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 무엇이 문제인가?
여·야 모두,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의 환심만 사려하고 있어
다음은 6월 14일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 9개 단체가 주최한 '반값등록금, 냉정하게 따져보자!'제하 긴급시국토론회에서 '청년지식인포럼 story K'의 최옥화 정책실장이 발표한 내용임.
요즘 복지논쟁이 다방면에서 제기되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된 무상급식부터 무상보육, 무상의료까지 무상시리즈를 넘나들더니 반값등록금으로 옮겨 붙었다.
정치권의 민생문제를 챙기기 위한 노력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중산층을 두텁게’하는 것이나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모두가 환영하는 일이다. 하지만 최근 복지논쟁이 구호만 난무하고 가장 큰 재정확보문제는 빠져있거나 단기적인 대안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막상 정책을 자세히 뜯어보면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가 의문이 들게 한다.
최근 급격히 떠올라 광장을 강타하고 있는 화두는 ‘반값등록금’이다. 이주호 교과부장관이 한나라당 의원시절 반값 주장을 펼친 이후 민주당도 올 초부터 3무상, 1반값등록금정책(3+1정책)을 들고 나왔다.
정치권의 장외투쟁
시작이야 어찌되었건 ‘반값등록금’구호는 대학생들이 ‘조건없는 반값등록금’을 요구하고 거리로 나서면서 부풀려졌다. 처음 대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펼치던 반값등록금 촛불시위에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가세했고 노동조합 등 사회단체들이 끼어들면서 이명박 정권타도, MB OUT같은 구호가 난무해 정치성이 짙은 집회로 변질되고 있었다.
거기에 지난 10일 민주당이 야 4당과 함께 ‘정당연설회’라는 반값등록금에 관한 장외집회를 열었다. 야 4당에는 민노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이 함께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6월국회에서 등록금대책을 세우기로 합의해놓고 또 거리로 뛰쳐나간 셈이다. 김진표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선 후 "정치의 중심이 국회에 있어야 국민들이 편하다"며 "모든 정치현안을 원내에서 수용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처리하는 것이 정치의 정도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말한바 있다.(머니투데이 5월 13일자)
그런데 한 달도 안 되어 김 원내대표는 “광우병 촛불시위가 제2의 6월항쟁이었다면 반값등록금은 제3의 6월항쟁이 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집회를 선동했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2010년 5월 10일 CBS '이종훈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은 지금까지 장외투쟁을 하고 반대도 했지만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고 자성하면서 “의석수가 부족하고 야당이기 때문에 국회가 더 중요하다”고 까지 말했었다.
그래놓고 2010년 12월 여당의 예산안 통과에 반발해 연말 연시 내내 장외투쟁을 벌였다. 민주당은 그전에도(2009년 8월) 미디어법 반대투쟁에 돌입했다가 한 달 여 만에 조건 없는 국회등원을 선언, 비판 받은 바 있다. 당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정세균 대표, 천정배·최문순·장세환 의원은 조용히 의원직에 복귀했다.
이외에도 2010년 1월 세종시 수정안 반대 장외투쟁, 2008년 한미 쇠고기협정 장외투쟁도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원외투쟁은 두 번 다시 해서는 안 된다. 불가피할 때에는 원내투쟁을 중심으로 보완해서 이뤄져야 한다"며 반대한 장외투쟁을 민주당은 연례행사처럼 일 년에 몇 차례씩 벌였다.
사실 한나라당도 야당시절 장외투쟁을 한 바 있고, 자유선진당은 세종시문제와 과학비즈니스 벨트 선정 때 충청지역에서 장외투쟁을 벌였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 등은 거의 모든 사안에서 장외투쟁을 해왔기 때문에 하나 하나 사례를 들기도 힘들다.
정당한 입법 활동을 보장받은 의원들과 공당이 걸핏하면 분위기에 따라 일단 거리로 뛰쳐나가고 보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우리 정치를 믿고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렇게 거리가 좋으면 시민사회단체 대표를 할 것이지 왜 다들 국회로 들어갈 꼼수만 찾는지 모르겠다.
일반대중에게 집회의 자유가 있고 이를 보장받는 것은 직접 입법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당하게 입법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자꾸 집회를 하겠다는 것은 ‘국민들이 쥐어준 KTX티켓을 내팽개치고 자전거를 타고 가겠다’는 격이다. 얼른 가서 연구도 하고, 전문가 의견도 듣고, 논쟁도 하라고 표 사줬더니, 가는 길에 주변 경치도 구경하면서 내가 얼마나 땀 흘리며 가는지 사람들에게 보여주려는 ‘쇼’를 하는 것 같다. 전형적인 인기영합주의다.
정치권이 내놓은 대안
한나라당은 ‘반값등록금’ 논란을 슬며시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라는 말로 바꿨다. 이제 와서 ‘심리적 부담을 반으로 줄인다’는 취지 운운하며 말을 바꾼다 해도 ‘반값 등록금’ 화두로 기대감을 키운 책임은 분명히 있다. 여기에는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무책임한 발언도 한몫했다.
대학등록금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특별한 대책 없이 대응해왔던 여당과 정부의 책임을 무시할 수 없다. 부실대학의 구조조정 문제도 여러 차례 문제제기 되어 왔지만 과감한 정리가 되지 못했고, 등록금 부담을 덜어준다며 마련한 학자금대출제도도 무수한 신용불량자와 빚쟁이 졸업생을 양산했다.
민주당은 당초 소득하위 50%지원과 학자금대출제도 보완을 제시했지만 손학규 대표가 촛불집회에 다녀오고 나서 반값등록금 전면시행으로 입장을 바꿨다. 민주당 내에서도 실현가능성에대한 의문과 지도부의 일방통행식 운영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는 현실이다.
민주당은 하루가 다르게 등록금대책수위를 높여가더니 13일 국공립대는 물론 사립대도 반값등록금을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나섰다. 국공립대에는 고등교육재정 일반회계에서 재정을 지원하고 사립대에는 고등교육재정 특별교부금을 신설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사립대는 대학구조조정과 연계해 대학운영 투명성이나 자립노력 등 지원조건을 두어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당장 내년에 이런 문제를 다 해결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는 결국 반값등록금을 시행하기 위해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6조정도의 재원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이는 관세 등을 제외한 내국세의 4%정도이며 현정부의 감세안을 철회하면 마련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백번 양보해서 정부의 감세안을 철회 한다고 해도 민주당이 제시한 복지정책이 반값 등록금만 있는 것이 아니라 더 규모가 큰 ‘3가지 무상시리즈’가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에대한 구체적 재원마련은 내놓지도 못하면서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들의 환심을 사려고 하고 있다.
마치며
현재의 대학 등록금은 보통사람들에게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15년뒤면 발제자 본인도 자녀의 대학등록금을 고민해야할지 모른다. 하지만 등록금을 고민하기 앞서 이녀석을 대학에 보내야할까 말아야할까를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또 대학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대학졸업후의 진로와 장기적인 미래를 아이와 함께 고민해보고 싶다.
복지정책은 한번 시행하면 되돌리기 쉽지 않다. 오늘 우리가 만든 정책이 내 아이들의 미래를 더 버겁게 할 정책이 아닌지, 국가 보조금으로 등록금 낮춰 부실대학 남겨두고, 그때까지도 어설픈 대학졸업장이라도 따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스무살 아이들의 미래가 과연 옳은 길인지 따져 봐야한다.
정치권이 대학등록금 문제를 대하는 방식이 단순히 등록금만 낮추는데 머물러 국내교육의 질은 떨어뜨리고 정작 자신들의 아이들은 해외로 유학 보내면 그만인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지 않길 바란다.(konas)
최옥화(청년지식인포럼 story K)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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