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생각]서울추위가 이런데 북녘 우리 동포들은
이 겨울 춥다는 의식보다는 추억 속 향수와 낭만을 먼저 떠올리는 우리가 이 시기 북한 동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새해 1월 마지막 휴일인 30일 아침 서울 최저 기온은 영하 14도. 한강은 며칠 째 꿈쩍도 않을 정도의 빙판으로 변한 채 며칠 전 내린 눈으로 뒤덮여 은백색 너른 강폭은 반짝이는 햇살로 눈이 부실 정도의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다.
기온은 영하권으로 뚝 떨어져 살갗에 다가오는 찬 기운은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그럼에도 기분만은 어릴 적 한 시절을 떠올리게 해 눈가에는 옅은 웃음이 번지기에 충분하다. 춥다는 느낌보다는 얼음으로 덮인 강가로 달려가 주르르 넘어지며 미끄럼을 타보고 싶은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고나 할까.
거기에는 추억이 있고, 지난 시절에의 아스라한 향수와 그리움이 짙게 배어 있는 것이다. 나 어린 시절에도 가난은 함께 했었다. 명절 날 새 옷 한 벌에 운동화 한 켤레라도 선물로 받을라 치면 새 옷 냄새를 맡느라 잠을 설치기 부지기 였고, 책상머리엔 잘 개켜놓은 옷과 신발이 며칠 자리하기도 했다.
어머니께서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만은 따뜻한 밥을 대접하면서도 아이들에게는 수수밥에 꽁보리밥이 대저를 이뤘다. 시골 방안이나 광안에 저장해 둔 고구마가 한끼 식사로 대용되기도 꽤 였으니 아이들 입 주둥이가 불쑥 튀어나옴도 어쩌면 당연지사였다.
그러나 그 때는 그 것도 즐거움이었다. 늦은 저녁 시간 온 가족이 둘러 앉아 펑펑 쏟아지는 설경을 최고의 경치 삼아 마당 앞 채전(菜田)에서 갓 꺼낸 사르르 녹은 얼음으로 덮여진 새콤한 통무를 송송 썰어 야식으로 삶아온 고구마에 얹어 먹을 때면 그보다 더 맛있는 음식은 없었다. 너무도 정겹고 아름다운 아련한 추억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지금 이 시각 우리와 같은 하늘을 머리에 이고 호흡을 나누고 있을 북녘 땅 동포들의 이 겨울 삶은 어떨 것인가를 떠올리면 그런 회상과 추억은 너무나 안타깝고 죄스런 우리만의 호사스런 사치 같아 가슴 처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수백만 동포들이 독재자 김정일 집단의 폭정과 폭압상태에서 기아와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극심한 식량부족으로 강제노동수용소를 비롯한 전역에서 아사직전에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될 때면 그저 모골이 송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7일 한 단체의 초청강연에 나선 북한출신 탈북자로는 국내 박사1호인 이애란 경인여대 겸임교수는 "서울에 와서 추위를 느껴보지 못했지만 금년 겨울은 유난히 춥다"며 "서울이 이 정도 추위면 제가 살던 북한 혜산에서는 영하 40도는 될 것"이라고 금번 추위가 너나할 것 없이 혹독함을 일깨워 주었다.
그러면서 자신도 북에서 두 번에 걸쳐 동상에 걸려 많은 고생을 했다고 전했다. 이 날 이 교수는 북한 실상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 그 자신은 하고 싶은 얘기가 참 많아 보였다. 조금이라도 더 주민들이 겪고 있는 참상을 남쪽 사람들에게 알려 북에서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을 구하기 위한 우리사회의 통일운동, 즉 북한 김정일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 봉건왕조와도 같은 권력자들을 무너트리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소망이 역력히 묻어나 보였다. 그녀 또한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이 더 많은 역할을 해주십사 당부드린다"는 말도 곁들였다.
최근 언론에도 보도가 되었지만 지금 북한은 '사탕'이라고 불리어지는 아편에 권력층은 물론 청소년까지도 대거 중독되고 폐해현상이 날로 증폭되고 있어 마치 중국 청조의 아편전쟁 직전의 상황과도 같다는 전언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이 교수도 강연에서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재배된 양귀비가 지금은 북한사회의 만병통치약으로 어린이들까지도 복용해 장차 커다란 문제로 비화될 수 있음도 일깨웠다.
어디 북한주민들에게 직면한 문제가 이들뿐이겠는가? 권력층을 비롯한 핵심계층은 어느 귀족 부호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호의호식(好衣好食)한다지만 "형태만 사람일 뿐 사람이기를 포기한" 처참하게 유린당하고 있는 주민들의 악귀와도 같은 삶은 누가 언제 어떻게 해소시켜 줄 수 있단 말인가?
영하 14도의 겨울 날씨 아래서 춥다는 의식보다는 추억 속 향수와 낭만을 먼저 떠올리는 우리가 이 시기 북한 동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 것은 무엇일까?
이제는 모두가 곰곰 되씹어봐야 할 때가 아닐까!(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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