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동강 난 천안함 앞에서 다짐하는 우리의 決意
20일 동안 백령도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던 천안함 함미(艦尾)가 15일 낮 인양됐다. 전해진 대로 천안함 절단면은 함정 양쪽 강판이 어긋난 톱니 모양으로 갈기갈기 찢겨나가 있었다. 안쪽 격실 칸막이들도 너덜너덜했다. 격실이 많이 파손돼 조사단이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동강 난 절단면의 갑판 위쪽 연돌 부분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나 유류탱크·탄약고는 온전했고 탄약고 아래 부위인 스크루도 멀쩡했다.
온 국민이 지난 20일 내내 마음 한구석에 꺼뜨리지 않고 껴안고 있었던 기적을 향한 바람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함정 근무 20년째로 최선임 부사관이었던 이창기 원사(41)는 올해 중학교에 들어간 외동아들 입학식에 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앞으론 가족과 오래 함께 지내겠다고 지상근무를 신청했었다. 이번이 마지막 출항이었다. 최정환 중사(32)는 "배 타면 무섭지 않으냐"는 아내에게 "물에 빠지는 건 안 무서운데 당신이랑 두달 된 아기 두고 가는 건 못 참는다"고 했다. 2002년 6월 2차 연평해전 때 참수리 357정에서 적탄에 맞으면서도 기관총을 붙들고 싸웠던 박경수 중사(30), 5월 1일 전역하면 일본 가서 공부해 일식 전문 요리사가 되겠다고 했던 취사병 이상희 병장(21), 침몰 30분 전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야, 잘 자. 나 지금 교대한다"고 했던 정종율 중사(33)…. 이들이 철판을 찢어놓은 대폭발 속에서 마지막을 맞이했던 그 순간을 생각하면 우리 모두의 가슴이 무너진다.
처참한 모습으로 물 위로 떠오른 두 동강 난 천안함은 대한민국이 어떤 상황 속에 있는 나라이며 대한민국 국민은 어떤 처지에 있는 국민인가를 새삼 되씹어보게 한다. 우리가 안일(安逸) 속에서 잊고 살아왔지만 대한민국은 우리 바다에서 우리 군함이 한순간에 갈기갈기 찢길 수도 있는 엄혹(嚴酷)한 안보 상황의 나라이며 대한민국 국민은 하루 24시간을 그 속에서 살고 있는 국민이다. 천안함은 그동안 정치권이나 인터넷에서 암초설이니 우군 오폭설을 떠들던 사람들이 얼마나 철부지들인지를 확인시켜주면서 그들에게 '너의 조국은 어디냐'고 묻고 있는 듯했다.
천안함은 폭 10m, 길이 88m, 배수량 1200t으로 20층이 넘는 건물과 같은 크기의 군함이다. 음파탐지병, 레이더병, 전방을 감시하는 전탐병이 아무 이상(異常)을 감지할 수 없는 사이 TNT 180㎏ 규모의 폭발력을 가진 물체가 소리 없이 다가와 진도 1.5의 지진을 일으키는 힘으로 이 천안함을 삼켜버렸다. 만약 북한의 잠수함·잠수정이 언제든지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다면 우리는 실제 전시(戰時) 상황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전직 국방장관은 '우리의 적(敵) 잠수함 탐지 능력은 50% 미만이고 어느 때는 10%도 안 된다'는 역대 해군참모총장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국군 장병들은 실제 목숨을 내놓고 조국을 지켜왔다.
살아 돌아오지 못한 46명의 천안함 장병들, 그리고 이들을 구하러 서해 바다에 목숨을 묻은 한주호 준위는 조국의 수호신(守護神)이다. 일순간에 하늘과 바다를 뒤집으며 군함을 두 동강 낸 대폭발 속에서도 대한민국 군인의 절도(節度)와 기품(氣品)을 잃지 않았던 천안함의 살아 돌아온 장·사병(將·士兵) 역시 대한민국의 영웅들이다. 그들은 국민 된 의무를 다했다. 이제 살아남은 우리 모두가 국민 된 의무를 다할 차례다. 우리는 천안함의 비극을 만든 원인을 끝까지 규명할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우리 군 장병의 목숨을 앗아간 세력의 책임을 모든 것을 걸고 추궁할 것이다. 그러기 전에는 서해 바다의 풍랑에 지금도 흔들리고 있는 우리 젊은 넋들이 결코 고이 잠들지 못할 것이다.(조선일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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