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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刊] 독재자를 고발한다!

전 오스트리아 주재 북한정보원 김정률씨, 16년 만에 북한 로얄패밀리 숨겨진 비화 밝혀

Written by. 이현오   입력 : 2010-08-06 오전 10: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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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生)의 전부를 오직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위해 다 바치며 오랜 기간 해외에서 북한의 해외 군수담당 조달요원으로 활약했던 한 북한 정보요원의 고발을 고스란히 담은 서적이 외국인 작가의 눈을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 ⓒkonas.net
 <독재자를 고발한다!>(저자: 잉그리리트 슈타이너 가쉬, 다르단 가쉬 / 위즈덤피플 刊)가 그 책이다.

 오스트리아 주재 북한 해외정보요원이었던 주인공 김정률(75세, 전 북한군 대좌)씨의 통한의 증언과 자료, 그리고 유럽 현지 저자들의 북한 정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독특한 시점의 이 저서는 책 소개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1인칭 시점을 배제한 채 저자들의 객관적인 개입과 배경 설명, 김정률씨의 관점과 생각이 적절히 교차하며 독자들의 숨을 고르게 해주고 관점의 완급을 제어해 준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자칫 저자들의 주관에 빠질 수 있는 기우를 말끔히 씻어내는데 이는 정보원이었던 김정률씨에 대한 묘사에서 나타나는 주인공의 고뇌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진정성 덕분이며, 그것이 이 책의 자리를 찾아주고 중심을 잡게 하는 추 역할을 해준다.

 <독재자를 고발한다!> 는 사람이 돋보이는 책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순된 체제의 희생양이 되고만 불행한 한 개인이 끝내 운명과 맞서 용감하게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게 되는 순간, 벅찬 감동과 함께 인간의 존재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기 때문이다.

 김정률 전 북한군 대좌.

 동독 유학생 출신으로 오스트리아 빈을 거점 삼아 20년 간 유럽 전역에서 김일성 부자의 사치품과 군수 물자를 조달했던 김 씨는 1994년 10월 18일 북한 체제로부터 탈출을 결심하고 슬로바키아에서 잠적했다. 이때 그의 나이 59세였다.

 원조 동독 유학생 출신이자 60세를 앞둔 북한의 엘리트인 그에게 몸담았던 체제로부터의 탈출은 극단적 선택이었지만 그건 필연이었다고 그는 밝히고 있다. 심상찮은 북한체제의 분위기가 피부로 와 닿기 시작한 것도 그렇지만 수십년간 활동하며 자연스레 호흡해온 유럽의 자유로운 공기는 여전히 피할 수 없는 사상검증과 자아비판 앞에서 한 개인을 무력감에 빠지게 했고, 뻔히 알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피폐한 일상과 대비된 권력층의 모순은 그의 인내심을 바닥나게 했기 때문이다.

 은신 16년만이 지난 3월 자서전 출간을 계기로 모습을 드러낸 김정률씨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6년 한국 망명까지 생각하고 주(駐)오스트리아 한국대사관 관계자와 접촉했으나 잘 안 됐다"면서 "대사관 관계자가 거절했으니, 한국 정부가 거절한 셈"이라며 "내가 뿔 달린 공산당이라 그런 것 같다"고 말한바 있다.

 그는 이 때 "당시 북한군 대좌로 호위사령부 제1국(행사조직국) 경비운수부 기술담당 부부장이었으나 오스트리아에서는 조선기계수출입상사 부사장 등의 직함으로 활동했다"면서 "금속탐지기, 독가스탐지기 등 신변보호 장비와 창문, 벽지, 타일까지 김일성 주석의 별장에 들어갈 물건들을 모두 실어 보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이 책에서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폭로하고 있다. 김일성은 크고 육중한 리무진을 좋아했으며 최고급 코냑을 즐겼던 김정일은 건강상 이유로 레드와인을 마시기 전까지 코냑 구매에 매년 50만 달러 이상을 썼다.

 김일성은 핵 공격에 대비해 평양에서 북쪽으로 30km 떨어진 곳에 지하벙커 별장을 갖고 있었으며, 별장에는 크리스털 샹들리에, 비단 양탄자 등으로 장식된 방도 있었다. 김 씨는 또 김일성 부자의 별장 등을 장식하기 위해 양탄자, 비단벽지, 값 비싼 타일, 조명, 위생 설비, 고급 가구들을 구매했다.

 1980년 평양 시내에 있는 김정일의 지하 집무실로 불려가 지하 터널에서 사용할 전기자동차를 구매하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다.

 김 씨는 북한이 소련 붕괴 이후 파키스탄 전문가들로부터 우라늄 농축 기술을 배웠으며, 이란, 시리아와도 협력했다는 증언도 했다. 또 2007년 9월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시리아 북쪽의 알-키바르 핵시설 추정 건물을 폭격할 당시 10명의 북한 과학자들도 그곳에서 숨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정률씨는 지난 1994년 누군가를 위한 임무가 아닌 자신만을 위한 인생최대의 임무수행에 들어가게 된다.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의 희생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죽음을 임무 수행 중에 우발적으로 일어난 강도살인 사건으로 위장하고 이름도 '에밀'로 바꿨다.

 그리고 숨겨두었던 공작금 일부를 가지고 체제의 눈을 피해 숨어 들어간 오스트리아의 한 외딴 안가에서 16년 동안 하루용돈 5천4백원으로 버티며 한때 자신이 헌신했던 독재자들을 고발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가게 된다.

 오스트리아 언론인 잉그리트 슈타이너 가쉬 부부가 김 씨의 증언과 자료 등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한 개인의 파란만장한 기구한 운명을 속도감 있게 풀어나가고 있다.

 <김정률> 1935년 평안북도 대천군 출생, 동독 드레스덴 공대(기계설계)유학 후 함흥 룡성기계연합소 설계사와 북한 호위사령부 장교로 있다가 1974∼1994년 유럽을 무대로 김일성 부자 물품 조달 총책으로 근무, 1994년 10월 슬로바키아에서 탈출 후 잠적, 2010년 3월 언론 공개.

 옮긴이 박진권. 발행 2010. 7.30. 13,800원
(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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