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체제유지 내구력이 무너지고 있다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북한체제 내구력 진단' 토론회 열어
북한체제의 내구력을 지탱하는 2가지 요소는 “정통성의 원천인 김일성·김정일 중심체제와, 인민에게 지상낙원 이미지를 유지해 온 폐쇄체제”이며, 북한은 내구력을 유지하기 위해 "속도와 전투, 통제와 단속, 모범 영웅 따라 배우기 운동" 등의 조치를 취해 왔다.
7일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동 대학 북한학연구소 주최로 열린 ‘북한체제의 내구력 진단’ 토론회에서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김영수 교수 북한 진단이다.
이날 토론회는 북한체제가 한계상황에 직면했는지, 아니면 아직까지 체제유지가 가능한지의 두 가지의 토론주제에 대한 발표와 토의가 이어졌다.
김 교수는 북한체제의 내구력을 전통성 측면에서 진단하면서, 김정일의 권위가 김일성 사후 2차례에 걸쳐 굴곡을 겪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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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1998년 제 10기 1차 최고인민회의 때로, 당시 3차 7개년 계획경제의 실패로 간부들은 김정일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았으나 김정일은 오전 회의에 참석해서 한 마디의 말도 없었고 오후 회의에는 불참하는 대신 녹음을 청취해 권위가 추락됐다고 했다.
두 번째는 작년 말 화폐개혁 조치를 전격적으로 단행한 이후인데, 이 때부터 “주민들의 김정일에 대한 존경심이 줄어 들고, 중앙당과 지방당 사이에는 마찰이 심해졌으며 아랫단위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의 권위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행위는 아직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불평불만의 표적은 당관리나 하부관리로 향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북한의 체제작동 원리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는데, 그 예로 “북한체제의 가장 큰 특징인 국가중심 체제작동 원리가 7.1조치('02년 7월1일 발표된 ‘경제관리개선조치’로, 가격 및 임금의 대폭인상, 노동생산성 향상, 배급제 개선, 공장·기업소의 경영자율성 확대, 사회보장체계 개편 등이 주요 내용임) 이후 약화되면서 상명하복의 국가중심체제가 급격히 통제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시장의 경제원리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국가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사적영역이 형성됐고 개인중심의 활동영역이 커지면서 국가가 통제하는 공적활동에 주민들의 참여가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아울러 김 교수는 “북한체제의 핵심작동원리인 민주주의중앙집권제 원칙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어, 북한 사회에서 '상명하복'이나 '절대복종'은 물론 수평적 협력조차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장 원리가 북한 사회를 작동시키는 새로운 작동원리로 부상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성과급제 및 독립채산제의 확산, 실적과 실리 중시, 주민들의 시장친화적 의식구조 확산, 정보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구조의 개선,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정보유통 속도의 증가” 등을 들었다.
이로 인해 “'돈 많은 사람이 애국자'라는 명제가 인민들에게 새로운 가치규범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개인연대가 조직연대보다 중시되고, 생존을 위한 개인 사이의 연대가 관료-주민의 공생관계로 변하면서 북한 사회에는 새로운 먹이사슬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공생관계가 “정치적 색채를 띠는 부분에까지 침투 또는 확산되고 있지는 않음”을 분명히 밝혔다.
김 교수는 북한의 내구력이 한계상황에 직면했다는 근거로 “위로부터의 변화조치로 인해 빈부격차가 가속화되고 있고, 고난의 행군 이후 사적 이익추구 경향이 증가하고 있으며, 공적활동 영역 내에서 사적활동이 공공연히 진행됨으로써 북한체제의 근간을 이루던 가치관의 변화가 심각”하게 이루어지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또한 현재 북한 주민들은 대부분 장사로 생존하고 있고, 시장경제 마인드의 확산과 여성의 위상 강화 및 의식화, 중국제품에의 절대적인 의존, 빈부격차 증대, 남한에 대한 관심 증대, 당 차원의 지원 감소로 인한 군인들의 기강 저하 등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이 변화하고 있는 양상을 소개했다.
그럼에도 “당의 지시나 체제 우월성을 교양하는 학습이나 생활 총화는 형식적 추세임에도 여전히 주민 통제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고, 특히 당원과 교원 등에서 명예와 자긍심을 유지하려는 도덕적인 성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북한 당국도 정치학습 참가자에 한해 시장 출입증을 발급하는 새로운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등 유연성을 발휘해 사회변화를 통제장치에 반영”하고 있어 북한 당국의 통제력이 아직은 작동 중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어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기동 박사는 북한의 화폐개혁을 정책추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계획경제 회복을 위한 국가재정 확충에는 성공했으나 시장통제는 실패한, 절반의 실패이자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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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장통제의 실패원인을 “생산 단위들이 문책을 두려워 해 150일전투와 100일전투의 실적을 허위로 보고한데서 비롯된 과대망상”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 박사는 “(화폐개혁 실패에 대한) 책임자 문책, 시장활동 복원, 외화사용 허용 등 신속한 대응조치가 이뤄졌다.”며, 이는 “후계체제 구축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정치적 고려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북한의 국가능력에 대해 “권력엘리트의 분열현상은 발견되지 않으나 이념을 중시하는 엘리트와 합리성을 중시하는 엘리트간의 정책갈등 조짐은 배태되어 있으며, 사회로부터의 신뢰 상실이 증가 추세에 있고, 이데올로기와 억압적 통제 메카니즘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으나 점차 약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반면, 중국과의 수혜관계는 점차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고 분석했다.
즉, “북한의 국가능력은 점차 약화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는 시민사회의 형성을 제어할 수 있을 정도로 여전히 강력하며, 사회세력들의 비조직적이고 간헐적인 저항과 불만을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 박사는 이러한 이유들을 바탕으로 북한체제의 미래에 대해 “화폐개혁 조치 이후 북한의 위기가 점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서는 정권과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희박하며, 아직까지 사회세력의 압력을 통제할 수 있는 충분한 기제와 수단을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사회세력들의 대응은 여전히 비조직적이고 산발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신흥 부유층이 국가권력에 대항하는 시민사회 조직으로 조직화 되기에는 아직도 맹아적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북한의 국가권력은 사회로부터 절대적 자율성을 갖고 다양한 사회통제 전략을 구사할 것이므로 사회세력의 비조직적인 저항은 국가권력에 큰 위협이 되지 않을 전망”이라고 유추했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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