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주기만 하면 뭐하나?
제주산 감귤은 김정일 선물용으로 간부들에게, 쌀·의약품은 군부대나 장마당으로
북한 어린이에게 비타민C를 공급하자는 취지에서 지원해 온 제주산 감귤의 상당량이 노동당 간부와 고위층에 대한 김정일의 선물로 전용된 것을 우리 관계당국이 포착했다.
당국은 또 우리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자원한 쌀과 의약품·분유 등이 군사용으로 전용되거나 일부 당·군 간부에 의해 장마당으로 흘러나간 사실도 파악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인터넷 중앙일보가 6일 밝혔다.
신문은 대북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감귤의 경우 북한 고위층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대북지원 품목”이라며 “지원이 본격화 한 2000년대 초반부터 제주산 감귤이 당·정·군 고위 간부에 대한 김정일의 충성 유도용 물품으로 상당량 공급된 사실이 고위 탈북자와 대북 첩보망을 통해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런 사실은 현 정부 들어 청와대와 정부 대북·안보 부처에도 통보됐다”며 “제주 출신인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제주특별자치도 측의 대북 감귤지원을 위한 남북협력기금 지원 요청을 거부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대북지원은 1999년 1월 시작돼 2009년 11월까지 감귤 4만8328t, 당근 1만8100t 등 모두 6만6428t으로 230억원의 예산이 들었으며,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으로 운송비 등을 지원했다.
대북소식통은 “대북지원 당근의 경우도 고위 간부층에게 건강주스 등의 용도로 공급된 사례를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일반 주민을 위한 대북지원 쌀의 군사 전용에 대한 탈북자 증언도 있다. 북한군 모 사단의 군수책임자로 일하다 2009년 12월 한국에 온 탈북자 임 모씨는 “인민무력부 군수담당 부서에서 군단·사단 군수부에 (쌀을) 배정하면 (해당) 부대가 원산·남포항에서 하선되는 남한 쌀포대를 직접 수송했다”며, “'대한민국'과 '붉은십자(적십자)' 표시가 있는 쌀을 북한산 마대로 재포장한 뒤 민간차량으로 위장한 군용트럭으로 날랐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당국은 북한에서 지원의 손길이 어려운 지역이나 소외된 환자들에게 우리측 민간단체가 지원한 의료품도 군부대로 전용하거나 장마당으로 빼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북한통신은 5일 탈북자들의 인터뷰와 증언을 통해, 북한에서 결핵 및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유진벨 재단이 지원한 의료품의 상당 부분이 군부대와 장마당으로전용됐다고 밝혔다.
북한에서 의사로 재직하다 탈북한 김 모씨는 "유진벨이 2001년경 자신이 근무하던 강원도 소재 산부인과 병원에 결핵 검진용 차량, 결핵 예방백신 등을 지원했지만, 얼마간 형식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좀 지난 후에 병원장 등 간부들이 약품을 빼돌려 장마당 등에 판매했고 군 부대에도 의약품이 전용되었다"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유진벨이 지원하는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는 탈북자 최 모씨(2010년 입국) 역시 "병원 환자복에 '유진벨'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는데 평소에는 입히지 않다가 유엔기구 등에서 시찰할 경우에만 착용시켰다가 다시 회수했으며, 의약품들도 빼돌려져 병원에 약품이 부족한 바람에 환자들이 장마당에서 약을 사서 복용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그는 2009년 입원 당시 외국 방송사에서 촬영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는 평소와 달리 환자들에게 의약품 투약을 정확히 하고 소고기 등을 풍족히 배식해 환자들은 외국인들이 아예 병원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푸념한 적이 있다고도 말했다.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지원되는 물품들의 투명한 분배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많은 의혹들이 제기돼 왔으며, 북한 당국이 투명한 분배를 협조하지 않자 철수한 단체도 적지 않다. 1998년 국경없는 의사회 (MSF)가 철수했고, 1995년부터 북한에 식량지원 등을 하던 영국의 국제적인 빈민구호단체인 옥스팜(Oxfam)이 1999년 철수했다.
2005년에는 북한이 평양 내 비상주 민간단체의 지원에 대한 분배감시를 담당하던 평양 식량지원 연락사무소(Food Aid Liaison Unit)를 폐쇄하자, 캐나다 13개 교회 연합체가 지원하던 캐나다 곡물은행(Canadian Foodgrains Bank)의 지원사업이 중단된 적이 있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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