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3일째] 서울역·서울광장 추모인파 줄이어
향군, 전작권 전환연기 서명운동도 벌여... 여학생 "군인아저씨들 죽음 쉽게 잊혀져선 안돼"
4월27일 오후 2시20분 서울역 광장.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빠르게 흘러가며 금방이라도 한줄기 빗방울이 후드득 쏟아질 기세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잠시 느슨해지는가 하더니 곧바로 분향소가 차려진 천막 안으로 들어선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회장 박세환)가 지난 25일 전국 13개 시·도회와 222개 시·군·구회를 중심으로 설치한 천안함 승조원 전사자 46명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 중 한 곳이다. 이 날도 서울역을 이용하는 여행객들은 분향소를 들러 헌화·분향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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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장례3일째가 되는 날로 봄이 한참 무르익는 계절이지만 하늘은 온통 먹장구름에 바람마저 거세게 부는 게 예삿일로 생각되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분향소를 지키며 상주 역을 대신하는 사람들은 서울시재향군인회 신상태 회장을 비롯한 서울시 각 구회 향군 임직원과 여성회원들이었다. 서울시재향군인회는 5일장으로 치러지는 이번 천안함 전사자에 대한 장례 일정이 확정되면서 25일 분향소가 차려지자 각 구회 별로 순번을 정해 분향소를 지키며 추모객 들에게 헌화 시중과 차 대접 등 편의를 제공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4시45분 시청 앞 서울광장. 이곳에서는 날씨마저도 아프고 시린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려는지 우산이 뒤집혀질 정도로 세찬 바람이 불어제치며 빗줄기마저 점점 굵어진 채 철을 잊은 듯 싸늘한 추위마저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왼쪽 가슴에 '謹弔'리본을 달고 길게 줄을 지어 늘어선 시민들의 눈매에는 조국의 바다를 지키다 북한의 소행으로 이미 굳어진 어뢰공격으로 인해 서해바다의 수호자가 된 전사자들의 명복을 비는 마음들이 하나로 모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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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정부가 담화를 통해 5일 동안의 장례기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하고, 영결식이 거행되는 오는 29일을 '국가애도의 날'로 선포함에 따라 국민들의 마음은 온통 나라를 지키다 숨져간 젊은 군인들의 고귀한 삶과 희생에 애도하고 영면을 비는 모습들이었다.
서울광장에는 천안함 희생자를 애도하는 사진전과 장병들을 추모하는 추모의 메모장이 벽면을 빼곡이 채우고 있었다. 모두가 대한민국의 군인으로 나라를 지키다 불의(不義)에 희생된 데 대한 안타까운 마음과 다시는 이런 시련이 없는 곳에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었다.
서울역과 서울광장을 찾아 분향하는 추모 인파 중에는 허름한 옷차림에 보퉁이를 든 연세가 지긋한 할머니에서 열차 시간이 바쁜 듯 급하게 움직이면서도 헌화를 빠트리지 않는 중년신사, 엄마 손을 잡고와 고사리 손으로 국화송이를 바치고는 두 손을 꼭 부여잡고 고개를 숙이는 어린아이, 학교를 마치고 온 듯 가방을 매고 온 또래의 여학생, 그리고 장교후보생인 학군단 소속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추모의 발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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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남기고 간 조의록에는 '여러분들의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천국에서는 행복한 삶을 영위하옵소서' '충성! 편히 잠드소서' '당신들은 명예로운 군인입니다. 사랑합니다'는 글도 눈에 띄었다.
헌화를 마치고 조의록에 글을 남긴 뒤 자리를 뜨려는 여학생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학생들은 눈가가 붉게 물들여진 가운데서도 "다시는 이런 아픔이 또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과 함께 "나라를 위하다 숨져간 군인아저씨들의 죽음이 헛되고 쉽게 잊혀져서는 안 된다"는 말도 빠트리지 않았다.
친구사이로 서울 이화여자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신지민, 정지선, 김민지 양은 이번 침몰사고와 관련해 질문하자 잘 알고 있었다.
이들 학생들은 언론보도 내용을 통해서 인 듯 군과 정부의 초기 대응이 잘못되었던 것 같다고 말하고는 "많은 국민들이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환호하지만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다 잊고 만다. 이번 천안함 사건도 그렇게 잊혀져서는 안 되겠다"며 뼈 있는 말을 하기도 했다.
또 올해가 6·25전쟁 발발 60주년임을 정확히 짚고는 "6·25행사도 학생들을 포함해서 국민들이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미군도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 나가야 하지만 지금은 나가야 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고 말하고, 지민 양은 "집에서 엄마로부터 전쟁 나면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곳으로 피난을 가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안보의 중요성에 공감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역 분향소에서는 향군회원들이 추모객들을 상대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를 촉구하는 서명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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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대식 안보부장은 지금까지 7천여 명이 넘는 추모객들이 방문해 헌화 분향을 하고, 2천여 명이 전작권 전환 연기에 서명했다고 말했다.(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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