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밀정보와 언론의 보도자세
언론사는 경쟁적으로 감정에 휩싸여서 도매장판을 하면서 난도질하는 선정성으로 보도할 것이 아니라 보다 냉철하고 신중한 접근 필요
국가이익과 관련한 언론보도는 아무리 신중에 신중을 기해도 부족함이 없다 할 것이다. 세계 선진국 여러 나라들을 예로 들더라도 무엇보다 국가이익에 반하는 보도는 철저하고도 자율적으로 통제하는 절제력을 보여왔다.
최근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사건에서 조선일보사에서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자는 ‘국정원직원’이라는 제하의 보도된 머릿기사가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조선일보에 이어 많은 언론들이 기사를 경쟁적으로 대서특필했다.
지난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잠입했던 인원은 정보기관 요원이라는 보도다. 이들은 국익차원에서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협상전략 등을 파악하려 했던 것이라고 본다. 물론 정보기관 요원들이 정보업무를 수행하다가 자신들의 신원을 노출시킨 것은 매우 큰 실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라도 자국의 국가이익을 위하여 정보전을 펼치게 마련이다. 더욱이 지금 시대는 치열한 정보전만이 국가의 존망을 가른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그러기에 정보를 빼내려는 의도와 첩보작전을 한 것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된다.
정보기관이 무기구입협상과 관련한 정보를 취재하다가 이런 실수가 일어나 것은 매우 유감이다. 그런데 종북세력들은 물론이고 야당과 심지어 여당 중진의원들이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서 동시다발적으로 무차별하게 정부와 국정원을 비난하면서 언론과 함께 춤을 추면서 비난한 것은 한심한 일이다. 흥신소니 절도범이니 좀도둑이니 입에 담지 못한 육두문자가 난무했다.
국익을 위해 정보전을 치르던 중 생긴 실수를 가지고 언론이 저널리즘 정신에 입각해서 대문짝만하게 쇼킹한 제목과 내용으로 사건보도 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옳으나 국익을 크게 저해하는 것이다. 사태의 깊은 내막과 전말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상태에서 그렇게 언론이 과대(?)노출시키는 것은 언론들 스스로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작년 천안함(艦) 폭침(爆沈)과 연평도 포격(砲擊) 도발 이후 정보당국의 정보망이 무차별적으로 언론과 정치권에 노출되었기에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정보 보안(保安)을 한층 강화하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두 사건 발발 이후 우리 정보당국의 정보망이 정치권과 언론에 의해 상당히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정원의 긴급 보고사항이 아무런 제재 없이 언론에 공개되는 가하면 오랫동안 공을 들여 구축한 정보망이 와해돼 유무형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 정보위원회(이하 정보위)를 통한 국가기밀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과거 좌파정부시절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언론사들은 제대로 취재 보도를 했었는가? 김대중-노무현 좌파정부시절에 멀쩡한 국정원의 대북첩보수집망이 와해되고 580여명이 넘는 첩보베테랑들이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강제로 해임되었고, 그 빈자리에 첩보원으로 제대로 검증이 안된 특정지역의 인사들이 특채란 명분으로 마구잡이식 기용되어 국정원의 위계질서와 기강을 흔들어댈 때, 그 때 언론사들은 무엇을 했나? 언론들은 과거 국정원이 정치권의 인사개입으로 어떻게 해서 철저하게 망가졌는지를 전혀 다루지 않고 있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북한-중국-러시아와 한국-미국-일본 등이 대립하는 신냉전체제하에서 한반도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비상한 첩보능력을 가진 국정원의 역할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향후 파장을 최소화할 때다. 새롭게 태어나는 국정원이 되도록 정부와 언론이 함께 국익을 위해 노력할 때다. 이와 같은 국익과 관련된 정보전과 같은 민감한 사안이 생겼을 때에는 언론사는 경쟁적으로 감정에 휩싸여서 도매장판을 하면서 난도질하는 선정성으로 보도할 것이 아니라 보다 냉철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정작 피해자인 인도네시아 특사단 쪽은 별 문제가 아니었다는 식으로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지 않는가?
북한의 김정일이 대한민국의 신문만 보면 한국의 첩보능력과 국가기밀사항을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큰 문제다. 언론은 언론 나름대로 국익을 고려하여 사려 깊은 보도자세로 사안을 지켜볼 수 있는 절제와 여유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konas)
이주천(자유연합공동대표, 국제현대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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