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자들의 협상이란 전쟁의 연속
북한, 계속 압박하면 결국 물러난다
8일과 9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 실무회담은 고위급 군사회담 의제에 대한 의견대립으로 결렬됐다. 북한이 새해 1월 1일부터 다방면으로 대화 공세를 제의하여 처음 열린 남북한 당국 간 회담에 기대를 걸었던 국내외의 관전자들은 북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공산주의자들은 전쟁이나 폭력으로 자본주의체제를 전복시켜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이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협상'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들은 상대가 강력하여 전쟁이나 폭력에 의한 혁명 성취가 어렵고 오히려 체제가 생존 위기에 빠지는 불리한 정세에 놓이면 마지막 선택으로 협상을 택한다.
작년 5월 25일 "이명박 정부 임기 중 남한과의 대화와 접촉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던 북한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우리와의 대화에 매달리는 것은 불가피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한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고립에서 벗어나고, 3대 세습 안착을 위해 단기간에 인민생활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경제지원을 얻어야 할 형편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화 압력, 한국 사회의 다양성을 이용한 친북(親北) 좌경 세력과의 통일전선 구축도 빼놓을 수 없다.
수세적 상황에서 할 수 없이 협상에 임하게 되면 그들은 초기에 회담 장소, 일시, 대표의 수준과 의제에 집중한다. 특히 의제(議題)는 단순히 토의될 항목과 내용이 아니라 회담의 본질이기 때문에 유리한 의제 채택에 주력한다. 북한이 이번에 우리가 제의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이외에 '쌍방 군부 사이의 상호도발로 간주될 수 있는 군사적 행동 중지'를 의제로 제의한 것은 고위급 군사회담에서 '서해 해상경계선 재설정'을 제기해서 우리의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공산주의자들의 협상 행태 또한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협상이란 다른 형태와 수단에 의한 전쟁의 연속"이라고 한 마르크스·레닌의 가르침을 추종하여 실제 도발에서 얻지 못한 북방한계선 무력화를 협상에서 확보하려 한다. 그리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실무회담 둘째날처럼 억지 주장을 반복하다가 인사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회담장을 퇴장하는 전사적(戰士的) 행태를 보인다.
실무회담 첫째날 북한 대표단의 초조한 모습은 1990년대 초 동구권 붕괴 후 개최된 남북총리급 회담에서 보인 분위기와 유사하다. 10일 북한 대표단은 "남측이 두 사건 해결만 고집하여 더 이상 상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발표했지만,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보면 고위급회담에 미련이 있는 북한은 결국 실무회담 개최를 다시 요청해 올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추가 도발에 면밀하게 대비하되, 일단 대화가 재개되면 북한으로부터 '책임 있는 조치' '추가도발 방지 확약'을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
대화 성사에 매달리는 북한을 일관되게 압박해야 물러나게 할 수 있다. 북한은 1991년 12월 제5차 총리급 회담의 마지막 순간까지 서해 해상경계선 재설정을 고집하다가 결국 "해상불가침 구역은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를 전례 삼아 실무회담에서 대화에 임하는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치열한 '의제 전투'를 계속해야 한다.(konas)
*이 글은 조선일보에 기고된 글입니다.
송종환(명지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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