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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찌 개헌을 논하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절실한 과제는 헌법을 고치는 일이 아니라, 반동분자들을 제거하고 정리하는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는 일

Written by. 김동길   입력 : 2011-02-09 오전 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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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에 재정된 헌법은 ‘개헌’이라는 미명하에 여러 차례 손질을 하기도 하고 바꾸기도 하였습니다. 아마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1조 1항만 빼고는 고쳐지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할만도 합니다. 그러나 모든 개헌의 움직임은 동기가 분명합니다.

정권연장이 절대 필요하다는 확신 때문에, 또는 대통령중심제가 만악의 뿌리라고 믿고 내각책임제가 아니고는 민주적 한국을 건설할 수 없다는 확신 때문에, 또는 스스로 기존 헌법을 파괴한 사실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비상한 수단을 써서 개헌을 단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여당 일각에서, 그리고 대통령의 입에서 튀어나온 ‘개헌 아직도 늦지 않다’는 발언의 진정한 동기를 나는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쿠데타로 거머쥔 정권도 아니고 국민총의로 당당히 선출된 대통령인데다가 장기집권의 야욕이 전혀 없는데 왜 개헌이 필요합니까.

오늘 이명박 대통령에게 절실한 과제는 헌법을 고치는 일이 아니라 오늘의 대한민국 헌법을 업신여기며, 이 대통령이 대통령노릇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반동분자들을 제거하고 정리하는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는 일입니다. 오늘의 헌법이 잘못되어서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친북. 종북을 내심에 깔고 대한민국에서 날뛰는 반동분자들이 준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이 정당정치를 외면하고, 정치가 사업보다 재미가 없기 때문에 하루 빨리 정치에서 손을 떼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개헌논의는 앞으로의 정국을 더욱 혼란하게 만들 것이고 앞으로 여당은 여당 구실조차 못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리고 이런 정치적 판국에 대통령이 일선에 나서는 (물론 그런 마음이 없겠지만) 개헌은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습니다. 왜 대통령은 정치력을 발휘하여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하고 4대강 사업을 박수 속에 마무리질 생각은 안하는 겁니까. 어느 것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민족의 앞날을 밝히는 일입니까. 개헌을 추진하는 일입니까 아니면 세종시 수정안을 국회로 하여금 받아들이게 하고 4대강을 살려 대한민국으로 하여금 전 세계에 우뚝 서는 나라가 되게 하는 겁니까.

개헌논의는 국력을 소모하고 정국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 뿐 아니라, 잘 나가던 대한민국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게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김동길/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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