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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각오하지 못하는 국가지도부가 전쟁을 부른다

“만약 우리가 진정으로 전쟁을 회피하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역으로 전쟁의 위험을 감당할 각오와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Written by. 이동복   입력 : 2010-12-03 오후 4: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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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1년부터 1952년까지 판문점에서 진행된 한국전쟁 휴전회담 유엔군측 수석대표였던 C. 터너 조이 미 해군 소장은 1956년에 출판된 그의 명저(名著) “(북한)공산주의자들은 어떻게 협상하는가?”의 결론 부분에 매우 의미심장한 경고를 담아 놓았다. “(북한)공산주의자들과 협상할 때는 행여라도 그들로 하여금 우리가 무력사용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대신 그는 “만약 우리가 진정으로 전쟁을 회피하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역으로 전쟁의 위험을 감당할 각오와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단정했다. 그는 그 이유를 “(북한)공산주의자들은 우리측이 무력으로 자신들의 제국(帝國)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실감(實感)할 때라야 비로소 협상을 통하여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 데 호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와 아울러 조이는 “그들이 전쟁을 원할 때는 어차피 전쟁은 일어나는 것임으로 우리는 항상 전쟁에 대비해야 하고 또 전쟁이 일어나면 싸워서 이겨야 하는 것”이라는 말로 그의 결론을 삼았다.

인류 역사를 통하여 국가간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전쟁이 일어났다. 전쟁은 일으키는 국가가 있어야만 일어난다.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공격을 가하는 나라가 공격을 당하는 나라보다 3배 이상의 군사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그 같은 군사력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해서 반드시 전쟁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군사력이 약한 쪽에서도 전쟁에 대한 대비(對備)를 잘 하기만 하면 전쟁은 예방될 수 있다. 여기서 생겨난 4자성어(4字成語)가 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 그것이다. 그런가 하면, ‘대비’가 없었더라도 전쟁을 막을 뿐 아니라 전쟁에 이겨야만 챙겨지는 실익(實益)을 전쟁 없이 챙기게 되는 경우가 있다. 외교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다. 서기 993년 고려를 침범한 요군(遼軍)의 장수 소손녕(蕭遜寧)을 변설(辯舌)로 설득하여 싸움 없이 요군을 물리쳤을 뿐 아니라 요군을 이용하여 여진(女眞)이 차지하고 있던 평양과 압록강 사이의 땅을 수복한 서희(徐熙)의 경우가 이에 해당되는 사례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무비유환(無備有患)의 대표적 사례는 임진왜란(壬辰倭亂)이었다. 1950년6월25일 여명(黎明)의 어두움을 틈타 일어난 6.25 전쟁도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무비유환의 한 사례였다. 대비 부실(不實)로 인하여 전쟁 발발(勃發)을 막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는 임진왜란과 6.25 전쟁 사이에 공통성이 있지만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6.25 전쟁의 경우 전쟁을 예견(豫見)하고 또 이에 대한 대비를 위한 엄청난 노력을 기우린 국가지도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력의 일방적 열세(劣勢) 때문에 북한군의 기습 남침(南侵)을 허용했던 것과는 달리 임진왜란은, 이 역시 군사력에서의 일방적 열세와 함께, 당시 국왕 선조(宣祖)를 정점(頂点)으로 하는 조선 조정(朝廷)에게 도대체 싸우겠다는 의지는 물론 각오가 없었다는 사실이 7년의 전쟁 대란(大亂)을 이 땅에 불러드린 원인이 되었다는 점에서 두 전쟁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1950년의 6.25 전쟁 발발도 사실은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안보정책을 김일성(金日成)의 북한과 스탈린의 소련 및 마오쩌둥(毛澤東)의 중국이 오판(誤判)한 결과로 일어난 것이었음이 최근 공개된 소련과 중국의 문건 자료에 의하여 새로이 입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관해서는 미국의 트루만 행정부가 주한미군의 조기 철수 단행과 한국과 대만을 미국의 태평양 지역 방위선에서 제외한 애치슨 발언, 그리고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이 이끄는 대한민국 정부의 거듭된 군사원조 요청을 묵살함으로써 북한과 소련 및 중국 지도부의 그 같은 ‘오판’을 조장(助長)했다는 점을 간과(看過)할 수 없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지구를 양분한 동.서 냉전 구도에서 소련의 팽창주의에 제동을 걸 것을 결심한 트루만 대통령의 고독한 결단으로 미군의 6.25 전쟁 참전이 이루어질 때까지 미국의 조야(朝野)는 “다시는 전쟁에 말려들기 싫다”는 염전 사상에 사로잡혀서 북한의 6.25 남침을 유도했던 것이 사실이다.

고대나 현대나, 전쟁에 대한 국가지도부의 태도가 전쟁의 승패(勝敗)는 물론 발발 여부를 좌우하는 관건(關鍵)이 된 경우가 많았다. 1938년9월29일 독일 뮌헨에서 나치 독일 총통 히틀러와 ‘뮌헨 밀약’을 체결한 영국 수상 챔벌린의 경우가 그 대표적 사례다. 챔벌린은 “어떠한 대가를 치루더라도 전쟁은 하지 않겠다”는 염전(厭戰) 사상에 사로잡힌 나머지 체코슬로바키아 국토의 일부인 주데텐란트를 독일에게 떼어주는 것을 대가로 “모든 이견은 협상을 통하여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합의 내용을 담은 합의문에 히틀러와 함께 공동 서명한 뒤 이 한 장짜리 종이 문서를 손에 들고 흔들면서 영국에 귀국하여 “우리 세대 안에는 이제 전쟁이 없다.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 편안하게 잠을 자라”고 외쳤었다. 그러나, 그것은 챔벌린의 착각이었고 히틀러는 “그것은 아무 쓸 모 없는 종이조각에 불과하다”면서 그로부터 1년 뒤인 1939년9월 스탈린의 소련과 함께 폴란드를 무력으로 침공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챔벌린의 ‘유화정책’(宥和政策;Appeasement Policy)은 오히려 히틀러의 제2차 세계대전 도발을 허용한 초청장으로 구실한 것이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최근의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이명박(李明博)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우왕좌왕(右往左往)하는 모습에서 바로 국가지도부의 상황 대처 능력과 이로 인하여 초래될 상황에 대하여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3월에 일어난 천안함 사건 때 유엔헌장이 부여하고 있는 ‘자위권’ 발동(제51조)을 기피하는 대신 “재발되는 군사도발에 대해서는 즉각 자위권을 행사한다”면서 향후에는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억제전략으로 대처할 것”을 다짐하는 ‘어음’을 발행했으나 정작 이번에 연평도 포격이라는 실전(實戰) 상황이 전개되었을 때 정부가 보여준 ‘자위권’ 발동은 솜방망이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번 연평도 사태에 대해서도 정부의 입장은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한 단호한 ‘응징’이 아니라 또 다시 “다음에 보자”는 어음의 형태를 취하는 데 그쳤다. 그 과정에서 사건 직후 대통령의 “확전(擴戰) 불가” 발언이 흘러나옴으로써 이를 싸고 많은 논란이 빚어지는 해프닝마저 발생했다.

그러나, 정부는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와전(訛傳)’이라고 해명하면서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부각시키기 위하여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대통령 자신도 군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방문하여 이번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이 군뿐 아니라 민간인도 대상으로 한 것이었음을 지적, 이에 대해서는 “교전수칙(交戰守則)의 범위를 초과하는 대응”을 주문하는가 하면, ‘교전수칙’의 강화와 아울러 “서해 5개 도서 방위 전력의 대대적 증강”을 지시하고 서해에서의 미국의 핵추진 항모 조지 워싱턴 호가 참가하는 한-미 해군 합동 기동훈련 실시를 결정하는가 하면 김태영(金泰榮) 국방부장관의 사표를 수리하는 등 대대적인 울타리 고치기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의 한반도 상황은 김정일의 건강 악화와 이로 인하여 무리하게 가속화되고 있는 김정은(金正恩)으로의 3대 째 권력세습의 와중에서 발언권이 강해진 북한 군부의 ‘좌경 맹동주의’가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만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은 경우에 따라서는 극단적으로 한반도에서의 새로운 전면전 재발뿐 아니라 서해 5개 도서를 상대로 중국이 1960년대에 대만에 대한 정치심리전의 차원에서 금문도(金門島)를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벌였던 포격전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북한은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론을 혼란시켜 내부 갈등을 조장하려 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북한의 움직임은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 여하에 따라서는 보다 악화되는 상황의 전개를 유도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의 연평도 사태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한반도에서는 여전히 전쟁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언제든지 열전(熱戰)으로 번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 같은 국민적 경각심을 잘 활용하여 앞에서 거론된 모든 가능성에 대하여 확고하게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끝]

* 이 글은 <주간조선> 2133호(2010.11.29 - 12.05) 게재된 글입니다.

이동복(전 남북고위급회담 대표/ 15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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