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지킨다는 것
Written by. 양동안
입력 : 2010-03-31 오후 2:00:42
남들이 나라를 생각조차 않을 때
나라를 지키기 위해 땀 흘리는 것
나라를 지키기 위해 피 흘리는 것
나라를 지키기 위해 죽는다는 것은
어리석고 외로운 일이라고
영리한 사람들이 말했다지만
이 나라 말고도 사람 살 곳 많이 있고
나라가 위태로우면 비행기 타는 것이 상책이고
배가 가라앉으려 하면 먼저 뛰어내리는 것이 상책이라고
잘 나고 약은 사람들이 말했다지만
깜깜한 밤 중 차가운 별빛 밑에서
답답한 배 밑창 기관실에서
욕설 뿌려대는 성난 군중 속에서
비웃음의 안개 속에서
나라 지키는 일 하다가
어디서 날아온 지도 모르는
포탄, 총탄, 화염병, 돌맹이에 맞아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사람들 중에는
나라를 위해
좀 더 폼 나게 싸우다가 죽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다고
나라를 위해 한 번밖에 죽을 수 없는 것이
나라를 위해 바칠 수 있는 목숨이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
한스럽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촌스런 사람들은
차가운 밤바다 속에서
딱딱한 흙더미 속에서
훌쩍거린다
나라는 나를 낳아준
어머니를 바꿀 수 없듯이
바꿀 수 없는 것
내가 사라져도
내 가족과 친구와 후손들이
눈치 받지 않고 살아갈 유일한 곳이라고
나라를 지킨다는 것은
어머니와 내 가족과 내 후손을 지키는 것이라고
영리하고 잘난 사람들이 나라에 무관심할 때라도
나라를 지키다 죽는 것은
어리석지도 외롭지도 않은 일이라고(konas)
양동안(한국학 중앙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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