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유감
미중 공동성명 48개 조항 중 한반도 사태에 대해서는 구속력 없는 우려만 표시
미중 정상회담이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1월 19일 미중공동성명을 정점으로 막을 내렸다. 아마도 G2 국가인 미중 두 정상의 합의는 세계사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시선을 모은 것이다. 특히 우리는 지난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북의 두 개의 큰 무력 도발에 대한 양국의 입장을 공식 확인할 수 있는 기회여서 더욱 관심이 높았다.
왜냐하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폭이 북한의 명백한 불법적 군사 도발이었음에도 중국은 그동안 "어느 쪽도 보호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급선무는 한반도의 긴장된 정세가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라는 등 우리의 강력한 대북 응징에 물 타기 하려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이에 우리는 동북아 안정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과 세계 안정자 역할을 자임하는 미국이 G2 국가답게 시시비비(是是非非)를 명확히 하여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경고를 하고 재발 방지를 강력히 주문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 바램은 구속력 없는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우리는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는 외교적 수사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 왜냐하면 외교적 구속력이 있는 미중 공동성명 48개 조항 중 한반도 사태에 대해서는 딱 한 항('18'항)을 할애하면서 "최근 사건으로 인해 한반도에 긴장이 높아진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아무런 단서 명기 없이 "(남북 간) 진지하고 건설적인 남북 대화" 재개를 주문했다.
미중 양국 수뇌는 도발을 자행한 북한을 명시하지도 안 했을 뿐만 아니라 도발 사건도 명기 하지 않았다. 더구나 '최근사건(recent developments)'이란 단어가 대북 위력 시위 차원에서 실시한 한미 서해 한미연합기동훈련에 중국이 항의하면서 조성된 미중간의 군사적 긴장을 의미할 수도 있어 더욱 우리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이는 미중 양국의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라는 공동 이익에 군사적 긴장을 초래 할 수 있는 한국의 '자위권 발동'이라는 우리의 국익이 밀려난 것을 의미한다.
동맹이나 비동맹이나 어떤 이슈에 대한 관련 당사국 간 공동 이익이 존재하면 우방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적대세력이 되는 것이 냉정한 국제관계 이치다. 1905년 미일 양 제국은 서태평양 지역의 분할 지배라는 큰 틀 아래에서 미국은 필리핀을 일본은 한반도를 각각 지배하는 데 합의했던 가쓰라-테프트밀약이나, 1950년 비록 신생 독립국이지만 세계 공산화 저지와 민주주의 국가 건설이라는 한미 양국 간의 국익 일치로 피를 나누고 있던 전우(戰友)가 전쟁 막바지에는 한국의 북진통일과 미국의 전쟁 종결이라는 국익이 충돌하자 북진통일 주장자인 이승만 대통령을 제거하려 했던 '에버레디(Ever ready)계획이 좋은 사례다. 여기에서 우리는 비록 동맹국이라 해도 국익이 상호 충돌하면 상대적으로 약한 일방이 계약해지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동맹의 한계를 읽을 수 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보인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폭에 대한 시각에서 우리의 주 교역국인 중국과 동맹국 미국의 '한반도 안정'이라는 대한반도 정책에서 우리가 너무 왜소함을 느낀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존 햄리(Hamre)는 "북한은 후계자 김정은의 정통성 확보를 위해 추가적인 도발을 일으킬 것이며, 추가 도발은 보다 비밀스럽고 모호한 방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정일이 1980년 초 후계자로 지명되면서 정통성 확보를 위해 일으킨 아웅산 사건, KAL858기 폭파 등의 당시 정치적 상황을 분석한 결론 같다. 지난 해 12월 말 북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은 김정일 최고사령관 추대 19주년 중앙보고대회에서 "우리 혁명 무력은 필요한 임의의 시각에 핵 억제력에 기초한 우리식의 성전(聖戰)을 개시할 만단의 주비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무엇인가 또 다른 도발이 일어날 수 있는 메시지다.
북한은 지난주 미중 공동성명 발표 직후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의해왔고 우리가 수락하면서 조만 간에 남북 간에 군사회담이 열릴 전망이다. 북은 상습적인 치고 빠지는 교활한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정부는 북의 악행에는 타협이 아닌 응분의 대가가 있을 뿐이라는 원칙하에 치밀한 한미 연합 대북 군사 전략과 전술을 구사해야 한다. 이와 병행하여 미중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한미동맹의 한계 즉 군사적 대북제재에 중국의 반대, 동맹국 미국의 지원이 없을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자강(自强)과 외교력 강화에 전력투구해야 할 것이다.(konas)
김 규(향군정책자문위원, 예.공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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