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확대를 위한 구조조정 시급하다
노동시장 유연성 높여 채용 늘리고 인력 이동 더욱 쉽게..신성장·녹색산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도 확보해야
지난해 우리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에서 플러스 성장을 했다. 작년 2분기 중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는 것을 기점으로 소비와 투자 등 내수도 빠르게 회복됐다. 물론 작년 초 정부가 비상경제체제로 전환하면서 대규모 재정확대 등 경기확대정책을 펼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올해에도 수출과 내수가 꾸준히 회복되면서 연간 5% 수준의 성장을 달성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향후 10년간 국가발전계획인 ‘비전 2020’을 작성하고 있다. ‘비전 2020’에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등 달라진 대내외 경제여건을 반영하여 대선 공약이었던 747공약(연간 7% 경제성장, 10년 후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경제 규모 세계 7위)을 폐기하고, 10년 후 경제성장률 5%와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합계출산율 1.7명을 목표로 새롭게 비전을 수립한다고 한다.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연평균 4% 수준으로 성장했으므로, 향후 10년 후 연 5% 성장은 당초 기대에 비해 크게 미흡할지 모른다. 하지만 향후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연평균 4% 성장도 어렵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으므로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더욱 구체적이고 실현가능성이 높은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2000년대 들어 ‘불황형 흑자’ 지속
세계경제 환경 고려해 수출·내수 균형 계획 수립해야
세계경제 성장이 위기 이전에 비해 둔화된다면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므로 수출과 내수의 균형으로 안정적 경제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2000년대 들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내수 비중은 상승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내수 비중은 하락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규모가 확대되면서 내수 비중이 늘어나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들어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투자 부진으로 수출과 내수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지 못하고, 내수 부진을 통한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구조를 보였다.
내수 확대의 가장 큰 제약은 경상수지의 적자 반전과 인플레 가능성이다. 현재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내수 부진에 따른 ‘불황형 흑자’이므로 향후 내수가 확대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또한 내수 확대는 물가 및 자산 가격 불안을 야기하므로 내수 확대 정책은 수요뿐만 아니라 공급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즉 내수확대를 위해 재정·금융 측면의 지원 정책을 사용하다보면 공급은 크게 늘지 않고 수요만 확대되어 경상수지의 적자 반전과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투자 부진으로 우리나라의 내수 비중은 하락 추세에 있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내수가 더 크게 위축됐으므로 경제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당분간 수요 면에서 내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재정·통화정책을 통해서 내수를 확대하기에 한계가 있으므로 중장기적으로는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 향상 등 공급 정책과 수출과 내수의 선순환 기반 구축 등 구조조정 정책과 병행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제조품 수출 주도 성장에는 한계가 있어
개방·규제완화로 서비스 산업 경쟁 촉진해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서비스산업 선진화' 정책은 내수확대를 위한 대표적 공급정책이다. 2007년 우리나라 서비스산업 비중은 OECD회원국 중 29위로 최하위권이다. 우리나라가 1960년대 이래 제조품 수출에 의존한 성장을 해 온 만큼 이러한 결과는 크게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중국의 추격으로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이 위협을 받고 있고, 제조품의 수출경쟁력이 매우 높은 일본이 20년 가까이 침체 내지 불황을 겪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수출 주도 성장의 한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경제의 서비스화에 따른 서비스 수요 확대로 서비스수지 적자가 크게 확대됐다.
따라서 이제는 서비스 산업에 대한 개방과 규제 완화로 경쟁을 촉진하고, 제조업에 비해 불리한 지원제도를 개선하여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토지관련 세부담과 전력가스이용료, 교통유발환경개선부담금 등 준조세, 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차별하고 있으므로 이제는 전향적으로 차별을 시정해야 한다. 교육, 의료, 관광 등 규제산업도 국내 산업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규제 완화를 통해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제조업도 수출·내수 선순환 구조 마련해야
부품·소재산업 특화 중견기업 육성…지원체제 재정비
서비스 산업 선진화뿐만 아니라 제조업의 구조 개선을 통해서도 내수를 촉진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수출호황이 내수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부품소재산업 낙후에 따른 외주(outsourcing), 중소협력업체의 경쟁력,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 지금까지 지적되어 온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므로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수출과 내수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이미 세계 굴지의 기업이 됐으나 이들 대기업을 제외하면 종업원 100인 이하의 소규모 기업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중소기업 정책 및 인적 자원 정책의 핵심 과제를 부품·소재 산업에 특화하는 중견기업 육성에 두고, 지원체제를 재정비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성 높여 채용 늘리고 인력 이동 더욱 쉽게
신성장·녹색산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도 확보해야
또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인력 사용을 줄이려하므로 고생산성 부문에서 퇴출되거나 고용되지 않은 인력을 저생산성 부문이 흡수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가 심할 때 고생산성 부문에서 퇴출된 인력을 저생산성 부문이 흡수하기 어렵다. 그러나 노동시장이 유연해질수록 생산성 차이에도 불구하고 임금수준이 같아지게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줄어들면, 대기업은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하려 하고, 중소기업에 가려는 인력도 늘어나게 된다.
마지막으로 신성장산업 및 녹색산업을 통한 성장동력 확충을 들 수 있다. 신성장산업과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로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내수를 확대하며, 중장기적으로 경상수지 개선을 도모하여 추가적 내수 확대의 여력을 마련해야 한다.
내수확대를 위한 구조조정은 결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차근차근 추진돼야 한다. 내수확대를 위한 구조조정이 연 5% 경제성장을 위한 ‘비전 2020’ 수립에 주춧돌이 되기를 바란다.(http://www.korea.kr/)
박원암(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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