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피격 이후 남북관계 변화
통일연구원 전성훈, “남북관계는 칼 날 위를 걷듯이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야”
* 아래 자료는 22일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와 한국국방정책학회가 “천안함 피격 1주년 회고:충격, 교훈, 처방”을 주제로 공동 개최한 특별심포지엄에서 통일연구원 전성훈 박사가 발표한 내용임.
1. 천안함 피격 후 북한의 반응
북한은 천안함 사건이 남한 정부의 날조극이며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조사결과 발표가 시작된 지 30분 만에 천안함 침몰은 남한이 날조한 조작극이라며 남한이 보복할 경우 전면전을 포함한 강경조치를 취하겠다고 협박했다. 조사결과 발표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미리 준비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물증을 확인하기 위해 검열단을 남한에 파견하겠다고 엄포까지 놓았다.
아마도 북한 정권은 남한이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알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남한정부에게 정치‧군사적, 심리적 타격만 입히고, 자신들은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었을 것이다. 북한의 현재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이번 사건조사를 위해 남한이 동원한 각종 첨단기법을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첫 공식반응은 4월 17일 군사논평원의 글이란 형식으로 조선중앙통신에 발표되었다. 이 글에서 북한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과 관련되었다는 설의 진상을 폭로한다면서 남한의 국내정치와 결부시켰다.
즉 우리 정부가 천안함 침몰을 북한과 연계시켜서 안보문제를 부각시킨 다음 지방선거에서의 참패를 면하고,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책임에서 벗어나서 대북정책을 정당화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또한 국제적인 대북제재 분위기를 지속시켜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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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한 달이 지난 5월 17일 조사결과 발표한 임박한 시점에서 북한 고위당국자의 발언이 나왔다. 5‧18 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 평양시 보고대회에 참석한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남한이 천안함 사건을 “우리와 억지로 연결시키면서 정세를 대결의 최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남한의 “대결과 전쟁책동을 결코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합조단의 조사 발표 하루를 앞두고 조평통은 남한 정부를 비난하는 고발장을 발표하면서 천안함 사건은 “일대 모략소동”이며 지방자치선거를 무난히 넘겨보려는 “단말마적 발악”이고 “대결과 전쟁책동의 최고절정”이라고 규정했다.
합조단의 조사결과 발표가 진행중이던 5월 20일 오전 10시 반, 북한의 최고통치기구인 국방위원회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입장을 천명했다.
△ 북한이 천안함 침몰과 연계되어 있다는 남한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서 국방위원회 검열단을 남한에 파견할 것이며, 남한은 이 사건이 북한과 연계되어 있다는 물증을 검열단에게 제시해야 함.
△ 북한은 응징과 보복, 국가이익을 침해하는 제제에 대해서 즉시 전면전을 포함한 강경조치로 대답할 것임.
△ 서해를 포함해서 북한의 주권이 행사되는 영해, 영공, 영토 안에서 발생하는 작은 사건도 남한의 도발로 규정하고, 한계 없는 보복타격, 자비를 모르는 강력한 물리적 타격으로 대응할 것임.
국방위원회 성명 하루 뒤인 5월 21일 조평통도 대변인 성명을 내고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입장을 천명했다.
△ 이 시각부터 현 사태를 전쟁국면으로 간주하고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그에 맞게 단호히 대처해나갈 것임.
△ 남한이 천안함 침몰을 구실로 대응과 보복으로 나오는 경우 남북관계 전면 폐쇄, 남북불가침합의 전면 파기, 남북협력사업 전면 철폐 등 무자비한 징벌로 강력하게 대응해나갈 것임.
같은 날 북한 외무성은 미국을 비판하는 대변인 담화를 발표했다. 담화는 미국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북한의 공격행위’니 ‘국제평화와 안보에 대한 도전’이니 하면서 북한을 고립‧압살시키려는 적대시 정책을 변함없이 추구하고 있으며, 합조단의 조사결과는 철저하게 미국의 승인과 비호 및 조장에 의한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부시 행정부가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거짓정보를 사용한 전력을 제기하면서 미국은 세상을 속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 발표 이틀 뒤인 5월 22일 10시 서해지구 남북관리구역을 통해 검열단을 보내겠다고 제의했지만, 우리 정부는 천안함 침몰은 정전협정 위반사건으로서 군사정전위에서 먼저 논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답신을 5월 21일 보냈다.
남한의 회답에 대해 국방위원회 인민무력부장이 5월 22일 북한의 검열단을 수용하라고 재차 촉구하는 통지문을 보냈다. 이 통지문에서 북한은 이번 사건이 처음부터 남한에 의해서 남북간 문제로 날조된 만큼 군사정전위원회라는 유령기구를 끌어들일 명분이 없으며, 불가침에 관한 남북기본합의서 제2장 10조와 부속합의서 제2장 8조에 따라 남한이 국방위원회의 검열단을 받아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선인민군 전선중부지구사령관은 국방부가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공개경고장을 발표하면서 다음과 같이 협박했다.
△ 남한군 헌병초소에 건물벽에 새겨놓은 대북 심리전 구호를 즉각 제거하고 가담자를 엄벌에 처할 것.
△ 심리전 구호를 그대로 두고 확성기와 같은 수단을 새로 설치하는 경우 직접 조준격파사격이 개시될 것임.
△ 남한이 북한의 대응에 대해 도전한다면 도발의 근원을 없애버리기 위한 보다 강한 물리적 타격이 뒤따를 것임.
2. 한국의 대응
천안함 사태를 북한에 의한 무력도발로 규정한 한국 정부는 유사사건의 재발을 막고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대응책을 강구했다. 그러한 대응책의 단초가 된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5월 24일자 대국민 담화이다. 담화의 내용을 주요 부분별로 요약해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남북관계>: 남북해운합의서에 의해 허용되었던 북한 선박의 남한 해역 및 해상교통로 이용을 불허하고 남·북간 교역과 교류를 중단함. 영유아에 대한 지원은 유지하며 개성공단 문제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지속적으로 검토해나감.
- <군사대비태세>: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을 것임. 적극적 억제 원칙을 견지하면서 북한이 남한의 영해‧영공‧영토를 무력 침범하는 경우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임.
- <국제적 대응>: 천안함 공격은 유엔헌장, 정전협정, 남북기본합의서 등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기존 합의를 깨뜨린 것임. 이 문제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여 북한에게 책임을 물을 것임.
- <대북 메시지>: 북한에 대해 한국과 국제사회 앞에 사과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즉각 처벌할 것을 요구함. 무엇이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의 삶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 현실을 직시하여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릴 것을 북한 정권에게 촉구함.
- <평화통일 의지 천명>: 한국의 궁극적 목표는 군사적 대결이 아니라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그리고 한민족의 공동번영과 평화통일임을 분명히 함.
- <대국민 메시지>: 국민 모두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집단과 대치하고 있다는 현실을 잊고 있었으며 국민의 안보 의식이 더욱 튼튼해져야 함. 우리 군도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음.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안보태세를 확고히 구축할 것이며, 군의 기강을 재확립하고 군 개혁에 속도를 내어 군 전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것임.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연합방위태세를 더한층 공고히 할 것임.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사태로 드러난 국가안보상의 취약점을 점검하고 군의 대비태세를 보강하기 위해서 한시적인 기구로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를 구성했다.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는 두 달여의 회의를 거쳐 국가안보 태세와 국방개혁 문제를 점검하기 위한 과제로서 다음과 같이 3개 분야 20여개의 점검과제를 확정했다.
▲ 북한 위협평가와 안보 역량점검
· 북한의 위협평가
·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 실태(북한의 다양한 위협에 대한 대응전략 미흡, 정보 역량 문제점, 군 위기관리체제 문제점)
· 안보태세 강화방안
▲ 국내외 안보환경
· 국제안보환경 평가 및 대책(정부 부처간 안보인식 차이)
· 다자안보체제
· 국내 안보환경 평가 및 대책
▲ 국방정책 및 대비태세
· 병력 규모 재조정
· 합동성 강화 방안
· 국가 위기관리 및 전시 대비체제
· 국가동원체제 개선
· 전시작전통제권 인수 후 한‧미 군사 협력체제
· 사이버전력 강화방안
· 비대칭 위협 대비태세
· 군 조직체계 발전 방향(군 상부지휘구조 문제점, 부대 구조의 문제점)
· 군 기강 및 정신전력 강화 방안
· 장병 복지 개선
· 공군의 숙련된 조종사 관리 개선 방향
· 병 복무기간 단축 문제
이후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가 검토해서 청와대에 보고한 주요 안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반도의 방어개념을 적의 공격에 대해 반격한다는 기존의 ‘소극적 방위전략’에서 탈피하여 적의 공격이 가시화되기 전에 조치를 취하는 ‘능동적 억제전략’으로 바꾼다.
둘째, 전력운용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서 긴존의 ‘각 군 중심 운용 체계’에서 합동성을 강화하는 체계로 변화시키고, 민간전문가의 활용과 부처간 교류를 확대해서 국방의 문민화를 달성한다.
셋째, 전력증강의 우선순위를 기존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한 첨단전력 증강에서 벗어나 북한의 비대칭 위협 등 현존하는 위협에 대비한 전력증강도 병행하는 것으로 조정한다.
넷째, 적정수준의 군 병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사병의 복무기간을 늘린다. 이와 관련,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는 2014년에 사병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기로 한 현행제도를 바꾸어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늘릴 것을 청와대에 건의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신중하게 검토할 것을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추진해왔던 국방개혁 프로그램에 천안함‧연평도 사태의 교훈을 반영한 새로운 개혁안이 ‘국방개혁 307계획’이란 이름으로 2011년 3월 7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되었다. 개혁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상부지휘구조 개편
· 합참의장에게 인사‧군수‧교육 등 제한적 군정기능 부여
· 각 군의 참모총장, 합참의장 지휘 아래 작전 가능
· 2020년까지 장성인원(현재 440여 명)의 15%(약 60명) 감축
▲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창설
· 해병대 사령관이 겸임, 평시 백령도‧연평도 부대를 지휘, 유사시 해‧공‧육군 전력 지휘
▲ 전력증강 우선순위 조정
· 북한의 국지도발과 비대칭위협 대비
· 잠수함 도발에 대응하는 신규 전력 구비
· 240mm, 122mm 장사정포 대응능력 구비
· 대량살상무기(WMD) 대응체계 구축
· 차세대전투기(F-X) 및 글로벌호크 조기 확보 추진
· ‘아서’ 대포병 탐지레이더를 2012년 2월 서북도서에 배치
· 동굴진지 파괴용 합동직격탄(JDAM) 확충
▲ 북한 특수전‧사이버전 위협 대비
· 후방 침투 특수전 부대 격멸 전담부대 구축
· 수도권과 대도시 대테러 작전부대 추가 지정
· 사이버 전력 양성
3. 한‧미 동맹 차원의 대응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사태 초기부터 신속하고 단호하게 한국에 대해 강력한 정치‧외교적 지지와 군사적 지원을 제공했다. 예를 들어, 미국은 구축함 2척, 구조함, 상륙함 각 1척, 그리고 15명의 잠수사를 동원해서 천안함 승조원 구조와 선박 인양 작업에 참가했다. 아울러 폭파 전문가들을 파견, 민‧군 합동조사단에 합류해서 공동조사에 참여하도록 지원했다. 미국 정부는 한국과 공조 하에 북한의 천안함 공격을 도발로 간주하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 북한에 대해 책임을 묻고 제재를 강화하는 조치를 선도했다.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백악관은 조사결과에 대한 지지와 대북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 미국은 침략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함.
- 조사보고서는 증거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토를 반영하면서 북한이 공격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지적함.
- 이 공격은 국제평화와 안보에 대한 도전이며 정전협정 위반임.
- 북한은 이웃에 대한 호전성과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 강함이 아니라 유약함의 신호라는 점을 이해해야 함. 이러한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은 북한의 고립을 심화시킬 뿐임.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직후에도 백악관은 이 대통령의 담화를 지지하는 내용의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 오바마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의 천안함 사태 처리와 객관적인 조사결과를 지지함.
- 한국방위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확고하며, 대통령은 군사령관들에게 미래의 도발을 억지하고 준비태세를 보장하기 위해 한국 측과 긴밀하게 협조하도록 명령했음.
- 한국은 이 문제를 유엔안보리에 상정할 계획이며 미국은 이를 지지함.
- 북한의 도발과 국제법 위반 행태에 대한 조치로서 대통령은 미국 정부 부처들에게 북한에 관련된 기존의 행정명령과 정책을 재검토하도록 지시했음.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기념해서 서울에서 열린 양국 최초의 “2+2 회담”에서도 양측은 북한에 의한 모든 종류의 위협을 억지하고 패퇴시킬 수 있는 강격한 합동방어태세를 유지해나가기로 약속했다.
미국의 강력한 지원은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의 합동 해상‧공중 훈련으로 이어졌다. “불굴의 의지”라고 명명된 최대의 합동 해‧공군 훈련이 2010년 7월 25~28일 서해상에서 개최되었는데, 이 훈련에는 8,000여 명의 병력과 200대의 전투기, 공격용 잠수함, 대잠 헬기, 항모 조지 워싱턴과 한국의 독도함을 포함한 20여 척의 전함이 참가했다. 특히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 F-22 네 대가 처음으로 한국에 배치되어 훈련에 참가했다.
불굴의 의지 훈련은 지난 1976년부터 1993년까지 개최되었던 “팀 스피리트” 합동군사훈련이 해상‧공중 훈련으로 부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T/S 훈련에는 육‧해‧공군과 해병을 망라한 약 200,000명에 달하는 미군이 한국군과 주한미군을 지원하기 위해 한반도에 전개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그 규모가 큰 만큼, T/S 훈련은 북한 지도부의 호전성과 도발을 억지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 훈련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반대급부로 1994년부터 중단되었고, Key Resolve와 같이 규모가 대폭 축소된 훈련으로 변형되었다. “불굴의 의지”는 복원된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한‧미 양국이 북한의 위협에 대한 새로운 인식 하에 대북 억지태세를 재정비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하고 할 수 있다.
4. 남북관계의 변화와 전망
북한 당국은 소형 잠수정에 의한 기습공격이 완전범죄는 아니더라도 확증을 찾지 못하는 영구미제 사건이 될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또 우리 정부가 심증은 갖지만 물증을 찾지 못해서 곤혹스러워 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보수진영으로부터는 안보무능으로 비판받고 진보진영으로부터는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하라고 비난받는 진퇴양난의 궁지에 빠지기를 희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조사단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조사결과 발표로 이런 기대는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오히려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명백한 군사도발이라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북한이 궁지에 몰리는 처지가 되었다. 북한이 국제사회를 속이려다 과학적인 증거가 나와서 국제적으로 큰 망신을 하게 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핵문제가 시작된 지난 1992년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사찰을 받으면서 영변의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실시한 재처리 회수와 추출된 플루토늄 양을 거짓으로 보고했었다. 하지만 IAEA는 당시로선 최첨단의 샘플링 기법을 사용해서 북한의 주장이 거짓임을 입증했고, 국제사회는 북한의 억지를 믿는 대신 과학적 증거를 제시한 IAEA의 손을 들어주었다.
상대를 속이는 기만전술이 실패했을 때 북한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길을 택하곤 했다. 1990년대 초 IAEA에 대한 거짓보고가 사실로 밝혀지자 당시 진행되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중단하고 핵무기확산금지조약 (NPT)에서 탈퇴하는 소동을 벌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런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천안함 사태에 대한 대응과정에서도 북한은 수세국면을 모면하기 위해 치고나가는 전략을 쓰면서 한반도의 안정을 해치는 공세적 대응을 했다. 천안함 침몰은 북한과는 무관하다는 기본 전제하에, 북한이 취하는 모든 조치의 성격을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대한 자위적 차원의 대응으로 규정하면서 강경한 대내외 정책을 구사한 것이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서 보여준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고려할 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권력승계도 군사적 측면에 중점을 두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대외적으로 강한 충격을 주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이다. 이와 관련, 북한의 과학자들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는 2010년 5월 12일자 로동신문 보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핵융합이란 핵분열을 원리로 하는 원자탄보다 수십 배에서 수백 배 위력이 강한 수소탄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기술이다. 북한이 핵융합 기술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배경에는 추가 핵실험을 하겠다는 계산이 자리 잡고 있다고 본다. 과거에 비해 훨씬 규모가 큰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함으로써, 핵융합 기술을 토대로 새로운 핵탄두를 만들었다는 것을 은연중에 과시하면서 핵 억지력을 부풀리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6년과 2009년에 실시된 핵실험은 각각 TNT 1킬로톤과 2킬로톤 규모의 소규모 핵실험이었다. 북한은 나름대로의 계산을 갖고 소규모 핵실험을 했겠지만, 서방세계로부터 북한의 핵능력이 별거 아니라는 반응이 나오자 파괴력을 대폭 늘린 추가 핵실험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핵융합 성공 보도는 천안함 사태로 조성된 긴장 분위기를 역으로 이용해서 제3차 핵실험을 실시하기 위한 정치적인 포석이자 사전 정지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2011년 1월 중국을 방문한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북한이 앞으로 5년 안에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핵탄두탑재용 ICBM을 개발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추가 개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1년 3월 10일 미 상원군사위원회에서 DIA 국장은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항공기에 탑재할 수 있는 플루토늄 핵탄두 여러 개를 보유했으며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고, 부분적인 핵포기를 대가로 핵보유국 지위와 안전보장 및 경제적 지원을 동시에 획득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5. 국론분열과 남북관계의 실체
우리 사회는 천안함 폭침 사태가 발생한 이후 심각한 국론분열로 내홍을 겪었다. 천암함 침몰의 원인을 둘러싸고 벌어진 갑론을박은 오늘 우리가 사는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었다. 일부에서는 천암함 사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북한을 자극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에도 이런 주장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로부터 공격을 받고나서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대응을 하지 않거나 적당히 얼버무리면서 넘어가는 것은 주권국가의 자세가 아니다. 천안함 사태를 불러 온 중요한 원인이 그동안 북한의 군사모험주의를 부추기고 우리 국민의 안보불감증을 키워온 안이한 대북정책에 있었다는 반성도 필요하다.
한편에서는 천안함 이후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기다리는 정책’에서 ‘버릇 고치기’ 정책으로 전환되었다고 했지만, 어떻게 이름을 붙이던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정책을 펴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무이다. 대북압박과 제재가 한반도의 긴장고조와 경제 불안 등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는 주장도 많았다.
하지만 적의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평화만을 외치는 것은 너그러움이 아니라 굴욕이고 굴종일 뿐이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은 일말의 부작용을 부풀려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북한의 파행적 행동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해나가도록 국가기강을 바로세우고 국론을 모아야 할 책임이 있다. 또한 대북제재의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북한정권에 초점을 맞춘 제재는 충분히 효과가 있으며, 지금 유럽의 비밀계좌에 산재해있는 김정일의 비자금만 몰수해도 북한 정권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도 남북간 인적왕래, 교역규모, 개성공단 근로자수 등 모든 수치가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보다 증가했었다.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 수는 4만 명을 넘어선지 오래됐고 어린이 탁아소도 이미 비좁을 정도다.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사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교류협력이 지장을 받은 것이므로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은 북한이다.
많은 사람들이 천안함 사태를 6‧2 지방선거와 다양한 각도에서 연결하려고 했다. 예를 들어, 이 사태를 선거에 이용하려 했다는 주장에서부터 여당의 선거 패배는 강경한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국제조사단이 조사결과 발표시점을 선거 이후로 잡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트집 잡을 이유가 나왔을 것이다.
더욱이 6‧2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패배가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드러난 것이니 대북정책을 바꾸라는 요구는 자가당착적이다. 이런 요구를 한 사람들은 왜 노무현 정부는 5‧31 지방선거에서 완패했는데도 대북정책을 바꾸지 않았는지 먼저 설명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이 천안함 사태가 남북관계에 미칠 파급영향을 많이 걱정했고 이는 타당한 우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가 워낙 엄청난 사건이기 때문에 남북관계와 교류협력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정권에게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만약 우리 정부가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이 북한과 평소대로 교류협력을 진행한다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정말 이상한 나라, 얕잡아 봐도 되는 만만한 나라로 취급받을 수밖에 것이다.
남과 북은 사상문제 때문에 국토가 분단되어 체제대결 상태에 들어섰고, 한국전쟁으로 분단이 고착화되면서 체제대결이 심화되었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한 후 동북아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북한이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입각한 공산주의를 사상적 기반으로 선택하여 공산진영에 몸담은 반면 남한은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향하는 서방진영에 가담했다. 냉전시대 남과 북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체제대결의 선봉 역할을 했다. 북한은 무력으로 체제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한국전쟁을 일으켰으나 유엔을 기반으로 한 자유민주진영의 거센 저항으로 실패했다.
한반도 분단과정에서 공산주의 사상을 토대로 건설되고 김일성의 남침전쟁을 통해서 확고하게 기반을 잡은 북한은 사상국가이자 군사국가이다. 여기서 ‘국가’라 함은 북한을 법적인 실체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치적인 존재로 본다는 뜻이다. 한반도에서 한민족을 대표하는 유일한 국가는 대한민국이고, 북한지역은 우리가 수복해야 할 영토라는 점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정신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에 담겨져 있고, 지난 1991년에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의 전문에도 명시되어 있다. 통일부의 처음 명칭을 ‘국토통일원’으로 한 것 역시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라 다시 찾아야 할 영토로 간주하는 우리의 기본인식을 담고 있다.
독일 통일의 주역인 서독 정부도 독일지역에는 하나의 독일이 존재하고, 독일민족을 대표하는 유일한 국가는 ‘서독’이라는 입장을 확고하게 견지했다. 동서독 관계가 국제법상의 주권국가 간의 관계가 아니라 내독 간의 특수 관계라는 입장에 따라, 서독 정부는 동서독 문제를 외교 문제가 아니라 독일 내부의 문제로 규정하고 수상청(정책수립), 관련 부처(정책집행) 및 내독성(교육‧홍보)에서 다루도록 했다. 분단 고착화의 뉘앙스를 줄 수 있는 헌법이란 말 대신에 기본법이란 용어를 사용했고, 통일의 방식도 동독의 각 주가 개별적으로 서독에 편입하거나 동독주민의 투표를 통해 서독과 합치도록 했다.
사상은 정치체제를 뒷받침하는 토대이며 모든 국가는 일정한 사상적 기반을 갖고 있다. 사상은 한 국가가 추구하는 가치와 정책을 통해 현실에 구현되며, 정치체제의 형태를 통해 제도화된다. 즉 모든 나라는 국가로서 추구하는 기본적인 사상과 가치를 갖고 있고, 국가와 국민, 영토를 보존하기 위해 군대를 보유한다. 하지만 북한을 특별하게 ‘사상‧군사국가’로 규정하는 것은 북한이 지구상의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상과 군사로 중무장한 경직되고 폐쇄적인 체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체제의 이런 특성은 21세기의 보편적인 국제사회의 가치와 상식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그 자체로 한민족 전체의 안전과 번영을 위협하는 무기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북한의 사상과 군사는 경계하고 타파해야 할 대상이다. “수령제”라는 이름의 독특한 독재체제를 구축한 북한은 3대 세습을 통해 사실상 김씨 왕조국가로 변질되었다.
김씨 일가와 핵심 추종세력은 대다수 북한 동포들의 자유와 인간적인 삶의 권한을 박탈하는 대가로 온갖 영화를 누리고 있다. 즉 북한의 사상과 군대가 소수의 북한 기득권층을 위해서 다수의 북한 동포를 희생시키고 남한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우리 민족에게 분단의 비극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사상과 군사는 분명 반민족적이고, 비인간적이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고 동구 공산정권이 몰락하면서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체제 대결은 전자의 승리로 끝났고, 세계적 차원에서의 냉전구조는 해체되었다. 그러나 동북아에서는 체제대결과 냉전구조가 그대로 남아있다. 이 지역에서 냉전의 첨병이었던 남북한의 분단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중국은 경제개방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1당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2010년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격 사태에서 보듯이, 한반도에서는 과거 냉전시대와 다름없이 북한의 군사도발로 인한 저강도 분쟁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남북관계의 일대 장전(章典)이라고 평가받는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두 번의 정상회담 및 10년간의 일방적인 대북지원에도 불구하고, 북한정권의 호전성과 대남 적대전략에는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이다.
한반도 차원에서 냉전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남북의 분단과 대결의 원인인 사상문제와 군사문제, 즉 체제대결과 군사적 대치상태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상과 군사 문제에 더 투철한 쪽은 북한이다. 세계적 차원의 냉전이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승리고 끝나는 것을 목격한 남한은 남북간의 체제대결에서도 남한이 승리한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엄청난 경제력 격차와 늘어나는 탈북행렬은 남한 국민들로 하여금 남북대결의 승자는 남한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만들었다. 반면에 북한은 1980년대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남한과의 체제경쟁에서 뒤쳐졌고, 남북대결에서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대내외적으로 전력투구했다. 한국전쟁을 ‘민족해방전쟁’으로 미화하고 한반도 적화통일을 궁극적 목표로 지향하면서 북한 동포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독재체제를 합리화했던 북한정권으로서는 체제대결에서의 패배는 곧 정권붕괴와 역사적 심판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정권은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사활을 걸고 체제대결에서의 승리를 도모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이를 위해 남한을 사상적으로 무장 해제시키고 군사적으로 제압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남북관계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감상적인 소망이나 순진한 기대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칼날 위를 걷듯이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konas)
통일연구원 전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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