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투우사의 나라' - 대한민국
‘투우’는 스페인의 명물입니다. 80년대 초 해엔가 그 나라를 여행하다가 마드리드의 한 투우장에서 소와 사람이 싸우는 걸 보았습니다.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귀부인들은 밍크코트를 입고 경기장에 나타났고, 투우사가 죽기 위해 끌려나온 큰 소 한 마리를 이리저리 찔러 소피가 솟구치면 ‘맨발의 백작부인’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기현상을 보고는 “다시는 투우를 보러 가지는 않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투우’가 없습니다. 그러나 투우사는 한 사람 있습니다. 스페인의 투우사는 특수한 옷차림에 동작이 매우 날렵한데, 우리나라‘투우사’는 양복보다도 더 비싼 한복을, 마치 왕조시대에 출입하던 사대부처럼, 잘 차려입고, 투우장이 없는 나라인지라 국회의사당에 나타나‘투우’의 묘기를 국민 앞에 보여주고‘귀부인’아닌 일부‘특권층’인사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는 모양입니다.
이 투우사가 최근에도 FTA 국회의 한 소위원회에‘바람과 함께', 예고 없이 등장하여, 다년간 갈고 닦은 그의‘투우사’의 특기를 유감 없이 발휘하였다니, 이 일을 웃어야 합니까 울어야 합니까. 이 투우사에게 박수를 보낼 겁니까, 아니면 이 자를 두들겨 패서 다리라도 분질러 놓을 겁니까.
대한민국 국회가 이런‘투우사’를 키우고 이런 자에게‘묘기 시범’의 무대를 마련해 주는 것은 통탄할 일입니다. 지난 번 총선 때 경남 사천에서 이방호를 낙선케 하려고 뛰던 한나라당의 일부세력이 결국 이‘투우사’를 국회로 보내게 한 것이 아닙니까.
‘FTA 국회’를‘옴짝달싹’못하게 만드는 이‘투우사’를 향해 김종훈 통상 교섭 본부장이 참다못해 격분한 표정으로‘공부 좀 하고 이야기하라’고 소리 질렀다 하여 화제가 되고 있는데, 나라면 달려가 멱살을 잡고‘평안도의 싸움꾼’답게 한 번 박치기라도 하였을 것이고 그것으로 공직에 종지부를 찍고 말았을 겁니다.
김 본부장, 그동안도 통상 교섭의 일선에서 악전고투했어요. 번번이 욕만 먹으면서도 국익을 위하여 몸 바쳐 일했습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지요. 비준 받을 조약의 번역이 잘못되었다고 아우성들인데 그거 본부장 책임 아닙니다. 전문번역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간청한 대학들이 있었지만 정부 관계자가 예산이 없다고 거절했습니다. 전문지식을 가진 전문 번역사가 아니고는 안 됩니다. 김종훈에게 무슨 죄가 있어요.
우리 경제에 크게 도움이 될‘한국과 EU FTA 비준안’이 김 본부장의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포로 돌아가다니, 진정‘오호통재, 오호통재’입니다. 한복을 입고는 어떤 식당에는 못 들어간다는 이 나라인데, 국회는 한복 입은 ‘투우사’를 용납하다니, 이것도 말이 안 되고, 비준안에 반란을 한 여당의원이 있다는 것은 더욱 말이 안 됩니다.
야당은 이 비준안을 두고“통과시키려면 날치기해라”하고, 여당은“몸싸움 할 바에는 안 하겠다” 하니, 이제는 머리가 허연‘검투사’ 김종훈, 복통할 노릇이지요.‘검투사’를 ‘투우사’를 만들려는 이 한심한 나라 대한민국, 그래도 나는 그리고 많은 한국인들은 ‘검투사’ 김종훈의 손을 들어줍니다. 당신이 이긴 겁니다. 오늘이 4.19가 아닙니까.
(www.kimdonggill.com)
김동길(연세대 명예교수, 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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