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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유학생의 ‘西遊見聞’

우물 안의 사이비 ‘일탈 민족주의’의 망령-바로 김정일의 ‘우리식대로‘의 퇴영성을 새삼 연상하게 된다.

Written by. 류근일   입력 : 2010-09-07 오전 9: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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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미주의 클럽 회원 꿈드림님의 호주유학시절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가 많다. 호주에 유학생으로 가보니 아시안 스터디에서 한국은 중국, 일본에 가려 존재가 없더라는 것이다. 한국 유학생들 도 영어가 꿀리는지 국제사회에 섞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끼는 것은 한국이 아무리 선진화 문턱에 와있다고 자부한다 해도 국제사회 속의 한국은 아직도 다른 문화와 섞여 사는 노하우 있어서는 많이 뒤쳐져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한국을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고, 국제사회에서 처신하는 방법,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 다른 문화를 접했을 때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다문화 사회에 적응하는 방법 등을 익히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한국으로 시집오는 외국인 여성들의 숫자가 급속히 늘어나는데도 이들이 한국 가정과 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여러 가지로 미비한데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인들의 마음이 다문화 사회라는 새로운 도전에 너무 준비되어 있지 않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한말에 이어 두 번째로 외부로부터의 문화적 충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배외(排外)주의는 북한에서는 더 극단적인 모습으로 굳어진 바 있다. 미국의 선박 셔먼호가 대동강을 거슬러 왔을 때 그것을 군중들이 불태워 버린 것을 그들은 무슨 큰 자랑 거리나 되는 것처럼 내세운다. ‘대원군+토착민중’들이 개항(開港)을 야만족의 침탈 쯤으로 여겼던 그 때 그 시절의 멘탈리티가 여전히 그 완강한 DNA를 유전 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외부에 대한 정보와 실력이라고는 쥐뿔 만큼도 없었던 한말의 조선양반과 민중들의 겁먹음과 공포와 움추림 자체는 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실력 없는 조선이 그런 쇄국주의로 나라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늘의 김정일도 마찬가지다. 김정일이 대북 풍선, DVD, 남한영화, 라디오, 휴대폰 등 외부정보와 외부사조를 접할 때 느끼는 불안감은 마치 한말의 조선이 대동강에 불숙 나타난 이양선(異樣船)을 보고 느낀 종말론적 공포하고 조금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말의 쇄국주의와 교조적 주자학과 모화(慕華)사상이 조선왕조를 지켜주지 못했듯이, 김정일의 쇄국주의도 그의 수구적인 ‘앙시앙 레짐’을 끝내 지켜주지는 못할 것이다.

 김정일은 개방에 저항해 핵공갈로 버티고 있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예컨대 강제 송환된 탈북 임신부의 배를 걷어 차 강제 낙태 시키는 방식, 그리고 요덕수용소의 지옥도(地獄圖)로 버티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걸로 버틸 수 있을까? 몇 년은 버틸 수 있어도 10년 20년은 버틸 수 없다. 아니, 북한 주민들을 더 이상 그렇게 살게 내버려 두어선 안 된다. 그렇게 살도록 우리가. 우리의 국제사회 친구들이, 그리고 중국도 일말의 양식이 있다면, 그렇게 방치해선 안 된다.

 우리는 분단관리를 해 가면서도 “북한 동포들이 그런 식으로 살아선 안 된다”고 하는 규범적 절규를 외쳐야 한다. 도대체 왜 북한 주민들이 김정일 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그의 세습왕조를 위해,  저렇게 말도 안 되는 폐쇄주의의 감옥에서 헐벗고 굶주리고 학대받아야 하는가? 그들은 인간이 아닌가?

 중국의 남쪽 변방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김정일의 영구 수령 독재를 보장하기 위해, 3대 세습을 위해. 오늘도 내일도 우리 북한 동포들은 자유로운 신체 이동도, 자유로운 정보교환도, 자유로운 표현도, 양심의 자유도, 자기가 원하는 방식의 행복 추구권도 누리는 것을 금지당하고 있다. 그런 북녘 상황에 대해 남쪽의 무관심하고 냉담하다. 우리는 사람답게 살아도 너희는 사람답게 살지 말라는 것인가?

 꿈드림님의 호주 유학기를 읽으면서 우리 역사에 아직도 끈질기게 작용하고 있는 극단적 국수주의, 쇄국주의, 다른 문화에 대한 배척, 우물 안의 사이비 ‘일탈 민족주의’의 망령-바로 김정일의 ‘우리식대로‘의 퇴영성을 새삼 연상하게 된다.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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