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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터지는 중동

레바논에서 진정으로 중동평화 위협하는 중대 사태 꿈틀거린다

Written by. 김재윤   입력 : 2011-02-18 오후 5: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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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니지와 이집트의 혁명이 중동 도처에서 시한폭탄처럼 터지고 있다. 반정 봉기는 마침내 이란으로 확산되었고 레바논에서는 진정으로 중동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태가 꿈틀거리고 있다. 이란의 반정시위는 반미 정권을 타도대상으로 삼는 점에서 레바논 사태와는 그 상징성이 상치된다.

레바논의 무장세력 헤즈볼라(Hezbollah)는 정권을 접수할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란과 시리아의 지원을 받는 이들의 야망이 실현되면 중동의 패권은 시아파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수중에 들어가 중동의 민주화는 물론이고 이스라엘의 생존마저 위협을 받는다. 따라서 레바논 사태는 대내적 민주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젊은 엘리트 세대가 주도한 이집트 사태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집트가 반미 과격세력의 인질이 될 가능성은 희박한 반면 레바논은 반서방 거점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헤즈볼라 정권은 핵 무장을 서두르는 이란의 “대리정권”이란 점에서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랍어로 “신의 정당”이란 의미의 헤즈볼라는 한 마디로 테러리스트 그룹이다. 이들은 이란 출신의 전설적 성직자 무사 사드르의 영도 하에 1960년대부터 존재를 드러냈다.

정치적 야망을 품고 남부 레바논에 교두보를 구축한 이 그룹은 두 차례에 걸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과정에서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강력한 무장조직으로 성장했다. 때마침 1979년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호메이니 혁명에 성공하자 이들은 이란의 강력한 비호 아래 이란의 동맹국인 시리아 인근의 베카 계곡에 본부를 설치하고 이스라엘과 서방군대의 추방에 앞장섰다. 1983년에는 베이루트 주재 미국 대사관과 프랑스 및 영국의 군사시설을 폭파하기도 했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이들의 압력에 밀려 미국 해병대를 철수했다.

단순한 무장단체였던 헤즈볼라는 1992년 의회 선거에 다수의 후보를 당선시키면서 정계로 진출했다. 이들은 내친 김에 2005년 사아드 하리스 레바논 총리를 암살하고 정부를 해체시킨데 이어 연립정부를 만드는 척 하면서 사실상 집권세력으로 변신했다. 이슬람 근본주의 중에서도 가장 과격한 이 세력이 정당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집권세력이 되는 상황을 가장 환영하는 측은 이란과 시리아이다. 그동안 제공한 무기와 재정지원이 결실을 거두는 셈이고 지정학적으로는 중동 전역을 이슬람 근본주의 영향권에 귀속시키는 야망을 달성하는 것이다. 태생이 테러리스트인 무장 세력이 합법적 정당이 된 것도 예사롭지 않거니와 정권까지 접수할 태세를 갖췄다는 건 전례없는 일이다.    

헤즈볼라는 양손에 떡을 쥔 형국이다. 한편으로는 선거에 후보를 내세워 합법적 정치지위를 굳히면서 또 한편으로는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선거결과가 마음이 들지 않으면 무력으로 판을 깰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이들은 이미 수도 베이루트를 장악했다. 이들에 대항할 세력은 어디에도 없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건 서방, 특히 미국의 잘못된 외교정책이다. 이제 와서 미국은 헤즈볼라가 주도하는 레바논 정부는 절대로 승인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나 때는 늦은 것 같다.

1월 중순 헤이그에 있는 “레바논 특별재판소” 검사들은 헤즈볼라에 의해 암살된 전 레바논 총리 라피크 하리리에 관한 기소장을 제출했다. 재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헤즈볼라, 시리아 및 이란의 고위 지도자들이 범인으로 지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리리의 아들이 승계한 레바논 정부를 붕괴시키고 스스로 집권세력임을 자처하는 헤즈볼라가 지켜보는 한 이 재판의 결과는 보나마나이다.  

과격파와 테러리스트들로부터 레바논을 구출하는 길은 강력한 압력과 응징이다. 그러나 미국의 외교정책에는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 특별재판정이 열렸으니 일이 잘 될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이 들릴 뿐이다. 재판을 통해 레바논의 안정과 민주화를 실현하려는 시도는 처음부터 너무 순진했다. 레바논의 진짜 문제는 이 지역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이란의 야망이다.

레바논 정부를 전복시킨 헤즈볼라의 행동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들은 이스라엘과 여타 친서방 아랍국들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고 그 배후에는 언제나 이란이 있다. 하리리 암살이 있기 전 수년 동안 서방은 이란과 시리아의 야망을 추구하는 헤즈볼라의 역할을 간과하거나 묵살했다. 서방은 심지어 학교와 병원 등에 지원금을 보내는 헤즈볼라의 인도적 제스처에 눈이 멀어 이스라엘을 협박하고 레바논의 민주정부 출현을 방해하는 헤즈볼라의 테러 행태를 직시하지 못했다.
 
뒤늦게 다급해진 서방은 유엔결의 준수를 촉구하고 레바논의 합법적 정부 출범을 독려하고 나섰지만 정치와 군사 양면에서 실력을 기른 헤즈볼라는 서방의 시도를 비웃고 있다. 헤즈볼라가 사실상 레바논의 군사정부로 출현할 날은 목전에 다가왔다. 이제 레바논의 민주화는 영원히 실종되고 중동 전역에서 새로운 전쟁과 폭력이 재연될 위험이 높아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과거처럼 공염불을 할 겨를이 없다. 어떤 경우에도 헤즈볼라가 지배하는 레바논 정부를 합법정부로 승인해서는 안 된다. 최소한 헤즈볼라가 무장해제를 하고 순수한 정치세력으로 순화될 때까지는 그렇게 해야 한다.

유엔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조치로는 미흡하다. 헤즈볼라가 미국, 프랑스, 영국 군사시설을 포격했을 때 평화유지군은 철수했다. 이는 당시 대통령 레이건의 최대 실수였고 결국 오늘의 위기를 가져왔다. 사아드 하리리 총리가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있을 때 헤즈볼라는 하리리 정부를 무너뜨렸다. 오바마가 이 굴욕을 기억한다면 오늘의 레바논 위기에 좀 더 강력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희망사항일 뿐이다.

최근의 중동 사태를 바라보는 이스라엘의 심기는 착잡하다. 그동안 이스라엘을 지지하던 이웃 정권들은 붕괴되거나 비틀거리고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세력들은 사방에서 득세하고 있다. 일련의 사태들이 이스라엘을 직접 겨냥하거나 이스라엘로 인해 비롯된 건 아니라 하더라도 이스라엘의 미래에 암운이 밀려오는 건 확실하다. 중동에서 대체로 주도적 역할을 맡아온 이스라엘로서는 아직은 “관전자”의 입장이지만 뭔가 생소한 주변 환경이 불안하다.    

익명의 이스라엘 관리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존 볼튼 유엔주재 전 미국대사는 로스앤젤리스 타임스 기고에서 중동의 미래가 이집트가 아닌 레바논 운명에 달려 있다고 개탄했다. http://newsandnews.com

김재윤(뉴스앤뉴스 기자)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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