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협박외교' 할 때 아니다
"특단의 대책없으면 식량 100만톤 부족한 북한 3~4월 심각한 식량난 겪을 것…신속히 6자회담 복귀해서 국제사회 지원받아야"
한동안 유화적 태도를 보이던 북한이 다시 `협박외교` 모드로 돌아섰다. 북한은 4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를 내세워 "남조선 당국이 생트집을 부리며 관광길을 계속 가로막으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북한은 8일부터 시작된 한ㆍ미 `키 리졸브(Key Resolve)`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키 리졸브 훈련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벌어졌을 때 방어와 격퇴를 위한 한ㆍ미 양국 군의 연례 연습이다. 오는 18일까지 남한 전역에서 실시되며 주한미군 1만여 명과 미국 본토 등지에서 증원된 8000여 명 등 미군 1만8000여 명이 참가한다. 한국군은 2만명 이상이 참가한다.
예상했던 대로 북한은 키 리졸브 연합훈련에 대해 강경하게 반응했다. 북한군 판문점 대표부는 7일 "핵전쟁 연습, 북침전쟁 연습인 만큼 조선반도 비핵화 과정은 중단될 것이며 우리의 자위적 핵 억제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대변인 성명을 발표했다. 또 북한군 최고사령부는 "조선 인민군 육해공군 부대들은 만반의 전투동원태세를 갖추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이러한 북한의 행태는 최근 남북정상회담 연내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남북 관계 개선을 향한 희망적 관측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반복되는 북한의 `협박외교`는 이제 그 효용을 다한 지 오래지만 북한은 멈출 줄을 모른다.
북한이 다시 강경 모드로 돌아선 것은 내외적으로 궁지에 몰린 지도부의 위기의식을 북한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말 단행한 화폐개혁 이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유례없이 북한 당국이 실패를 인정했을 정도로 인플레이션과 환율 폭등이 심각하다. 대북 지원단체들을 통해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보통은 춘궁기인 4월부터 아사자가 나오는데 올해는 1월부터 이미 아사자가 나오기 시작했고,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3~4월께 지난해 추수한 곡식이 소진될 때쯤 되면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한다.
이런 와중에도 `2ㆍ8비날론기업연합소` 재가동을 축하하기 위해 함흥시에 10만 군중이 모였다. 신변안전 문제 때문에 야외 집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거의 없던 김정일 위원장도 그 자리에 참석했다. 우리 상식으로는 그 많은 군중이 모여 집회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각자 생산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지만 그것이 북한식 셈법이다.
북한에서 `주체 섬유`로 불리는 비날론에 대한 김정일의 사랑은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이 몸소 군중대회에 참석한 것은 신년 사설에서 언급했듯이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해 인민생활을 향상시키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지를 선전하기 위한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10만 군중이 모인 것은 여전히 당국의 통제가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순수히 방어적 성격의 한ㆍ미 연합훈련에 전투동원태세를 명령한 것에서 보듯이 `사회통제`와 `위기국면 조성`이 북한의 체제유지 방식이다. 하지만 외부 세계와 철저히 단절된 채 주민들의 기본 생계조차 해결하지 못한 북한 체제가 얼마나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이제 곧 춘궁기가 다가온다. 식량 100만t 이상이 부족한 상태에서 외부 지원이 없으면 북한 주민들은 앞으로 석 달은 더 굶주려야 한다고 한다. 인민들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먹이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고 한 김정일 위원장의 말이 진심이라면 그가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할지는 명백하다.
이미 약발이 다한 `협박외교` 카드를 붙잡고 있는 대신 6자회담에 신속히 복귀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다만 결정은 김 위원장의 몫이고, 그 결정이 날 때까지 굶주려야 할 북녘의 형제자매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http://www.sejong.org/)
이상현(객원논설위원/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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