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에 군인들이
오늘이 5·16 군사혁명 50주년 기념일입니다. 그 군사 쿠데타가 터지던 때의 정치적 상황은 우선 혼란과 무질서였습니다. 3·15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학생들과 시민들의 시위는 한 달 남짓한 세월에 전국적으로 퍼져 드디어 자유당정권이 무너지고 준비 없는 민주당이 들어섰지만 정당 못지 않게 준비가 없던 민중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였습니다. 어떤 시각에서 본다면 50년 전의 사회적 분위기가 오늘과 흡사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쿠데타에 성공하고 18년 동안 한국을 주름잡던 이른바‘혁명주체’도 다 가고 이제 한 사람만 남아서, 비록 세월의 파도에 씻기어 얼굴은 많이 일그러졌지만 그래도 아직 젊은 날의 산뜻했던 그 모습은 어딘가에 간직하고, 그는 아직도 그 혁명을 변명하고 두둔할 수 있으니, 세상이란 참으로 오래 살고 봐야 안다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박정희는 직속 부하이던 김재규가 발사한 총탄에 맞아 쓰러졌고 박 정권의 말기를 지탱했던 유신체제는 곧 국민의 발에 밟혀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만일 전두환의‘제2의 군사쿠데타’가 없었더라면 오늘 김종필의 설자리는 우리사회의 어디에도 없었을 것입니다.
나는 헌법을 짓밟고 군인들이 혁명을 하는 것은 용서하지 못할 대역죄라고 그 때에도 믿었고 오늘도 믿고 있는 사람입니다. 후진국가에서는 오늘도 그런 일이 비일비재입니다. 헌법은 있으나 마나입니다. 헌법의 조문과 정신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나라의 일이 무엇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그러나 한 나라의 군인들이 혁명을 할 능력도 없이 어떻게 국방을 담당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이 원한다면”언제라도 혁명을 할 준비는 돼있지만,“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절대 움직이지 않는 그런 군인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맥아더 장군만큼 능력 있는 인물이 미국 정계에 없었지만 그는 국민이 원하지 않는 혁명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투르만에게 그 수모를 받고도 조용히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김영삼은 대통령이 되어 날마다 수십 개의 별을 장군들의 군복에서 떼어 땅에 던졌다고 전해집니다. 그리하여‘문민정부’를 만들고 군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기가 죽은 군이 쿠데타를 할 능력을 상실한 것뿐이 아니라 국방에도 자신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가련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는 정치의 달인이라 전두환·노태우 덕에 대통령의 자리에 올라서고는 그 두 사람을 의왕구치소와 안양교도소에 각기 보내 그들로 하여금 엄청난 부끄러움을 당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그토록 증오했던 박정희의 오른팔 김종필은 청구동 자택에서 편하게 살 수 있게 하였으니 그것이야말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혁명을 할 능력은 있지만 국민이 원하지 않는 혁명은 절대하지 않는 그런 군인들이 국방을 전담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이 5·16 군사혁명 50주년 기념일입니다.(konas)
김동길(연세대 명예교수.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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