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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정일이, 내 살아남으면 꼭 전화를 하지”

카다피가 절친 김정일에게 전하는 교훈

Written by. 주성하   입력 : 2011-03-31 오전 10: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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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 글은 탈북자 주성하 동아일보기자의 블로그에서 옮겨온 글로, ‘카다피가 김정일에게 전화를 걸어 신세타령을 한다면 이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을까?’라고 가정하며 쓴 글임.

 “이보게, 동갑내기 친구, 내가 올해 신세가 말이 아니네. 한 달 전만 해도 이런 순간이 내게 닥칠 줄은 정말이지 한 번도 상상도 못했지.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얻은 교훈도 많지. 이 교훈을 무덤에 갖고 가기 보다는 이왕이면 친한 사이인 자네에게라도 알려주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네.

 처음 말해줄 교훈은 군대만 단단히 틀어쥐면 지방에서 들고 일어나도 문제가 아니라는 걸세. 나 보게나. 반격에 나서니 한때 기세등등하던 반란군이 물먹은 흙담벽처럼 무너지지 않나.

 탱크와 비행기로 중무장한 군대 앞에선 백성이 아무리 많이 들고 일어나서 저항해야 힘이 없는 걸세. 그러니 군대를 잘 통제하게나. 난 수도만 내놓고 다 알 카에다의 조종을 받는 폭도들의 손에 넘어갔던 상황이지만 고작 군대 몇 만 명만 가지고도 며칠 만에 다 회복했지.

 자넨 군만 110만 명이 넘고 여기에 보안군과 비밀경찰 다 합쳐서 200만 명이 넘으니 나보다 무력이 수십 배나 많지. 그러니 진압 같은 것은 일도 아니지.

 그리고 진압할 때 외국기자들 절대 못 들어오게 하게나. 저들이 들어와서 시민이 학살되니 뭐니 중계를 해대니 체면이 말이 아닐세. 워낙 이 분야는 나보다 훨씬 고수니 다 알아서 잘 하겠지만 말이야.

 두 번째 교훈은 시위가 발생하면 그냥 애초부터 잔인하게 밀어버리라는 거야. 나는 처음에 군을 동원해 밀었어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쳤지. 자네는 나보다 훨씬 더 잔인하니 이건 참 잘하겠지만 노파심에서 말하는 것일세.

 트리폴리 코앞까지 폭도들이 닥쳐와도 명색이 혁명의 지도자인데 차마 백성을 탱크로 밀어 버릴 수 없어 군 동원을 고심하다 결국 이 꼴이 났네. 이후 들고 일어났던 도시를 다시 평정할려니 저것보게, 이제 와선 참견하는 자들이 늘어나는 것을…그냥 애초에 싹부터 잘랐어야 하는데…

 서방국가들을 너무 두려워 말게나. 내가 벵가지까지 하나하나 재탈환하는 과정에 저들은 팔짱을 끼고 있었지.

 지금 공습도 하고 있지만 어차피 지상군은 못 들어오니 내가 무력을 밀어붙이지 않고 개입명분만 없애주면 그건 곧 중단될 거고 내 정권도 끄떡 없을거야.

 난 뒷배가 없지만 자넨 중국이란 뒷배가 있으니 미국이 감히 밀고 오지 못할 걸세. 러시아도 마찬가질세. 저들이 서방의 무력개입에서 결사적으로 막아줄 걸세.

 자넨 지정학적으로 얼마나 좋은가. 바로 코 앞에 수천만 명이 사는 한국이라는 결정적인 인질도 있고 말일세.

 자네 땅엔 기름 같은 것도 없으니 리비아보다 훨씬 더 큰 리스크를 감내하며 침공할 매력도 없지. 그러니 서방 같은 것은 두려워하지도 말게나. 저들이 큰 피해를 입으면서까지 자네 백성들을 보호해 줄 나라들은 아니니 말일세.

 내가 요즘 가장 크게 후회하는 것이 무엇인줄 아나. 예전에 서방이 대량살상무기(WMD)를 포기하라고 너무 압력을 넣는 바람에 그만 두 손을 든 것일세. 핵만 있어봐. 저들이 감히 지금 내 땅에 공습을 해댈 수 있겠냐 말이지.

 WMD 포기를 선언하면 서방과도 친해져서 경제도 좋아지고 원조도 많이 받을 줄 알았지. 특히 미국은 말이야. WMD를 포기하면 천국이 열릴 것처럼 구슬렸지. 아, 내가 오판했지.

 그런데 지금 봐봐. 내가 포기의 대가로 받은 경제적 대가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정말 뭐 볼 것이 없지. 그리고 WMD를 포기하면 당장 친구가 될 것처럼 하던 저들이, 내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봤던 오바마가 내가 좀 곤궁에 몰렸다고 저렇게 태도를 싹 바꾸는 것을 보게나.

 이해관계가 걸린 바레인 같은 데선 외세가 들어가 시위진압을 해도 가만 보고 있으면서도 나에겐 폭격을 해대는구만. 아, 아, 내게 핵무기만 있어도 이런 수모는 당하지 않는 건데.

 자네도 미국과는 절대 친구가 될 수가 없네. 자네에겐 이미 내게 없던 핵무기가 있지 않는가. 그러니 어떤 유혹 앞에서도 절대로 핵무기는 포기하지 말게.

 미국을 믿지 말게나. 저들이 언제 다시 자네와 원수가 될지 알 수 없지. 달콤한 유혹에 홀려 핵무기만 없애 봐봐. 자네는 개밥의 도토리인 것이지.

 아, 지금 저 놈의 프랑스 전투기가 또 폭격하는구만. 내 관저도 이미 날아갔지. 지금 난 방공호에 내려가야겠어.
 
 자네도 조심하게나. 대대손손 물려줄 것 같던 내 왕국이 한순간에 이 처지가 될 줄 누가 알았겠나.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네. 내 살아남으면 다시 전화하지. 누가 먼저 죽을 진 알 수 없지만 우리 굳건하게 버팀세.”(konas)

주성하(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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