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적인 이념논쟁’이라는데...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 될 나라” “빨치산은 열사”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이라고 누가 말해도 그냥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것인가
국가와 국가의 상징물을 귀중하게 여기는 것을 불문곡직 '국가주의'라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다. 국민의례를 민중의례로 바꿔치기 하는 사람들, 태극기를 한반도기로 바꾸려는 사람들, Korea를 Corea로 바꿔 쓰는 사람들이 예컨대 그렇다. 이들 식이라면, 그렇다면 프랑스 사람들이 1789년의 혁명을 상징하는 3색기를 사랑하는 것도 ‘국가주의’이고, 영국 사람들이 유니언 잭을 귀히 여기는 것, 미국 사람들이 성조기와 함께 그들의 국가(國歌)를 애모하는 것도 다 ‘국가주의’란 말인가?
이들 나라들은 ‘국가주의’ 독일 일본과 싸운 자유민주주의 나라들이다. 태극기 역시 우리 선대가 3.1절 날 총에 맞아 쓰러지면서도 쥐고 흔들던 바로 그 깃발이다. 이것을 애모하는 게 ‘국가주의’인가?
‘국가주의와 ‘국가를 사랑 하는 것’은 서로 다른 별개의 것이다. 국가주의자 아닌 자유민주주의자도 얼마든지, 그리고 당연히 자기 나라와, 나라의 상징물을 존중하고 높이 받들 수 있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
그럼에도 일부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흐려 놓기 위해 대한민국 대신 ‘전국(全國)’이라는 접두사를 자기네 단체 이름 앞대가리에 갖다 붙인다. 태극기, 애국가, 국민의례를 폄하하고, 8.15 공식 행사를 굳이 김구 선생 묘역에서 따로 치르겠다고 우기고, 일부 초등학생들은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존재조차 몰라서, 질문을 받으면 “어? 누구지? 그런 거 배우지 않았는데...” 하며 비실비실 웃는다.
이 모든 현상은 한 마디로 우리 교육현장과 부모와 주변 환경이 후대의 한국인들에게 그런 것을 가르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지우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메모리에서 삭제하려는 공작인 셈이다. 이건 제대로 된 나라의 공교육도 아니고, 제대로 된 가장(家長) 역할도 아니다.
이렇게 해서 텅 비어버린 어린이들의 머릿속 공간에 “대한민국은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였다”고 생각하는 이단(異端)파가 기어들어와 대한민국에 관한 그들의 기억장치를 아예 떼어내려 했다. 그 대신 “빨치산은 열사(烈士)니까 추모해야 한다”는 칩(chip)을 그들의 두뇌 속에 집어넣으려 했다. 이 영혼 도둑질은 지금도 교육현장 일각과 일부 현대사 교과서에서 일관되게 작동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부의 이런 사상공작, 의식화 공작과, 그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하는 것을 똑같이 ’소모적인 이념논쟁‘이라며 대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아닌지? 그냥 덮어놓고 ’소모적인 이념논쟁‘이라는 포괄적인 말로 이것도 저것도 똑같이 간주하는 듯한 어법(語法)을 쓰니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화합해야 할 상대도 있지만, 분명하게 적대해야 할 상대도 없을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소모적인 이념논쟁‘이라는 야단을 도매금으로 맞지 않으려면,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 될 나라” “빨치산은 열사”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이라고 누가 말해도 그냥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것인가? 헷갈려서 묻는 것이니 대답 좀 자세히 해 주었으면 한다.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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