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장 뽑기
MBC 국민연합이라는 단체가 MBC 사장 지망자들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하자는 제의가 방문진에 의해 묵살당했다. 묵살한 이유는 “남의 회사 일에 왜 외부가 관여하느냐?‘는 것과, ”국민에게 의견을 청취하자는데 어떤 국민을 말하느냐?“는 시비였다.
국민연합측의 입장은 애초에 자기들이 전적으로 주관해서 그 일을 하자는 게 아니라 예컨대 방문진 같은 곳에서 한 번 해 볼만 하지 않느냐 하는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제의의 밑바탕에는 물론 근래의 MBC가 드러낸 편향성에 실망한 나머지,, 새 사장으로는 가급적 공정한 안목을 가진 인사가 뽑혔으면 하는 염원이 깔려있었던 것으로 감지된다.
“남의 회사 일에 왜 외부가 관여하느냐?” 하는 것은 따라서 "외부가 관여 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방문진이 그것을 주관해서 하면서 각계의 여망을 수렴해 달라는 요망을 오해한 말일 것 같다. 더군다나 전파는 국민의 것이기 때문에 방송사는 신문사처럼 개인이 소유하는 사유재산과는 다른, 공공재의 특성을 더 두드러지게 띠고 있다. 바로 이점에서 그 공공재를 과연 어떤 사장 지망생이 문자 그대로 공공적인 안목에서 공공성에 투철한 방식으로 공정한 방송 제작에 임할 것인가 하는 주제는 MBC 밖의 광범위한 공공사회의 당연한 관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투철한 공공성과 공정성을 견지한 ‘비교 우위’의 사장 감을 골라내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누가 뭐라고 요청하기 전에 방문진 스스로 설령 청문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질의 응답 세션 등을 통해 각 지망자들의 포부와 소신과 계획을 묻고 듣는 간담회 같은 것이라도 한 번 거치는 것이 방문진이나 MBC를 위해서도 결코 손해될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왜 굳이 소통의 문호를 일거에 닫아버렸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도대체 어떤 국민에게 물어보자는 거냐“고 했다는 시비는 결국은 (내가) 좋아해 줄만한 사람들도 아닌 미운털 박힌 사람들의 말은 굳이 들어 뭣 하느냐?”는 배척의 말로 들린다. 그러나 그것도 과민한 기우(杞憂)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사람들도 불러다 얘기를 들어보면 될 것 아닌가?
이런 논란 자체가 일어난 배경을 돌아 볼 필요가 있다. 거기엔, MBC가 그 동안 자기들이 예쁘게 보는 사람들의 취향에만 맞추려 하는 나머지 그런 특정한 목적의식으로 색칠해지거나, 조작되거나, 왜곡되거나, 편파적이거나, 특정 방향으로 몰아가려는, 그래서 다분히 정치적인 편집의도에 따라 프로그램 내용을 과도하게 스핀(spin) 하는 제작성향을 보여 왔다고 하는 데 대한 우려와 거부감이 짙게 깔려 있다. 스핀(spin)이란 정보를 자신의 의도에 따라 조작(manipulate)하고 편집해서 자신이 의도하는 바에 따라 상대방에게 주입시키는 행위라 할 때, MBC는 그간 그런 논란의 가장 한가운데에 서왔다. PD 수첩, 광우병, 촛불, 번역 오류, 광범위한 항의, 그에 대한 반론과 언쟁, 그리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까지 불러왔다.
이런 지나간 사정을 보더라도 MBC 지지자 외에 MBC 반대자들의 이견과 불만이 무엇인지도 폭넓게 알아 두는 것이 MBC의 공정성 과시를 위해서도 나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어쨌든 그런 것을 안 하기로 끝장을 냈다니 달리 더 할 말은 있더라도 말짱 헛것이 되었다. 다만 MBC 국민연합이 그렇다면 자기들이 그런 행사를 맡아서 해보겠다고 했다니, 그것은 그들의 자유다. 그 자유의 목소리를 이왕이면 국민적 보편적 공감을 살 수 있는 공명정대한 격(格)높은 담론으로 표출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질(質)높은 담론을 창출하는 쪽이 질(質)낮은 담론을 내세우는 쪽에 대해 압도적인 도덕적, 정치적, 문화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요컨대는, 말 되는 것이 말 안 되는 것을 이긴다고 해두면 틀림없을 것이다.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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