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 인사 혁신해야
지연(地緣), 학연(學緣)과 근무연(勤務緣)을 배제하고 지역안배 원천적으로 제거해야
우리 군의 후반기 진급심사가 진행 중이다. 2010년 11월중에는 육·해·공군의 중령→대령 및 장성 진급 선발자와 주요직위자 보직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월 3일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에서 "우리 군은 창군(創軍) 이래 변화하지 않은 것 같다. 군 변화의 핵심은 인사(人事)에 있다"며 군 인사 혁신을 강하게 주문했다.
대통령은 회의에서 자신이 민간 기업에 근무할 당시 인사철마다 쏟아지는 청탁 때문에 고심하던 끝에 청탁이 들어오면 그 내용을 인사기록 카드에 기록했더니 청탁이 사라졌던 경험을 소개하면서 "군 인사를 철저히 공정하게 하는 것이 군이 사는 길"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은 천안함 피격사건(3.26)을 계기로 지난 3개월간 국가안보 점검을 통해 최종 확정된 개선방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이 이런 지시를 하게 된 동기는?
천안함 피격사건에 따른 후속조치 과정에서 군 인사 및 수뇌부 구성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과 제보를 집중적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청와대는 이후 군내에서 잇따르고 있는 각종 사고와 기강 해이 사례들이 군 수뇌부의 구성과 관련한 구조적인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9월 9일 "현재 군 수뇌부를 분석해 보면 능력 있고 적극적으로 일하는 지도자형보다는 주위로부터 무난하다는 평가를 듣는 인사들이 주로 포진해 있다."면서 "능력 있는 군인이 군 지휘부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를 위해 관계기관에 최근의 군 인사 내용 및 인사시스템에 대한 점검을 지시했다.
정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는 능력 있고 판단력이 뛰어난 지휘관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러 이유로 군복을 벗거나, 복잡한 방식의 인사평가로 흠집이 나 결국 평범한 지휘관들이 대거 수뇌부에 남게 된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다."고 전하고 "최근 감사원이 공정한 사회 차원의 엄정한 감사 의지를 밝히면서 군에 대해 언급한 것은 군 인사에 대한 청와대의 문제의식이 투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지적한대로 군 인사의 혁신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부터 노력은 있었으나 시정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정치성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군 인사가 개인의 능력보다 지역안배(地域按配) 여부가 언론의 주요 관심사항이 되었다. 그리고 5년마다 정권이 교체됨에 따라 지휘관의 임기(통상 2년)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군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정치흐름에 순응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북한의 각종 군사도발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지휘관들이 상응하는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1월 3일에 발표한 '천안함 피격사건 수사결과'에서 합참과 해군의 일부 지휘관이 '전투준비 태만'과 '허위 보고'로 징계에 의뢰하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다소 논리적 비약이긴 하지만, 우리 군의 실전경험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투부대의 해외분쟁지역(이라크·아프간 등) 파병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군 지휘부가 없음도 한 단면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연(地緣), 학연(學緣)과 근무연(勤務緣)을 배제하면 큰 문제점이 해소될 것이다. 정부에서 고위공직자를 인선한 후 내세우는 원칙 중에 하나가 지역안배다. 지난 9월 이명박 정부의 내각·청와대 수석비서관 선발기준에도 이를 적용했다고 보도되었다. 좁은 나라에서 이런 원칙이 왜 필요한지 먼저 묻고 싶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오랜 세월 사회 각계·각층에 만연해 있음은 사실이다.
그래서 매년 군 인사와 진급 철이 되면 이런저런 유언비어가 난무한다. 지역안배를 하지 않으면 여기저기서 이를 들추어내기 때문에 그렇게 안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제 망국의 굴레에서 벋어 날 시기가 되었다. 숨은 인재를 널리 등용하는데 유독 출생지와 출신학교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현대사회의 규범에도 공정사회 실현에도 맞지 않다. 과거와 달리 대부분 출생지와 성장지역이 각기 다르다.
그래서 지역안배를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해군의 창설자인 손원일 초대 해군참모총장은 1949년에 장병들에게 6가지 실천지침을 제시하면서 '군인은 정치담을 말고 도별담(道別談)을 폐지하자'고 하였다. 이는 해군창설 초기부터 손 제독이 군의 정치참여와 출신지별 파벌조성(派閥造成)을 원천적으로 막아보려고 애쓴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장병들의 인사기록카드에 원적(原籍)과 본적(本籍)을 빼고 현주소만을 쓰도록 한 획기적인 조치에서도 출신지별 파벌조성이나 지역감정을 없애려 했던 그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장병들의 진급이나 인사보직을 할 때에도 출신도와 출신학교 등을 무시하고 전적으로 능력과 경력위주로 처리했다.
따라서 국방부도 지금부터 전 장병에 대한 인사기록(신상명세서 포함)에서 원적·본적·출신학교(출신고)를 과감히 삭제하고, 대신에 학력은 '고교 3년 졸업', '전문대 3년 졸업, 컴퓨터공학 전공' 등으로 표기하면 좋을 것 같다. 이제라도 지연·학연·근무연에서 자유로운 단결된 국군으로 태어나야 하지 않을까. 국군이 먼저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추가로 공정성 제고를 위해 진급심사 자료를 계량화(진급고시 도입 등)하는 문제, 지휘관의 근무기간을 보장해주는 문제, 장성인사를 각군본부에 맡기는 문제, 국방부장관 인선은 예비역 5년차 이후에서 선발하는 문제 등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국방부장관을 합참의장과 각군총장 중에서 바로 인선할 경우에는 소신 있는 근무가 어려울 수 있고, 특히 대통령에 대한 軍통수보좌에 저해요소가 될 소지가 있다. 이번 군 인사에 유능한 능력의 지휘관과 참모가 많이 탄생하기를 기원한다.(konas)
김성만(예, 해군중장. 성우회/재향군인회 자문위원, 前해군작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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