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는 정설, 다른 이념들은 모두 이설"
사회통합위원회 주최 소통 토론회에서 소설가 복거일 ‘자유주의=정설’ 역설
“우리 헌법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향하므로, 흔히 ‘우파’ 또는 ‘보수’라 불리는 자유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정통성을 지닌 이념입니다. 사회주의, 공산주의, 민족사회주의와 같은 ‘좌파’ 이념들은, 좋게 말해서, 대안적 이념들입니다. 우리 사회에선 자유주의와 다른 이념들이 동등할 수 없습니다. 즉, 자유주의는 정설(orthodoxy)이고 다른 이념들은 모두 이설(heterodoxy)들입니다”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위원장 고건)가 주최하는 ‘하모니 코리아! 리모델 대한민국’제하 소통 토론회에서 복거일 씨는 “좌파 이념을 따르는 지식인들은 이 점을 흐리려 애쓴다”며 이같이 ‘자유주의=정설’을 강조했다.
|
25일 프레스센터(서울 중구)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소설가로 널리 알려진 복거일 씨가 이날은 사회평론가로서 그의 확신에 찬 소신을 밝혔다. 복거일 평론가는 학문적 논의에서라면 “이념을 논의할 때, 우리는 이념들을 하나의 스펙트럼에 배열하고 양쪽의 이념들이 대체로 대칭적이라고 여긴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떤 사회든 특정 이념을 자신의 구성 원리로 삼기 때문에 구성 원리가 된 이념은 정설의 지위를 차지하고 다른 이념들은 모두 이설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복거일 평론가는 “이런 상황에서 중도란 말도 일상적 의미를 잃는다”며 “정설과 이단의 중간이라는 자리는 존재할 수 없다”고 분명한 견해를 밝혔다. 즉, “대한민국 국민들은 헌법의 규정들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전부 받아들이거나 아예 거부할 수 있을 따름”이라는 내용이다.
|
한편, 임혁백(고려대) 교수는 진보 진영에 서서 입장을 밝혔다. 임 교수는 “이명박 정권의 취임은 ‘두 번째 평화로운 정권교체’로 민주적 공고화 과정의 완성을 의미한다”면서도 프리덤하우스가 발표한 '2005년 세계자유보고서'와 세계정치학회 회장인 몰리노(Leonardo Morlino) 교수의 ‘민주주의의 질’개념에 비춰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임 교수는 ‘법치주의’적 측면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정부는 법치를 강조하지만 그 법치는 자유헌정주의에서 이야기하는 ‘법의 지배’가 아니라 ‘법에 의한 지배’였다”고 비난했다. 특히, 임 교수는 ‘정치적 자유’측면에서 “한국보다 늦게 민주화를 시작한 동구의 체코, 폴란드, 헝가리, 리투아니아 등은 종합 1등급을 받아 선진 민주주의의 문턱을 이미 넘었고, 아시아에서도 한국 보다 민주화가 늦은 대만도 유일하게 종합 1등급을 받았다”며 “보안법과 같은 시민적 자유를 억압해온 권위주의 시대의 법과 제도의 청산이 왜 한국이 선진 민주 국가로 진입하는데 필수적인 전제조건인가를 보수적인 프리덤하우스의 보고서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이날 토론회는 보수와 진보의 ‘맞장토론’이나, 여느 토론회와는 달리 ‘공통점’을 도출, 합의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음은 주최측이 밝힌 종합적 시각 중에서 공통점만을 실었다.(konas)
코나스 강치구 기자
-----------------------------------------------------------------
공통점(1)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는 다양한 결합이 가능하다.
다만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라는 두 이념이 자신들의 특질들을 그대로 지닌 대등한 관계이고 따라서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를 담은 민주주의’라고 불릴 수도 있고 ‘민주주의를 통해 구체화된 자유주의’라고 불릴 수도 있다는 복거일의 언급에는 동의한다.
공통점(2) 자유주의가 민주주의의 틈새를 매워주는 것이다.
복거일은 “어떤 사회에서 다수를 이룬 사람들은 자신들이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고 여기게 마련이다. 다수결을 기본 원칙으로 삼은 민주주의는 그런 생각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수가 소수의 뜻을 고려하지 않고 사회적 결정을 내릴 수 있든 권리가 어디서 끝나는지 가리키는 장치를 민주주의는 갖추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는 임혁백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 민주주의는 분명히 다수가 소수의 뜻에 반하여 사회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 현재처럼 다수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절대적 다수의 지배가 아니라 소수의 권리에 의해 제약받는 제한적 다수에 의한 지배이다. 독일의 나찌 전체주의의 등장의 예에서 보듯이, 다수가 모든 것을 결정하게 허용하였을 때 독일의 다수가 첫 번째 내린 결정은 민주주의의 폐지와 나찌 전체주의의 수립이었다. 민주주의의 폐지까지를 포함하는 다수의 권리는 인정되지 않으며, 항상 소수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다수의 지배가 이루어지는 것이 현대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칙이다.
경험적으로 현재 절대다수에 의한 다수결의 원리를 인정하는 국가는 없다. 현대 민주주의의 작동원리에 안에는 이미 자유주의의 가치가 내재되어 있고, 그래서 자유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사이의 틈새로 인해 자유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주의가 민주주의를 살려주고 틈새를 막아주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는 복거일과 임혁백은 의견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공통점(3) 자유주의와 코포라티즘은 분명 다르고 차이가 존재한다.
자유주의는 자유주의적 결사의 원리를 표방하면서 각 개인들에게 결사, 단체를 자유롭게 조직할 수 있는 권리만 부여하면 다원주의적 시장경쟁에 의해 집단적으로 소망스러운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조직할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을 부여하면 개인들은 결사체를 조직하여 개인과 집단의 자유와 권리를 신장시키는데 앞장설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코포라티즘은 자유주의적 결사의 원리가 '출발점에서 평등'을 보장하기 않기 때문에 기회의 평등이 주어질수록 결과의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자유주의 결사원리의 패러독스'가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기 때문에 출발에서의 불평등을 어느 정도 시정하여 공정한 게임이 되도록 노사정이 보장함으로써 산업평화와 경제적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말하자면, 코포라티즘은 비민주적 방식에 의해 자유 민주주의의 유지를 꾀하는 결사체주의의 일종이다.
공통점(4) 전국 정상조직의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현실 인식에는 서로 동의한다.
노조조직률이 10% 밖에 안 되고 경총이나 전경련이 대기업을 대표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이들 노사조직이 미조직, 실업, 비정규직 노동과 자영업자, 중소자본가를 대표하지 못해서 대표성이 떨어진다고 지적에 동의한다. 그러나 대표성이 떨어진다면, 대표되지 못하고 배제되고 소외되어 있는 노동자와 자본가들의 이익까지도 포괄할 수 있는 '확대된 대표성'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지, 대표성이 없기 때문에 노사정위원회를 폐지해야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없다. 네덜란드의 '사회경제협의회'와 같은 제도적 장치 마련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