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과 쿠데타의 차이
혁명세력이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좋은 혁명도 나쁜 혁명도 있게 되며, 쿠데타 세력이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좋은 쿠데타도 나쁜 쿠데타도 있게 된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61년 5월 16일 박정희와 김종필이 이끄는 일단의 군부가 무력으로 장면 정권을 축출하고 정권을 장악했다. 이 사건을‘혁명’이라고 부를 것인지‘쿠데타’로 부를 것인지를 놓고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교통정리가 되지 않았다. 5·16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인사들은 그것을 혁명으로 부르려 하고, 5·16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인사들은 그것을 쿠데타로 부르려 한다.
혁명과 쿠데타는 불법적 혹은 초법적 수단에 의해 급속하게 집권세력을 교체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혁명과 쿠데타는 동일한 사건을 놓고 뒤바꿔 불러도 좋을 정도로 경계가 불분명한 개념이 결코 아니다. 혁명과 쿠데타는 다음 3 가지 사항에서 현격한 차이를 나타낸다.
첫째, 집권세력 교체 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민중봉기가 있었는지 여부를 놓고 양자 간의 차이가 분명하다. 혁명에서는 기존 정권을 축출하는 과정에 민중봉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에 반해 쿠데타에서는 기존 정권을 축출하는 과정에 민중봉기가 등장하지 않는다.
둘째, 새로이 정권을 장악한 세력이 추구하는 변화의 내용과 규모에 있어서 양자 간의 차이가 분명하다.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세력은 집권세력 구성의 변화나 정책의 변화만을 추구하고 정치체제의 변화나 경제·사회적 구조 변화 같은 것은 추구하지 않는다. 그에 반해 혁명을 통해 정권을 장악한 세력은 최소한 정치체제의 전면적 변화를 추구하며, 나아가서는 경제·사회적 구조의 광범한 변화도 추구한다.
셋째, 기존 집권세력의 축출 양상과 새로운 집권세력의 구성에 있어서 양자 간의 차이가 크다. 혁명에서는 기존 집권세력의 축출이 상대적으로 긴 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데 반해, 쿠데타에서는 기존 집권세력의 축출이 그야 말로 하루 밤사이에 급속하게 이루어진다. 혁명에서는 혁명의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 민중이 새로운 집권세력에 참여하지 못하는 데 반해, 쿠데타에서는 쿠데타의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 사람들이 새로운 집권세력의 핵심적 구성원으로 된다.
이러한 혁명과 쿠데타의 차이에 비추어보면 5·16이 혁명인지 쿠데타인지 명확해진다. 50년 전의 오늘 박정희·김종필이 이끄는 일단의 군인들이 장면 정권을 축출하는 과정에 민중봉기는 없었으며, 새로이 정권을 장악한 군인들은 집권세력의 인적 구성변화와 정책의 변화만을 추구했을 뿐 그 이상의 변화는 추구하지 않았다. 또한 군인들은 하루 밤 사이에 기존집권세력을 축출했으며, 거사의 주역들이 새로운 집권세력의 핵심구성원으로 되었다. 그런 점에서 5·16은 이론의 여지없는 쿠데타이다. 전형적인 군사 쿠데타이다.
한편, 혁명이나 쿠데타는 도덕적으로는 중립적인 개념이다. 혁명과 쿠데타에 대한 도덕적 평가는 혁명이나 쿠데타를 주도한 세력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거사를 했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지, 혁명은 무조건 좋은 것이고 쿠데타는 무조건 나쁜 것이 결코 아니다. 혁명세력이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좋은 혁명도 있고 나쁜 혁명도 있게 되며, 쿠데타 세력이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좋은 쿠데타도 있고 나쁜 쿠데타도 있게 된다.
따라서 5·16을 긍정 평가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애써 혁명이라고 우기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5·16을 긍정 평가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쿠데타로 부르면서‘좋은 쿠데타’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쿠데타인 것을 억지로 혁명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혁명이라는 호칭 때문에 5·16이 대중에게 도덕적으로 긍정적인 사건으로 수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konas)
양동안(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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