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부자의 대남선거전략 스토리텔링
잠 못 드는 김정일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이 휩쓸고 간 북녘 땅 3월에도 서서히 봄기운이 일고 있었다. 북한지역에서 남쪽에 위치한 대동강에는 살얼음이 녹아 흐르고 춘삼월에 부는 강바람도 제법 온기가 느껴졌다. 그러나 주석궁에서 새벽잠을 설치고 있던 김정일의 마음은 결코 봄이 아니었다. 2008년 중반 뇌졸중으로 쓰러져 고생한 이후 김정일은 건강에 신경을 써 왔지만 70세를 맞은 2011년부터는 불면증과 어지럼증이 더욱 심해지고 변덕과 조급증을 자주 보여 후계자인 아들을 무척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무엇이 김정일을 그렇게 조급하게 만들고 있을까? 그것은 이제 막 시작에 불과한 후계작업과 김정은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최악의 식량난으로 인해 군인과 주민에게 나타나고 있는 충성심의 이반현상, 그리고 자신이 추진해 온 정책과 전략들이 거의 실패한 것은 물론 그 실패가 자신에게 다시 위협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에 대한 격심한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중에서도 김정일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는 것은 후계자로 내세운 아들의 문제였다. 30세도 안된 철없는 애를 후계자로 내세웠지만 자신의 위상만큼 통치력을 높이려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한쪽에서는 3대째 세습은 결국 실패하고 말 것이라는 민심들이 곳곳에서 입수되고 있었다.
여기에다가 김정일의 머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 것은 이집트에서 날아든 옛 친구 무바라크 전 대통령 하야 소식이었다. 무소불위의 철권통치가 아무 힘이 없다고 생각한 국민에 의해 무너지고, 인권탄압과 은닉재산에 대한 해외 밀반출 등의 죄를 물어 곧 사법처리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은 미래 자신의 운명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과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자신처럼 철권독재정치로 이집트를 영원히 지배할 것 만 같았던 무바라크가 권좌를 끝까지 고수하려 했지만 그가 가장 신임했던 군부의 최후통첩에 의해 결국 축출 된 것을 본 이후 김정일은 부쩍 말수가 적어지고 화를 내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나 김정일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을 할 수 있는 그 어떤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모든 인민들이 후계자를 절대 지지하고 충성하게 하면서도 남한을 통째로 흔들어 자신의 의지대로 끌고 갈 수 있는 결정적인 것이 무엇일까? 충혈 된 눈으로 창밖의 여명을 응시하고 있던 김정일의 눈에는 일순간 섬뜩한 살기가 스쳤다.
김정일의 고백
새벽잠을 설친 김정일은 아들 김정은과 아침상을 함께 하면서 말을 꺼냈다.
“이보라우 이 아바이가 밤새 생각해 봤디. 우리 공화국의 운명 말이야. 이 아바이 소원은 너를 하루빨리 탄탄한 후계자로 만들고 나는 좀 일선에서 물러나 편히 쉬는 것이야. 그런데 그게 영 순탄치 않아 골치가 아프구 까딱 잘못했다간 공화국이 파탄 나게 생겼어. 그래서 말이디 믿을 건 너 밖에 없으니 부자지간에 까놓고 이야기 좀 해 보자우”.... 아버지의 심각한 말에 김정은은 다소 놀란 표정으로 수저를 상에 내려놓으며 김정일을 응시했다.
김정일의 말이 이어졌다.“그래 내레 수령님으로부터 공화국을 맡은 이후 15년 동안 정말 열심히 했지. 그런데 말이디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 지하에 계신 수령 아바이를 뵐 면목이 없어. 내 생일이었던 2월 16일에 당에 지시해서 이 날 만큼은 어떻게 해서든지 쌀과 고기를 공급하라고 했지만 나라 곡간에 뭐가 있어야 주지. 나를 지도자로 믿고 충성하는 인민들이 어떻게 생각 하갔어? 인민들이야 조금 굶어 죽어도 할 수 없지만 나를 총폭탄으로 결사 옹위하겠다고 맹세하고 모든 어려움을 참고있는 인민군들의 실망이 너무 클 거 아니 갔어? 그러다 보니 특수부대 요원들이 강도질에 나서고, 얼마 전에는 대대장 동지 한명이 부모님이 굶어 죽었다고 탄식하면서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정말로 기분이 좋지 않았디. 이러다가 공화국이 무너지지는 않을까 하는 불길한 생각까지 들 때가 있어. 넌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네?”
언제나 자신만만했던 아버지가 오늘따라 약해진 모습을 보이며 금기시하고 있는 말을 듣고 있던 김정은은 아버지의 눈을 잠시 보다가 말을 꺼냈다.“아바이 동지, 그건 어차피 우리가 예상했고 또 각오한 것 아닙네까? 사실 지금 저는 아직 어리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르지만 우리 공화국이 근래 들어 힘들고 또 위험한 상태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습네다. 그래서 우리가 살 길은 더 치밀하고 악랄하며 충격적인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네다. 천암함을 까부시고 연평도에다가 불벼락을 안겨 준 것도 다 공화국의 생존을 위해 벌인 것 아닙네까? ... 하며 거들었다. 그러나 김정일은 더욱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그래 그때 참 어려운 결정을 했었디. 글구 남조선 아이들의 얼을 쪽 빼고 말았지. 그런데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해 보면 전술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전략적으로는 완패한 거 아니네? 다시 말하면 전술적으로는 남한 괴뢰들에게 우리 공화국의 당차고 결연한 군사력을 과시해서 공포감을 주었고, 우리에게 관심을 멀리 하려는 중국아이들에게도 조-중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알게 해 주었디. 그러나 전략적으로는 실패했디. 미국과 일본이 이처럼 세게 나올 줄 몰랐고 그건 우리의 큰 실수였디. 그들은 남조선과 한패가 되어 국제적으로 더욱 거세게 우릴 공격하고 포위하며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전제 조건으로 내걸어 6자회담이나 군사회담에 한 발짝도 나서지 않으려고 하고 있디. 특히 남조선 인민들의 반응에 놀랐어. 천안함 공격때는 북조선의 책임보다는 남조선 군부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여론이 많았는데 연평도를 공격했을 때는 남조선 인민들이 죄다 우리를 비난하면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똘똘 뭉쳐 한 통속이 되었단 말이디. 이 뿐 아니디. 우리가 그토록 약화시키려고 했던 남조선 군대의 전력을 크게 보강해 주는 결정적인 기회를 주고 말았디. 그동안 우리의 비대칭 전력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다가 이번 일로 인해 대비책을 크게 강화함에 따라 우리 공화국 군대의 자랑인 속전속결 전술과 배합전술의 효과가 크게 떨어지게 생겼어. 이 뿐 아니야. 서해 5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NLL을 무력화해야 하는데 남조선에서 이쪽에다가 방어력을 크게 보강하는 일을 착수했다니 처음부터 손 안댄 것만도 못하게 되어버린 거 아니 갔어?”
김정일은 점점 흥분했다. 억양을 점점 높이면서 특유의 눈을 실쭉거리며 계속 말을 이어 갔다.“그래 정은이. 이런 일들로 인해 우리 공화국의 입지가 엄청나게 좁아졌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갔어? 그래서 무엇 하나 우리 의지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점점 없어지고 있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식량원조는 이미 끓긴지 오래 되었고, 남조선 간나 새끼들은 우리에게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면서 모든 지원을 중단하고 있어. 물론 우리의 유일한 우방인 중국동지들이 식량지원을 해주고는 있지만 그것도 찔끔 찔끔 주면서 우리를 길들이려고 하고 있고 그 대가로 광업권이나 압록강 지역 개발권을 요구하고 있디. 중국 아이들의 얄팍한 수를 알고는 있지만 일단 살고 봐야 하니까 어떠갔어? 거덜 나더라도 일단 내 줘야하지 않갔니?”
격정적인 아버지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김정은이 다시 거들었다.“지도자 동지! 기럼 이런 상황이 언제나 해결될 것으로 보십네까?”글구 우리 인민들이나 군인들이 언제까지 참고 지도자 동지와 저를 지지하고 따를 거라고 보십네까? 이 말을 들은 김정일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그리고 한동안 아들을 연민의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 짧은 시선이 오가는 동안의 시간은 무척 길게 느껴졌다. 김정일이 작심했다는 듯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보라우 너는 내 아들이고 후계자야. 어차피 너와 나는 운명을 함께 하면서 공화국을 이끌어 가야돼. 앞뒤 상황을 잘 살피고 정신을 똑바로 차려나가지 않으면 우리 모두 후세인이나 무바라크와 같이 큰 불행을 당할 수 있단 말이디. 무엇보다 민심이 문제야. 부하들이 내 눈치를 보느라고 잘 보고하지 않고 있지만 인민들이 폭발직전에 있고 충성스런 군대마저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는 비밀보고를 자주 받고 있디. 그래서 반역의 씨를 말려버리기 위해 노동당규약을 고쳐 모든 군부대는 당으로부터 파견된 정치위원에 의해 완전하게 통제받도록 해놨지만 그것도 아주 안심할 것은 아니 갔어? 그래서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이런 문제들을 한방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 더 늦기 전에 터트려야 한다는 거야”...
남한의 선거가 유일한 반전의 기회
아버지의 말을 응시하고 있던 김정은이 벌떡 일어났다.“지도자 동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거 아닙네까? 우리 공화국은 분명 위기에 처해 있습네다. 여기에서 밀리면 끝이고 버티거나 공격하면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습네다. 인민이나 군대, 글구 당 일꾼들은 사실 많이 참아왔고 아바이 말씀대로 그들이 폭발직전에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네다. 그러나 위기가 기회이고 백두산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지 않습네까? 그 폭발의 분출구를 남측으로 향하도록 반전의 계기를 찾아내야 합네다. 지도자 동지께서 위기 때마다 즐겨 쓰신 벼랑 끝 전술의 진수를 이번에도 멋지게 보여주셔야 합네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반전으로 삼아야 할 핵심적인 목표는 바로 내년 4월과 12월에 있을 남조선 총선과 대통령 선거입네다. 아바이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남조선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모두 제정신이 아니지 않습네까? 대통령 말도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정치인이나 인민들은 양편이 되어 죽자 사자 서로 싸우기 때문에 이때가 가장 취약하고 특히 안보문제에 대해서는 양쪽이 아주 딴판의 길을 걷습네다. 따라서 2012년 남조선의 선거정국은 우리가 반전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제공해 줄 것입네다”
아들의 말을 심각하게 듣고 있던 김정일은 대견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그래 내가 아들을 제대로 두긴 했디. 글구 짧은 기간에 아바이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고 있으니 이번에 맡은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직도 야무지게 잘 할 수 있을 거 같구먼. 그래 정은이 네 말이 맞디. 내년 4월 11일은 국회의원 총선거이고 12월 19일은 대통령 선거일이디. 이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그 후 5년 동안 우리 공화국의 운명을 보장할 수 없지 않갔어? 그런데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조선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디. 지난번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때는 대남전략전술의 축으로 이용하기 위해 정상회담 한번 허락 해준 이후 우리 의도대로 남조선을 마음대로 다루고 얼마나 많은 지원을 받았어? 정말 그때가 공화국 전성기였지. 그런데 지금의 이명박 정부는 아주 틀렸어. 원칙주의자라서 고집도 세고 호락호락하지 않아.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남측에서 우리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아직도 건재하고 있디. 이게 바로 우리에게는 큰 힘이고 이런 세력들을 잘 이용하면 친북정권을 또다시 탄생시킬 수 있지 않갔어? 그런데 우리에게 시간이 많이 없어. 그래서 정은이 네가 맡아 대남선거전략을 만들어 빨리 보고 하라우!”
아버지로부터 뜻밖의 칭찬을 받은 김정은이 애써 예를 표하며 다음 말을 이어갔다.“네 지도자 동지, 그렇지 않아도 선전선동부와 총정치국 등 대남사업일꾼들과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눴습네다. 지금까지 우리 공화국은 남조선 선거정치판에 적극 개입해서 우리를 괴롭혔던 군사정권을 무너뜨렸고 상대하기 쉬운 물렁한 정권이 탄생되도록 무진 애를 썼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네다. 내년 남조선 선거에서도 모든 역량을 이들에게 지원해서 우리가 원하는 정권이 들어서도록 해야합네다. 이를 위해서는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집중적으로 부각해서 남한 인민의 마음에 정권을 교체해야 하겠다는 심리적 반동이 생기도록 해야합네다. 아울러 연평도 포격과 같은 작은 사건을 이따금 터트리되 그 강도를 조금씩 높여 공포분위기를 조성해서 남조선 인민들을 정신적으로 분열시켜야 합네다. 이것은 지난번 남조선 지자체 선거 때 우리가 잘 써 먹었던 심리전입네다. 즉 현 정부가 북한을 강하게 밀어 뭍이고 지원하지 않으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고 또 갈수록 전쟁위험이 커진다고 하는 불안한 여론을 적극 조성해서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나라가 되려면 북한과 대결하는 정당을 찍지 말자고 했습네다. 그래서 결국에는 우리가 원하는 정부가 들어섰지 않습네까? 내년에 있을 선거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네다. 남조선에는 할아버지와 아바이께서 60년 넘게 공들여 심어 놓은 사상적 동지들이 아직도 건재하고 있습네다. 물론 지금 이명박 정권에서 경계서린 눈을 보내니까 투쟁방식을 조금 평화적으로 바꾸는 간조기 활동으로 들어갔지만 여건이 무르익을 때 우리가 불을 붙이면 순식간에 혁명전사로 활약하게 될 것입네다. 따라서 4월부터 사이버심리전을 점차적으로 강화하고 위장평화공세는 물론 군사적으로도 어떤 시기에 어디를 어떻게 타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집중적으로 검토해서 보고 드리갔습네다”
어린애 같던 김정은의 제법 논리적인 말을 들은 김정일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아들을 덥석 안았다. 그리고 아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잊지 않았다.“그래 이제 잠을 좀 잘 수 있갔구나. 내레 우리 공화국이 마지막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디. 글구 그것은 어차피 희생이 따라야 한다는 것도 말이야. 그렇지만 김일성 아바이께서도 혁명은 총구로부터 시작된다고 늘 말씀 하셨디. 그 말씀의 뜻을 이제야 확실히 알갔어. 기회는 단 한 번밖에 없디. 글구 그 한 번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공화국은 영영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모든 혁명전사들이 분명히 명심하도록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야 .....”(konas)
유명덕(국방 칼럼니스트/ md86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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