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된 실패국가’란?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공공질서가 문란해지고 불법 무법에 대한 사법적 제재(judicial sanction)가 흐물흐물해지는 나라
‘실패한 국가(failed state)’라는 말이 있다. 대체로 3개 유형이 거론된다. 무질서, 폭력, 무정부 상태로 인해 국가통치(governance)의 구조가 거덜 난 국가가 그 첫째. 둘째는 밥 굶는 국가, 그리고 셋째는, 그렇지는 않지만 못난 주제에 깡패 짓으로 연명하는 '불량국가'다.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기니, 솔로몬 군도, 파키스탄, 수단, 라이베리아...등이 '실패 국가'로 분류된 바 있다.
북한은 그렇다면? 통치구조가 거덜 난 것은 아니지만 경제구조가 거덜 난 ‘굶어 죽는 곳’이다. 그리고 통제가 안 되는 ‘불량국가‘다. 대한민국은? 통치구조, 경제가 다 ’실패국가‘ 명단에 오를 나라일 수가 없다. 발전되고 성공한 국가다. 그러나 광우병 사태 등에서 보듯, 집단폭력이 공권력을 우습게 알고 그에 대해 정권이 단호한 법집행을 못하는 채 머뭇거린 사례를 볼 때는 “아, 누군가가 이 나라를 ’발전된 실패국가‘로 만들고 싶어 하는구나” 하는 낌새를 느끼게 했다.
‘발전된 실패국가’라...언듯 듣기엔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 같지만,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공공질서가 문란해지고 불법 무법에 대한 사법적 제재(judicial sanction)가 흐물흐물해지고 내부에 명백한 적(敵)과 내통하는 세력이 공공연히 발호하는 경우라면 그런 게 말하자면 잠재적인 ‘발전된 실패국가’의 전조(前兆)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은 그런 사례에서 완전히 제외되는가, 아니면 어딘가 증상적으로 닮아가기 시작했는가? 우리 현실에 비추어선 이 질문에 대한 답변과 관련해서도 그 어떤 공론(公論) 같은 게 형성되기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 만큼 서로 공유하는 가치가 없다는 이야기다. 말만 한 나라이지 두 나라, 세 나라, 네 나라라는 것인가.
이런 상태에서 대한민국은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김정일이라는 ‘실패국가’ ‘불량국가’에 대처해야 할 2중, 3중의 어려움을 안고 산다. 그 '불량국가‘는 더군다나 핵(核)으로 무장하고서 툭하면 ’서울 불바다’를 호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이런 핵심적인 주제를 회피한 채, 자고 깨면 도구적인 방편 논란으로 영일(寧日)이 없다. 계란을 둥근 쪽으로부터 먼저 먹을 것인가, 뾰죽한 쪽으로부터 먼저 먹을 것인가로...
예비 대권주자들도 이런 근본적인 주제에 관한 통합적인 비전을 내놓지 않은 채 포퓰리즘에 쫓기는 경향이 있다고 하면 지나칠까? 대한민국을 절대로 ‘발전된 실패국가’로 만들지 않겠다, 그러기 위해 나는 이런 총체적인 그랜드 디자인을 천명한다, 하고 나서는 대통령 후보군(群)이 아쉽다.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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