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講壇에서]대한민국, 우리의 미래가 밝다
6·25전쟁 60주년 맞아 상명초등학교 3-6학년 어린이 대상 안보교육
올해는 6·25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만 60년이 되는 해이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남과 동시에 태어난 6·25동이가 60 환갑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그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간 우리사회는 유사(有史)이래로 가장 크게 변했다. 한국을 방문한 유엔 참전용사들의 입을 빌리면 "상상할 수조차 없는 놀라운 변화, 발전"이라는 것이다. 전 국토가 초토화되고 거리거리에는 폐허화된 집터, 얼기설기 낡아빠진 가마니로 뒤덮은 다 허물어져 가는 가옥(?), 미군 짚차를 뒤따르며 "핼프 미, 핼프 미" "츄잉 껌"을 연발하며 손을 내미는 전쟁고아, 영양실조로 누렇게 뜬 얼굴로 한짐 지게 가득 물건을 지고 허리가 휜 채 가족 부양에 나선 힘없는 할아버지에 머리엔 큰 짐 보따리를 인 할머니들의 행렬 또 행렬. 이게 바로 60년 전 한국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당시 UN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벽안(碧眼)의 청년들이 70세가 훨씬 넘은 초로의 노(老)신사가 돼 우리정부와 재향군인회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그들 앞에 우뚝 선 서울의 모습을 보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이게 정말 내가 당시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서울이 맞느냐?"고.

6·25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1주일 여 앞둔 지난 17일 필자를 포함한 우리 일행(재향군인회 안보교수 등) 8명은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상명초등학교(학교장 박수일)로 향했다. 이 날 이 학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안보교육 일일 교사로 나서기 위해서였다.
교정에 들어서자 넓은 운동장과 푸른 나무들이 정겹게 다가온다. 거기에 올망졸망해 보이는 꼬마 친구들이 단정한 교복차림으로 무언가를 옮기다가 우리 일행을 마중 나온 선생님을 대하자 고개를 숙이며 "선생님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하자, 선생님 또한 "오 안녕"하고 화답하는 모습에서 잠시 나 어릴적 초등학교 시절로 훌쩍 되돌아간 듯한 착각에 젖기도 했다.
이 날 안보교육은 이 학교 교장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선열의 나라사랑 정신을 아이들에게 일깨워 주고자 군(軍)에서 오랜 기간 장병 정신교육을 담당했던 분들을 초청, 국가관과 안보관을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정해진 반 편성에 의해 우리는 각각의 교실로 들어섰다. 교육은 3학년 이상 학년을 대상으로 1시간(수업시간은 40분)씩 진행하는데, 나는 3학년과 5학년 '매(梅)'반으로 배정됐다.
오랜만에 강단에 선다는 설렘과 모처럼 꼬마 교육생을 상대한다는 기분에서인지 오히려 긴장감은 더했다. 그러나 말문을 떼기가 바쁘게 어린이와 선생님(기자)은 하나가 되어 갔다. 물론 이 날 교육을 위해 또래 초등학생들의 관심사가 무엇이고, 어떤 생각들을 갖고 있는지 사전 집 근처 거리에서 인터뷰 아닌 인터뷰를 몇 명했기에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며 본격적인 대화의 장으로 들어설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나 스스로가 놀라워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아이들의 마음과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는 별도로 나는 6·25를 맞아 대한민국 재향군인회가 개최하는 '제3회 6·25전적지 답사 국토대장정'에 참가하는 여러 대학생들과 인터뷰와 많은 대화를 나눠 어느 정도 대학생들의 마음을 읽을 기회는 있었지만 우리 초등학교 아이들의 마음에도 대학생과는 또 다른 그런 사고(思考)가 있을 줄은 미쳐 살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 현충원에 가봤다는 아이들은 없었지만 무엇보다 국가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었다. 6·25전쟁을 일으키고 수많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북한공산주의의 나쁨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나라를 위해 숨져간 호국영령에 대해 뜨거운 마음으로 감사해야 한다는 당찬 일면도 있었다.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공격임도 잘 알고 있었다. 나라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힘(국방)이 튼튼해야하고, 나 한 사람부터 먼저 애국심이 강해져야 한다는 선생님의 가르침에도 "네, 그래요"로 힘차게 화답하기도 했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의 반공소년 이승복군과 그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질 때는 놀라움 속에 눈동자가 커지면서 수업이 끝난 후에도 속사포 같은 질문이 계속 되기도 했다. 그랬다. 우리 어린 꿈나무들은 그렇게 건강한 시각과 건전한 의식으로 밝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재목으로 커나가고 있었다.
이 날 짧은 2시간의 수업이 끝나고 상명초등학교 안보교육에 일일 교사로 참석한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일행의 얼굴에도 어린 새싹들에 대한 기대감이 지대한 표정이었다. 고무된 표력이 역력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실상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마음은 이 날 교육 후 학생들에 대한 설문 분석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학생들의 의사표시는 분명했다.
'6·25전쟁이 북한에 의한 전쟁임을 확실히 알았느냐?'는 질문에 3·5·6학년 전원이 "알았다"고 하고 4학년은 29명 중 3명을 제외한 26명이 확실히 알았다고 응답했다.
또 '천안함이 북한 도발에 의한 것이라고 보느냐?'에 대한 질문에 3학년은 25명 중 23명이, 4학년 32명 중31명, 5학년 29명 중 27명이, 그리고 6학년은 29명 전원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6·25전쟁이 미국과 UN의 도움으로 북한을 물리쳤다고 이해되느냐?'는 물음에 3학년은 24명, 4학년 31명, 5학년 26명, 6학년은 27명이 "그렇다"고 했다.
그러나 의외의 반응도 있었다. '국군은 북한군보다 용감하고 훌륭한 군인이라고 생각하느냐?'에 대해서는 전원 "그렇다"고 답했지만 '어른이 되어 용감한 국군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느냐?'에 대해서는 3학년은 25명 중 3명이, 4학년 32명 중 13명, 5학년 29명 중 12명이, 그리고 6학년 29명 중 11명이 "아니다"고 답했다.
물론 설문이 요구하는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 측면에서 기인한 답변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학생들의 국가에 대한 국가관이나 애국심은 어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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