 없는 상황에 몰려있다.
3대 부자세습도 해야겠고, 사회주의 계획경제도 포기할 수 없으니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아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목표로 보인다. 전면적인 개방을 통해 해외의 우수 기술을 배우고 외자유치를 통한 경제회생을 거부한 채 이미 소진돼 버린 내부 자원을 가지고 주민동원에 의존해 이런 목표를 2012년까지 달성한다는 게 가능할리 만무하다. 문제는 북한 정권도 이를 일부 인식하고 있으나 체제유지를 위해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포기할 수 없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시장경제의 수용은 자기 부정이 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북한 당국으로서는 시장화의 진전이 계획경제의 붕괴를 가속화시킬 것을 잘 알고 있는 조건에서 통제범위를 벗어난 자본주의적 요소를 허용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시장화에 대해 전면적인 차단을 단행하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앞으로도 북한 당국은 계획경제와 시장경제의 가운데에서 좌충우돌하며 오락가락 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북한 정권은 그 어떤 변화를 위한 긍정적인 시도나 선택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현상유지와 과거로의 회귀에 집착하고 있어 보인다.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의 고수와 계획경제의 복구가 그것이다. 후계 안정화를 통한 세습독재의 유지와 시장주의적 요소의 단속을 통한 계획경제로의 복귀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근본적인 차원의 개혁·개방에 대한 선택은 허용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