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경제계획 수립보다 먼저 해야 할 일
과감하게 개혁과 개방을 추진하는 걸출한 인물, 이른바 영웅이 필요한 것이다.
북한이 오랜만에 경제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지난 1월 15일 조선중앙통신은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에 관한 내각 결정을 채택하고 국가경제개발총국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새로 설립되는 국가경제개발총국은 국가경제개발 전략대상들을 실행하는 데 나서는 문제들을 총괄하는 정부적 기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경제개발계획에 있는 다양한 사업들을 전적으로 맡아서 실행할 것을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에 위임했다고도 했다. 아직 구체적인 개발계획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다 할 평가를 하기는 이르다.
다만, 지난해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이 외국회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명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약 10년에 걸쳐 일천억 유로를 투자한다고 하는 자료를 통해 대략의 윤곽을 추론할 수는 있다. 대략적인 사업 내용들은 농업개발, 5대 물류산업단지 개발, 은행 설립, 석유 에너지 개발, 원유가공능력 2000만 톤, 전력생산능력 3000만㎾, 제철능력 2000만 톤, 지하자원개발, 3000㎞의 고속도로 건설, 2600㎞의 현대화 철도 건설, 공항 및 항만 건설, 토지개발 및 도시건설 등이다. 얼핏 발표된 내용들만 보면 상당히 의욕적이며 거대한 목표를 갖고 있는 듯하다. 북한은 10개년 계획이 마무리되는 10년 후에는 “당당한 강국으로서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와 국제경제관계에서 전략적 지위를 차지하게 되며,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으로 들어설 기틀이 마련되고, 2020년에는 앞선 나라들의 수준에 당당하게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북한의 내부자원은 이미 고갈됐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외부로부터의 지원이 없다면 경제를 회생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내부자원을 동원한다고 해도 수천㎞의 고속도로를 건설할 능력이 북한에는 없다.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5대 물류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다. 물류기지를 만들어도 거기에 입주할 기업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부구조를 건설할 군인들은 식량부족에 허덕이고 있어서, 주민들로부터 식량을 거둬들이고 있을 정도다.
정부는 돈이 없어서 화폐개혁을 통해 주민들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쓸어 모았다. 즉, 지금 북한경제에 필요한 것은 경제개발 계획도 아니고 이를 추진할 기구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중국의 덩샤오핑 같은 걸출한 인물, 이른바 영웅이 필요한 것이다. 과감하게 개혁과 개방을 추진해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이 얼마나 투자하기에 매력적인 곳인지를 자랑해야 한다. 그래야 국제사회는 북한의 개발계획을 조금씩 믿기 시작할 것이며, 북한의 미래를 대상으로 투자하기 시작할 것이다. 국제사회를 상대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과 같은 행동을 일삼으면서 경제개발 10개년 개발계획을 세웠으니, 투자하려면 하고 아니면 우리가 한다는 식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만일 아무리 북한이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해도 이 정도의 상식적인 내용은 알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이번 10개년 개발계획의 수립은 단순히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즉, 2012년 경제 강국 건설을 10년 뒤로 미룬 것이라고 말이다. 북한주민들에게 지금과 같은 생활을 적어도 10년은 더 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경제개발 10개년 계획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http://kookbang.dema.mil.kr/
동용승(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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