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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戰友', 안방극장 파고들다

"'전우' 는 단순한 오락용 전쟁드라마가 아니다. 전장에서 피어난 진한 전우애를 바탕으로 소중한 자유의 가치를 일깨우는 살아있는 전쟁 이야기다

Written by. 이현오   입력 : 2010-06-21 오전 1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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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간다 하늘도 흐른다 피 끓는 용사들도 전선을 간다. 빗발치는 포탄도 연기처럼 헤치며, 강 건너 들을 지나 앞으로 간다. 무너진 고지 위에 태극기 꽂으며 마음엔 언제나 고향을 간다. 우리는 간다 하늘도 흐른다. 피 끓는 용사들도 전선을 간다.♫    

 이런 노래가 있었다. 언젠가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노래일 것이다. 바로 1975년 K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전쟁드라마 '전우' 의 주제곡이다. 흑백 TV가 시골 마을에 그리 흔치 않던 시절 이 드라마가 상영될라치면 텔레비전이 있는 집에는 일손을 마친 동네 어른에서 조무래기들에 이르기까지 사랑방이자 전용극장으로 변해 드라마에 흠뻑 빠져들기 일수였다.

 그 당시 드라마 제목이 부활해 6월 19일 첫 방송을 탔다. 지난 2004년 초 개봉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공전의 히트를 낸 바 있지만 사회적 변화 탓인지 전쟁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다시 등장한 경우는 의외이기에 생경(生硬)하면서도 그래서 더욱 뜻깊게 다가오는가 한다.

 19일 저녁 기대감을 갖고 TV 앞에 앉았다. 아마 전쟁세대이건, 전쟁세대가 아니건,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던, 면제 받은 사람이든, 대부분 남자들은 전쟁영화나 드라마에는 구미부터 먼저 당기는 것이 공통분모인지도 모를 일이다.

 6·25한국전쟁 발발 60주년 특별기획드라마로 제작된 '전우'(戰友) 는 현재 개봉된 영화 '포화 속으로' 와 국방홍보원이 제작 지원한 다큐드라마 '60년 전, 사선에서' 와 함께 6·25전쟁이 주는 함의(含意)와 더불어 현 시점에서 빛 바랜 '안보'의 의미를 투영(投影 )하고 되살리게 할 것으로 보여 특히나 개인의 생명을 담보로 전선(戰線)을 누볐던 세대에게는 뜨거운 무엇인과와 함께 진한 향수(鄕愁)로도 각인될 것으로 보인다.
 
 '전우'는 6·25한국전쟁에 참전한 9명의 부대원들을 주인공으로 전장에서 피어나는 전우애(戰友愛)를 그리고 있다. 첫 회에서 연기파 배우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최수종, 이덕화, 홍경인 등 낯익은 얼굴이 등장해 죽음의 그림자가 시시각각 다가오는 전장(戰場)에서도 자신의 몸을 던져 동료를 구하는 인간미 넘치는 전우애와 실감나는 고지전(高地戰)에 육박전(肉薄戰)을 전개, 시선을 화면에 고정케 하기에 충분했다.

 드라마의 시작은 아군이 북한군을 일거에 몰아붙이며 '북으로, 북으로' 파죽지세(破竹之勢)로 밀고 올라가는 행군대형의 함경남도 풍산 개마고원 일대였다.

 개전초기 3개월 풍전등화(風前燈火)의 국난(國難)을 극복해서인지, 싱거울 정도로 쉽게 북한 공산군을 물리치며 국경선(國境線) 가까이 진격해서일까, 병사들 입에서는 "전쟁도 다 끝나간다" "미군도 크리스마스에는 자기들 고향에서 보낸다 더라" 는 '이제는 집으로 갈 때'라는 의식이 지배된 지극히 평온한 말들로 시작된다.

 그리고 전쟁터에서의 심리가 그런 것일까? 부대원들이 사람의 그림자가 별로 보이지 않는 한 마을 집안으로 들어서자 늙수그레한 할아버지 한 분이 한 손엔 태극기, 또 한 손엔 인공기를 들고 있다가 태극기를 뒤로 숨기면서 "만세, 만세 인민공화국 만세, 인민군 만세" 를 외친다. 첫째 아들은 일제 징용에 끌려가 죽고, 둘째 아들은 학도병으로 참전했다 죽었다는 할아버지가 국군을 인민군으로 보고 '인민군 만세'를 외친 것이다.

 그 날 밤, 피로에 지친 국군장병들이 아내의 사진을 품에 안거나, 담요에 성냥개비로 '엄마' 글씨를 새겨놓고 고향 꿈을 꾸며 평화롭게 잠들은 시각, 한·만 국경을 넘은 수십만 중공군이 소리를 죽이며 그림자처럼 덮쳐오고 있었다.

 그리고 한 밤 중 고요한 방어진을 뚫고 귀청을 찢을 듯 파고드는 피리며 북소리의 심리전, 이어 포연(砲煙)과 탄우(彈雨)가 빗발치듯 쏟아지는 속에 피아(彼我)가 뒤섞인 채 피가 튀기고 살과 살이 터지며, 죽음을 부르는 한계상황의 악전고투(惡戰苦鬪)의 전투, 탄약이 다 떨어져 후방지원은 요원해 탄띠에 매단 단검을 뽑아들고 최후의 일각까지 백병전(白兵戰)에 나서 목숨을 걸며 전우를 구하는 처절한 눈망울. 적(敵)을 지배하지 못하면 나와 내 동료의 생명을 부지 할 수 없는 전장(戰場). 그것이 바로 전쟁(戰爭)이요, 그를 배경으로 한 전쟁 드라마 '전우'는 그렇게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전우>는 기획의도에서 이렇게 밝혔다.

 "6 25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민족 최대의 비극이다.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할 일은 그 비극을 생생히 기억하는 것이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많은 이에게 전쟁의 참상을 알게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6 25전쟁이 발발한 지 꼭 60주년을 맞는 2010년 오늘, 드라마 <전우>를 기획하는 가장 큰 이유다" 라고.

 금년 6월25일은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러나 이 땅에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현재 진행형이다. 1950년 12월 22일 미 합동참모본부는 한국과 한국전쟁에 대해 이렇게 결정했다. "한번만 더 중국에 패해 1·4후퇴와 같은 패배로 이어진다면 미국은 한반도를 중국에 내주고 철수한다"고.

 스스로를 지키지 않으면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다. 6·25전쟁 교훈을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우리의 교훈이다. '전우'는 그래서 단순한 오락용 전쟁드라마가 아닌 것이다. 전장에서 피어난 끈끈한 전우애를 바탕으로 소중한 자유의 가치를 일깨우는 살아있는 전쟁 이야기인 것이다.(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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