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저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속내는?
우리가 먼저 나서 전전긍긍하거나 연연해하는 것은 과거 정권에서 수없이 당해온 것처럼 또 다시 백기 투항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아니다.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북한에 원칙에 입각해서 요구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북이 자행한 도발에 대한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 그리고 재발방지 약속이다. 지난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 중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박왕자 피살 사건에 이어 지난해 발생한 3.26 천안함 폭침과 11.23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에도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는 정부의 대응 원칙이다.
이는 물론 북한이 연초부터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남북대화와 북한군 대표들의 일방적 퇴장으로 결렬된 남북고위급군사회담을 위한 군사실무회의에서도 일관되게 적용되고,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사안이기도 하다.
지난 8일 남북고위급군사회담을 위한 군사실무회의가 개최되던 날 여권의 한 중진의원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한 사과와 관계자 처벌, 재발방지 약속을 촉구했다.
황진하 한나라당 정책위 부의장은 이 날 "회담을 통해 남북대화의 물꼬가 본격적으로 트여지기를 기대한다"면서도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을 폭침 시킴으로써 수많은 해군용사를 희생시켰고 군부대뿐만 아니라 무고한 민간인에게까지 포격을 가함으로써 우리의 통분을 가져온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해서 북한은 진정한 사과와 관계자 처벌, 그리고 재발방지 약속을 해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대화가 정치적 제스처로 끝날 것이 아니라 남북간의 대화의 단추를 마련하는 계기로 발전될 수 있도록 북한의 진정성 있는 대화 자세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북한이 우리의 이런 요구를 수용할 수 있으며, 어느 정도 들을 의향이 있느냐 하는 기대감은 회의적이다 못해 아예 난망할 따름으로 보여진다. 이번 회담 결렬 이후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0일‘북남군사회담 북측대표단 공보’를 통해 남측을 향해 '역적패당' 운운하며 극렬한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북한은 6·25전쟁 이후 수도 없이 많은 도발만행을 자행해 왔다.
숱한 인명 살상을 가져왔다. 그렇게 무력도발을 하고도 항상 자신과 무관하다고 발뺌해 왔다. 적반하장으로 우리 정부나 미국에 책임을 전가해 온 것이 북한 권력층의 습성이다. 실제로 북한은 테러나 무력도발을 하고도 “증거가 있느냐”며 우리에게 들이대기 일쑤였다. 그러면서도 지난 좌파정권 10년 동안 챙길 것은 다 챙기며 속셈을 채웠다.
1968년 1·21 청와대기습에 대해 겨우 인정했고 1976년 8·18 도끼 만행사건에 대한 유감 표명만 있었을 뿐이다. 그밖에 KAL기 폭파 등은 우리의 자작극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이번 천안함 폭침도 그랬고, 연평도 포격 도발의 책임도 우리군의 선 군사훈련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으며 군사실무회담 결렬 상황 또한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 정부가 원칙을 앞세우며 대화를 전개하고자 하지만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북한 선전선동 전문연구가인 브라이언 마이어스 동서대 교수는“북한이 연초부터 대화국면으로 가기 위해 총공세를 벌이지만 천안함·연평도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할 가능성은 전무하다”면서“남북회담에 환상을 갖지 말라”고 주장했다.
마이어스 교수에 의하면“북한은 대남 도발과 대화를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남측으로부터 대량식량지원 등 양보를 얻어내려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현 국면에서 대화를 하자는 것이 과거 도발에 사과하거나 미래 도발을 중단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대화에 우리가 먼저 나서 전전긍긍하거나 연연해하는 것은 과거 정권에서 수없이 당해온 것처럼 또 다시 백기 투항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아니다. "남한 불바다" "우리민족끼리" 같은 '때리고 달래는' 식의 어줍잖은 남한 길들이기에 더 이상 놀아나서는 안 된다는 외침이자 고육지책 이기도 하다.
이는 곧 얻어맞은 자의 자존심 문제와도 결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아(饑餓)와 아사(餓死)직전의 북한 주민을 지원하고 발육부진에 빠진 어린이를 돕는 길은 동포로서 당연한 일이다. 허나 아무리 인도적이라 할지라도 그를 요구할 기본적 양식은 적대여부를 떠난 보편적 의식이며, 분명한 것은 위협에 굴복해 좌우됨이 아닌 국제사회와 더불어 분명하고도 명확한 투명성 보장과 뒤따르는 조치의 선행인 것이다.
이번 남북군사실무회담 이후 북한 당국의 행태를 보면서 다시 한번 저들의 양두구육(羊頭狗肉)적이고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언행에 답답한 앙가슴만을 쓸어 내릴 뿐이다.(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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